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면 사살!’ 완벽한 게임성이 마니아 만든다

어감이 조금 격하기는 하지만 네티즌들이 흔히 쓰는 신조어 중에 '까면 사살'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무언가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이들에 대해 사전 경고를 하는 말이기도 하며, 그만큼 자신들이 그 무언가를 아낀다는 의미를 지닌 표현이기도 하다.

소위 말하는 '개념작', '개념 연예인' 등이 이런 이야기를 듣는 대표적인 대상이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격한 지지를 받는 이런 대상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그건 각 분야에서의 뛰어난 성적과 완성도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이름만으로도 소비 주체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커리어를 쌓아왔다는 점이다.

'까면 사살'이라는 표현은 게임에도 적용된다. 아니. 적용된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범람한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인터넷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게임의 발매 시기가 다가올 즈음이면 이러한 표현을 매우 쉽게 볼 수 있다. 모든 문화 콘텐츠 중에서 이러한 표현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분야가 게임 시장이다. 완벽한 게임성을 지닌 기대작들은 이러한 표현을 듣기 마련이다.

최근 출시 예정인 게임들 중에 이렇듯 게이머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작품이라면 단연 폴리포니가 제작 중인 PS3용 레이싱게임 그란투리스모 5가 있다.


그란투리스모 시리즈는 PS1으로 처음 출시된 이래로 실존하는 차량과 서킷의 외형은 물론 세부적인 특징까지 모조리 구현하는 당대 최고의 현실성을 바탕으로 레이싱 장르의 대표작의 반열에 오른 게임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전작까지 단점으로 꾸준히 지적되던 차체의 충돌 부분을 완전히 개선하고, 전통적인 장점이던 게임 그래픽의 수준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린 것이 게이머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레이스 도중에 날씨가 변화한다거나, 오프로드 레이싱 도중에 먼지가 묻어 차체가 더럽혀 지고 세차를 통해 차를 다시 말끔하게 만들어 내는 등 다양한 시각적인 변화를 제공해 게이머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단지 그래픽만 발전시킨 것이 아니다. 사전에 공개된 게임 플레이 영상을 통해 각 차량이 지닌 특유의 주행성을 게임으로 구현하고, 관성이나 충돌에 의해 차체가 전복되고 망가지는 등의 요소를 선보여 레이싱 게임 마니아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명차를 타고 도로를 주행한다'라는 컨셉을 세우고 그러한 기준에 맞춰 꾸준하게 게임을 발전시켜온 제작사 폴리포니의 장인정신이 절대적으로 이 게임을 지지하는 지지세력을 만들어 낸 셈이다.

최신 작품은 아니지만 해당 장르에 새로운 요소를 도입하거나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낸 게임들 역시 출시 시기에 상관없이 꾸준한 지지를 받기도 한다. 액션 게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평가받는 데빌메이크라이, 닌자 가이덴, 갓 오브 워 시리즈 등이 이러한 경우의 대표적인 예이다.


데빌메이크라이의 경우는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그 명성이 조금 바랜 느낌이 있긴 하지만, 1편에서콤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스타일리시 액션'이라는 개념은 그 이전까지는 다소 투박한 장르였던 액션 게임에 새로운 기치를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또한, 등장하는 적 하나하나와 대전격투게임을 방불케하는 심리전을 펼쳐야 했던 닌자가이덴 시리즈는 마구잡이 액션이 아닌 상대의 동작의 빈틈을 찾아 허를 찔러야 하는 긴장감을 제공했으며, 갓 오브 워 시리즈는 특유의 잔혹함과 거대한 스케일의 액션을 선보여 기존의 액션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재미를 게이머들에게 전달했다.

이러한 시도는 이들 게임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마니아들을 양산해냈으며, 시리즈가 등장할 때마다 이 작품들이 꾸준히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 말 그대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낸 셈이다.

꾸준하게 발전되는 모습을 보이거나, 새로운 개념을 선보이는 게임을 게이머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한정적인 예산 하에 게임을 구매하기 때문에 구매 게임 선정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으며, 이런 이들이 게임을 선택하는 데 있어 '그간 게임이 쌓아온 신뢰'만큼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드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적어도 이 게임은 날 실망시킨 적이 없었지'라는 게임에 대한 이미지는 게이머들이 게임을 선택하는 데 있어 강력한 세일즈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란투리스모 5의 출시를 기다린다는 한 게이머는 "그란투리스모 5를 기다리는 이유로는 게임에 도입된 새로운 요소도 있지만, 그간 이 시리즈가 전해줬던 만족도가 높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라며, "꾸준한 모습을 보이며 게이머와 개발사 사이에 쌓인 '신뢰도'는 이 작품이 가진 또 다른 무기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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