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귀여운데, 게임은 매운맛? 메트로배니아 ‘글라이드’ 데모 즐겨보니
요즘 게임 가격이 많이 비싸다보니 잘 모르는 게임을 설명만 보고 선뜻 구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 대형 게임들은 출시 전부터 많은 홍보 활동을 하기 때문에, 구입 시 판단 기준이 되는 다양한 정보가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인디 게임은 정말 “모 아니면 도” 심정으로 구입해야 할 때도 있다.
이럴 때 성공 확률을 높여주는 것이 데모다. 데모가 공개된 게임은 실제 게임 플레이를 경험해본 뒤 자신의 취향에 맞는지, 안맞는지를 판단해볼 수 있다. 최근 브루트포스라는 1인 개발사에서 공개한 ‘글라이드’는 데모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 게임은 컴투스에서 개최한 글로벌 게임 개발 공모전 ‘컴:온’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귀여운 고양이가 캐주얼한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상당히 매운 맛 게임이다.

메트로배니아 장르는 다양한 기믹으로 가득한 맵을 돌아다니며, 숨겨진 공간과 아이템들을 찾아내는 것이 특징인 장르다. 이 게임 역시 귀여운 고양이가 점프로 다양한 기믹으로 가득찬 방을 통과하면서 점점 더 세계를 넓혀가는 플레이를 담고 있다.
메트로배니아 장르는 악마성 드라큘라와 메트로이드 프라임이라는 양대 산맥이 존재하며, 이들을 벤치마킹해서 등장한 게임, 대표적으로 할로우나이트, 오리와 눈먼 숲 시리즈 등 히트작들이 많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눈높이도 굉장히 높은 편이다. 인디 게임 수준에서 봤을 때 결과물이 잘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용자들은 몇첫만장 판매된 대형 게임들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볼 때 1인 개발사에서 만든 이 게임은 모든 면에서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인디 게임 특유의 도전적인 참신함이 엿보이는 부분도 있다.

이 게임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초보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흔히 제공하는 튜토리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게임 내 사람의 언어도 아예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가끔씩 등장하는 그림 힌트를 보면서 모든 것을 실제로 몸으로 부딪혀가며 익혀야 한다.
간단한 버튼으로만 표시된 시작 화면을 보고 “1인 개발이라 로컬라이즈 작업이 힘들어서 뺀 것인가?”라는 생각도 해봤는데, 옵션 화면에서도 모든 것이 간단한 아이콘으로 표시된 것을 보면서 개발자의 진심이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주인공인 고양이 입장에서는 어떤 나라의 언어라도 그냥 이상한 그림으로 보일 테니, 철저히 고양이의 입장에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라는 개발 철학인 것이다. 튜토리얼을 통해 학습하게 되는 모든 것들을 레벨 디자인으로 자연스럽게 해결하겠다는 패기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각 방들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기믹도 인상적이다. 보통 사람들은 모니터 화면에 보이는 것들을 근거로 모든 행동을 하게 되는데, 이 게임은 모니터 화면 밖에 있는 것까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한다. 화면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공중으로 점프를 하다보면 모르고 있었던 윗 방으로 넘어가기도 하고, 가장 밑 바닥에 있는 점프대가 몇 칸 위의 방으로 갈 수 있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맵을 이동하다보면 갑자기 화면 전체 색이 바뀌는 경우도 나오는데, 색이 바뀌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발판이 보여서 새로운 길이 열리기도 한다. 아무것도 안보이는 상황에서 무작정 점프 버튼을 누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무런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작은 점프 한번이 새로운 길로 연결되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이번 데모에서는 많은 부분이 막혀 있지만, 공기 방울 기믹이나 레이저 장치 기믹 등 다양한 퍼즐을 경험해볼 수 있다. 처음에는 막막하게 느껴지지만 바로 근처에 부활 포인트가 존재하기 때문에, 여러 번 시도하다보면 결국 방법을 찾아내게 된다. 어린 시절 영어도 일본어도 모르는 상태에서도 경험을 바탕으로 어려운 게임들을 클리어했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물론, 가장 마지막에 접촉한 체크 포인트를 기준으로 부활하기 때문에, 완전히 막힌 상태에서 계속 같은 곳에서 부활하면 게임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구간도 나오며, 아무리 직접 부딪히며 배우도록 설계했다고 해도 손이 느린 초보자들에게는 너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드는 구간도 있다.
현재 공개된 데모 버전이 지난 6월에 공개된 것이니, 정식 출시를 앞두고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으라 믿는다. 남은 기간 완성도를 끌어올려 메트로배니아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게임으로 평가받을 수 있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