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0년 만에 다시 임진왜란’… 김태곤 PD, “역사 게임으로 승부수”

한국 게임 산업에서 ‘역사’라는 키워드로 다수의 히트작을 선보인 김태곤 PD가 또 하나의 신작 게임을 출시한다. 오는 4월 28일 출시 예정인 “임진왜란: 조선의 반격”(이하 임진왜란)이 그 주인공이다.

‘임진왜란’은 ‘충무공전’을 시작으로, ‘임진록’, ‘아틀란티카’, ‘거상’ 등 PC 패키지게임부터 온라인, 모바일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 ‘역사 게임’을 만들어온 김태곤 PD가 설립한 레드징코 게임즈에서 개발한 신작 게임이다.

특히, 1996년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처음 게임 개발에 뛰어든 이래 30년 만에 다시 임진왜란으로 돌아온 김태곤 PD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

그렇다면 ‘임진왜란’은 과연 어떤 과정에서 만들어진 게임일까? 레드징코 게임즈의 송파 사무실에서 김태곤 PD는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레드징코 게임즈 김태곤 PD
레드징코 게임즈 김태곤 PD

Q: ‘임진왜란’은 어떤 게임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임진왜란’의 본질은 2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임진왜란이라는 거대한 세계관 배경과 무대 속에서 전투와 경영의 재미를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한 명의 캐릭터가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닌 다수의 캐릭터를 가지고 전투를 진행하고, 채집, 거래, 생산을 동시에 수행하며, 경제 활동을 이어가는 구조입니다.

게임의 재미는 액션성이나 피지컬을 활용한 조작도 있지만, 차근차근 성장해 나가는 시뮬레이션의 재미도 있고, 저는 이런 경영 요소가 들어가 있는 것을 선호합니다.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임진왜란 세계관 구현하는 것이었고, 그동안의 경험을 최대한 잘 녹여내 지금의 시점에 어울리게 만드는 것이 게임의 목표였습니다.

Q: 충무공전을 출시한 이후 30년 만에 다시 임진왜란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작품이 그동안 개발 경력의 ‘집대성’이라는 평가도 있는데요?

A. 집대성을 목표로 한 건 아닙니다. 다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보일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동안 만들어온 게임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한 명의 캐릭터가 아니라 여러 캐릭터를 동시에 운용하고, 그 안에서 전략과 경영의 재미를 찾는 구조입니다.

‘거상’이나 ‘아틀란티카’도 마찬가지였고, 이번 작품도 그 흐름 위에 있습니다. 다양한 시스템을 계속 시도해온 결과가 자연스럽게 쌓였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임진왜란 조선의 반격
임진왜란 조선의 반격

Q. 채집과 거래소 기반의 경제 시스템은 ‘거상’을 생각나게 합니다. 이전 작품을 봤을 때 콘텐츠가 방대하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A. 모든 걸 혼자 다 하라는 게임은 아닙니다. 오히려 역할 분담을 전제로 설계했습니다.

현실에서도 농사, 생산, 판매를 혼자 다 하지 않듯이, 게임에서도 자신이 즐길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거래를 통해 해결하는 구조를 지향합니다. 물론 편의성에 대한 요구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해서 계속 보완할 계획입니다.

MMORPG 스타일의 전투
MMORPG 스타일의 전투

Q: MMORPG라는 장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A: 임진왜란이라는 소재 때문에 RTS를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RTS 프로젝트도 별도로 준비 중입니다. 다만 이번 작품에서는 세계관과 경영 요소를 가장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는 장르가 MMORPG라고 판단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대와 시스템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형태가 MMO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워낙 많은 분이 요청하시다 보니 내부에서도 RTS 게임을 하나 준비 중입니다. 이 작품은 추후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거래소
거래소

Q: 경제 시스템과 콘텐츠 소모 구조는 어떻게 설계했습니까?

A: 경제 시스템은 ‘자연스럽게 조정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자원이 과잉 공급돼 가격이 계속 떨어진다면, 그 자원을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를 추가하는 방식입니다. 쌀 가격이 떨어지면 쌀을 활용한 음식 콘텐츠를 추가하는 식으로, 시장 내 수요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주는 구조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시스템이 ‘연금술’입니다. 일반적인 제작 시스템과 달리 레시피가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용자들이 남는 재료를 활용해 새로운 결과물을 시도하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실패 가능성도 존재하고, 수수료도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야 사용되지 않는 재료들이 시장에서 소모되고, 경제가 순환하게 됩니다. 일종의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시스템입니다.

콘텐츠 소비 구조 역시 동일한 철학으로 설계했습니다. 특정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면 보상이 점점 줄어들고, 반대로 이용률이 낮은 콘텐츠는 가치가 올라가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특정 콘텐츠에 이용자가 과도하게 몰리는 현상을 방지하고, 전체 콘텐츠를 균형 있게 소비하도록 유도합니다.

또 거래소와 정보 구조도 개선하고 있습니다. 거래소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던 가격 정보를 인벤토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도록 확장할 계획이며, 약 6개월 단위로 시스템을 보완해 정보 비대칭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시킬 예정입니다.

뽑기 시스템
뽑기 시스템

Q: 경제 시스템은 안정성이 중요합니다. 이 경제 안정성은 어떻게 구현했나요?

A: 가장 중요한 건 시장 왜곡을 막는 것입니다. 그래서 통합 거래소를 도입해 특정 인원이 시세를 좌우하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작업장 문제는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차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구조적으로 대응했습니다. 장수마다 ‘의욕(행동력)’을 두어 무한 사냥이 불가능하게 했습니다. 결국 핵심은 작업장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시장 왜곡도 줄어드는 형태로 구현했습니다.

Q: ‘의욕 시스템’이 게임성에도 영향을 주는 요소입니까?

A: 그렇습니다. 모든 장수를 계속 투입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게 교체하고 운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야구에서도 에이스 선수를 매 경기 투입하지 않듯이, 중요한 전투에 맞춰 전략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경영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순신 장군
이순신 장군

Q: 장수 등급은 어떤 기준으로 설정했나요?

A: 전설 장수들은 생각보다 쉬웠습니다. 실제 역사나 언급 횟수가 많고, 실제 기록에서도 비중이 높아서 대중이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은 역사적 평가가 끝난 인물들이었기 때문이었죠.

그렇다고 ‘전설 장수가 아닌 밑의 단계 장수들은 하급이냐?’라고 하면 그건 아닙니다. 그들 역시 비중은 작을지 몰라도, 이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니까요. 이에 전투와 콘텐츠와 별개로, 채집, 농사, 조선 등 여러 분야의 콘텐츠에서는 이 장수들의 스킬이 필요한 식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등급과 무관하게 매우 매력적인 스킬이나 특정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식이죠. ‘임진왜란’은 여러 길드가 하나의 성을 두고 격돌하는 ‘공성전’부터 ‘점령 레이드’, ‘연맹 대전’ 등 다중 PvP가 도입되어 있는데, 이들의 역할도 상당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임진왜란_명량 난사전
임진왜란_명량 난사전

Q: 일본 장수가 SSR 등 높은 등급으로 등장합니다. 일본 장수들의 표현에 대한 고민은 없었습니까?

A: 굉장히 많았습니다.(웃음) 과거에는 일본군을 정상적으로 묘사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었고, ‘충무공전’이나 ‘임진록’에서도 굉장히 사악한 악으로 그려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과의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고, 여유가 생겨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최근 영화에서도 적을 단순한 악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빌런이 강하고 매력적이어야 주인공의 매력도 강하게 상승하니까요. 일본이 강할 수록, 그들을 이긴 우리의 가치도 더 커집니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는 일본 장수들도 전설급으로 설정하고, 능력과 매력을 객관적으로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Q: 후반 콘텐츠와 엔드게임 구조는 어떻게 설계되어 있습니까?

A: 후반 콘텐츠의 핵심은 공성전입니다. 다만 일반적인 MMORPG에서 흔히 보이는 ‘대규모 한 번 싸우고 끝나는 공성전’과는 방향이 조금 다릅니다.

우선 PvE 측면에서는 단순한 몬스터 사냥이 아니라 ‘그룹 단위 전투’가 중심이 됩니다. 여러 장수를 어떻게 조합하고 운영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구조이고, 이 과정에서 장수들의 개성과 역할이 더 뚜렷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장수는 불을 활용한 공격에 특화되어 있고, 또 다른 장수는 날씨나 환경을 바꾸는 식으로 전투에 영향을 주는 식입니다. 이런 전략적 요소들이 후반으로 갈수록 더 중요해집니다.

공성전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기존 RPG에서 공성전은 ‘큰 전투니까 재미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지만, 실제로는 피로도가 높고 몇 번 반복되면 재미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는 공성전을 ‘짧고 반복할 수 있게’ 설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대규모 수백 명 단위 전투가 아니라, 4~5명에서 많아야 10~20명 단위의 소규모 공성전을 여러 번 경험하도록 하는 구조입니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이 부담 없이 참여하면서도 전략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공성전
공성전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즉시성’입니다. 일반적으로 공성전은 일정 기간 성장 이후에야 참여할 수 있는 엔드 콘텐츠로 인식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게임 시작 초기부터 공성전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실제로 첫날부터도 참여가 가능한 구조이며,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콘텐츠 이해도를 높이고 반복 플레이를 유도하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PvP 구조도 확장할 계획입니다. 길드 단위 공성전뿐 아니라 서버 단위 리그전, 상위 랭커 간 대결 등 다양한 경쟁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e스포츠 형태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으며, 공수 교대 구조나 전략 변화, 장수 메타 변화 등을 통해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또한 AI 기반 필드 공성전이나 점령전 형태의 콘텐츠도 준비 중입니다. 이는 단순 PvP가 아니라 PvE와 PvP가 혼합된 형태로, 더 다양한 전투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산 해상전
한산 해상전

Q: 이미지에 AI 활용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한 논란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A: 사실 AI는 이미 업계 전반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저희도 참고 자료나 아이디어 단계에서는 활용했지만, AI가 모든 것을 해주진 못합니다. 특히, 역사 인물은 AI로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데이터가 부족해서 이순신 장군이나 조선 장수들이 중국, 왜군 스타일로 그려지는 등 왜곡된 결과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에 핵심 캐릭터는 모두 직접 그려진 결과물이고, 다수의 장수들 역시 내부 팀에서 제작한 디자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게임을 기대하는 이용자들에게 한마디.

A: 30년 동안 개발을 하면서 느낀 것은 “나는 B급 개발자구나”하는 것이었습니다. 스스로가 어떤 개발자인 것을 알게 되었고, 그만큼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제 게임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개인적으로 문화 콘텐츠는 100인이 만들면 100색이 나오는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역사’라는 소재로 시장에 없는 게임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임진왜란’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저희 게임이 최고의 게임은 아니지만, 모든 이용자들이 게임을 즐기면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했으니, 한번 시간 내서 즐겨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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