[리뷰] 조선 독립과 신문사 폐업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 광복절에 즐기는 ‘그날의신문’

올해 광복절을 맞이해 친일파 재산 회수가 사회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광복절을 기리는 특별한 인디 게임이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학생들이 주축으로 설립한 인디 게임사 다이빙스튜디오가 첫 작품으로 선보인 ‘그날의 신문’이다. 이 게임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신문사 편집장이 된 주인공이, 기자들을 사건 현장에 파견해서, 다양한 역사적 사건을 조사하는 내러티브 중심의 비주얼 노벨 게임이다.

그날의신문
그날의신문

영화 암살을 보면 마지막에 전지현이 이정재에게 “왜 동지를 팔았나”라는 질문을 던지자, 이정재가 ‘몰랐으니까! 해방될지 몰랐으니까!”라는 답변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흔히 친일파를 비난하고 독립운동가를 찬양하지만, “실제 그 시대에 내가 있었다면 과연 그렇게 살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이 게임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이 신문사 편집장이기 때문에, 사건 취재, 그리고 취재된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한 신문을 발간하는 과정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기자들의 취재 과정은 간단한 미니 게임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이후 취재된 결과를 가지고 어떤 논조로 기사를 배치하는가에 따라 독자수, 신뢰도, 정부 압박도 등 종합적인 수치가 달라지게 된다.

사건을 취재하고
사건을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고
기사를 작성하고

신문을 발행한다
신문을 발행한다

독자수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최대한 진실을 파헤쳐서 속이 시원한 기사를 써주면 되지만, 문제는 일제강점기라는 점이다. 애국부인회, 총독부 등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한 기사를 쓰라고 압박을 해오며, 정부 압박도 수치 100%를 채우면 강제로 신문사가 폐간되기 때문에, 진실 추구와 신문사 폐간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독자들의 신문 반응에 따라 수치가 변동된다
독자들의 신문 반응에 따라 수치가 변동된다

당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들에서 영감을 얻은 다양한 사건 사고들은 이 과정을 더욱 어렵게 느껴지게 만든다. 사건을 조사할수록 명확하게 드러나는 진실이 있더라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속 시원하게 보도하는 사이다 결말 대신, 신문사 폐업을 막기 위해 철저히 방관자적인 입장에 서야 하기 때문이다.

유명 기생이 자살한 사건은 부잣집 도련님과 사랑의 도피라는 가십성 기사 관점에서 바라볼 수도 있지만, 당시 사랑으로도 극복할 수 없었던 신분 격차의 한계를 담아낼 수도 있다. 경찰서 폭탄 테러 사건은 독립 의지를 보여주는 사건으로 바라볼 수도 있고, 서민 탄압의 빌미를 주는 무의미한 테러에 불과하다는 입장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같은 사건이라도 기자들마다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같은 사건이라도 기자들마다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기자마다 각기 다른 소신을 가지고 취재 활동에 임하기 때문에, 어느쪽에 비중을 두고 기사 취재를 이끌어가는가가 편집장의 선택인 것이다. 광복이 오기까지 버텨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어용언론이 되어 철저히 총독부 입장을 반영하는 기사를 쓰기도 해야 하며, 명확히 드러나 있는 진실을 외면하는 선택을 해야할 때도 있다. 기자들 역시 자신의 소신에 어긋나는 기사를 쓰게할 경우 스트레스 지수가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에, 기자 활동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잘 조율해야 한다.

일본 입장에 반대되는 기사를 작성하면 총독부의 압박이 들어온다
일본 입장에 반대되는 기사를 작성하면 총독부의 압박이 들어온다

정부 압박도 수치 관리를 잘못하면 바로 폐간이다
정부 압박도 수치 관리를 잘못하면 바로 폐간이다

이 과정에서 복장 터지는 감정 변화를 그대로 담아낸 것이 중요한 정보를 그대로 치는 타이핑 미니 게임이다. 실제로 기자가 되어 취재 과정을 직접 경험하는 느낌을 선사하며, 최대한 절제되어 있는 대사들을 직접 치면서 당시 서민들이 느꼈을 답답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줄어든 분당 타수를 보면서 세월의 흐름도 다시 한번 느끼게 되고.

당시 서민들의 답답한 심정을 담아낸 타이핑 미니 게임
당시 서민들의 답답한 심정을 담아낸 타이핑 미니 게임

여러 타입의 기자들을 고용해서 신문사를 직접 경영하는 게임이라고 해서 경영 시뮬레이션적인 재미까지 기대했었지만, 그 부분은 정부 압박도 수치 정도만 신경쓰면 되는 정도로 간략화되어 있어 다소 아쉽긴 하다. 인디 게임사인 만큼 더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미니 게임으로 구현된 취재 활동
미니 게임으로 구현된 취재 활동

하지만, 당시 힘든 상황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소신을 지켜가기 위해 어려운 선택을 해야 했던 선조들의 힘든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게임을 실행하면 처음에 한국콘텐츠진흥원 로고가 나오는데, 상업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어려운 길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진 대학생들의 패기와 이들을 응원하는 정부의 지원사업이 잘 어우러져 나온 결과물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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