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림은 계속된다.. 주욱~
필자는 가끔 꿈을 꾼다. 외계인이 지구에 불시착한 후,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도망다니다가 조금씩 과자같은 것도 먹고 비둘기 같은 것도 잡아먹어 힘을 쌓아 마침내 지구를 정복하는 꿈을...

"아이쿠! 나와 비슷한 사상을 가진 사람이 지구 어디엔가 있었구나!" 싶어 냉큼 그 게임을 집어 들었다. 무슨 게임이냐고? 이름부터가 괴상한, '괴혼'. 그래 '괴혼'이 바로 그 게임이다.
일부 사람들은 이 게임을 보고, 귀여운 왕자가 나오는 코믹 액션물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속지 말지어다. 이 게임은 분명히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기 위해 사전적으로 제작한 게임이 틀림없다(남코사를 찾아가서 이 게임을 만든 사람을 딱! 하고 때려보면 '꿀라 깔라낄라(외계어로 왜 때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여하튼 간에, '세컨드 임팩트' 보다도 더욱 무시무시하고 거친 인류 침략 계획, '괴혼'을 알아보도록 하자. 긴장을 풀지 않는 게 현명할 것이다.

지구의 모든 물건이 이렇게 붙어서 엉망이 된다. 외계 과학력의 힘!
간단명료한 시스템, 괴혼의 본질은 '붙임'
우선 PS2로 이 게임을 한 번이라도 즐겨봤던 게이머들이라면 이 게임이 얼마나 쉽게 전개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게임은 별다른 타이밍을 요하지 않으며, 복잡한 조작법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저 캐릭터를 이리저리 원하는 위치에 가져다 놓기만을 반복하면 된다. 그렇다고 이 게임이 단순하고 쉽느냐? 라고 질문한다면 그 질문 자체도 '노'라고 하겠다. 하염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접근 자체가 쉽다고 해서 이 게임의 난이도가 낮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흠, 아직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에 제대로 이해가 잘 가지 않겠지만 조금만 더 참고 아래쪽으로 글을 읽어 내려가보자).

붙이고.. 또 붙이고..
'괴혼'은 기본적으로 3단 구성을 가지고 있다. 순서를 보면 "1. 누군가가 주인공에게 다가와서 덩어리를 만들어달라고 부탁을 한다." "2.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볼에 아무거나 마구 붙여 제한 시간 내에 일정한 크기 이상의 덩어리를 만든다." "3. 시간이 되면 평가." 이런 구성이다.
'괴혼'의 캐릭터는 시작하면서 조그만 공을 들고 있는데, 여기에는 비슷한 크기의 것들은 무엇이든 다 붙일 수 있다. 너무 작은 물건은 붙여도 별 도움이 안되고, 너무 큰 물건은 붙일 수 없다. 따라서 처음에 게임을 시작하면 자기가 붙일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물건을 찾아서 돌아다녀야 한다. 붙이는 데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물건 쪽으로 이동만 하면 알아서 자동으로 물건이 붙게 된다. 그렇게 마구 붙여서 공 크기를 키우면 점점 붙일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 그래서 처음에는 연필, 지우개, 탁구공 같은 조그마한 것을 붙이면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빌딩, 섬 등 몇 백 미터가 넘는 것까지도 마구 붙일 수 있게 된다.

마구 붙인 덩어리는 섬으로 만들어진다

섬이 되었다
알았는가? '괴혼'이란 게임은 이렇게 붙이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는, 처음부터 끝까지 '붙이는' 게임이다. 다른 게임처럼 복잡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닥치는대로 '붙이기만 하면 되는' 게임인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의 매력은 단순히 붙이는데 있는 것만은 아니다. 다른 여러가지 요소로 인해, '괴혼'은 정말 '특별한 게임'으로 완성되었다.
기획자가 게임 속에 마구 붙여놓은, '괴혼'의 이색적인 감각들
이 게임은 어쨌거나 '붙인다'는 단 하나의 테마만을 가지고 진행되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 보면 식상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이
게임의 기획자는 그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가지 기발한 장치를 심어놓았다.
우선 가장 돋보이는 것은 이 게임의 세계관이다. 이 게임은 '세상에서 가장 힘세고, 느끼한' 아버지와 '연약하고 미숙해서 열심히 시키는대로 해야하는' 아들 간의 묘한 대립을 다루고 있다.

변태틱한 아버지

말투도 요상하다
이 게임 속에서 '아버지'란 존재는 거역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로, 그야말로 '괴혼'의 세계관을 뒤흔드는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더욱 이 아버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앙드레 김'을 연상시키는 느끼한 말투(중간 중간에 영어를 섞어 쓰는 것은 정말 흡사하다),그리고 변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인 섹시한(?) 타이즈 복장 등 평범함과는 거리가 있는 괴상한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요상한 음악과 함께 갑자기 등장해서, 뇌를 쏙 빼먹을 정도로 엽기적인 모습의 아버지가 화면을 메우는 모습을...
물론 처음부터 그다지 '혐오스럽지 않게' 구성한 탓에 그저 미소를 한 번쯤 지으며 넘어가면 되지만, 만약 현실에 그런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본다면 정말로 '특이한' 존재라고 생각이 들 것이다. 게다가 미션을 실패했을 때, 당신에게 사랑의 펀치를 날리면서 슬퍼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엽기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화면에 굉장히 조그맣게 등장하는 왕자. 걷는 모습이 애처롭다
반면에 이런 아버지란 모습에 대응하는 왕자의 모습은 흡사 조그만 애완동물 같다. 애완동물이라곤 하지만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귀여움과 달리, 그의 귀여움이란 안아주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너무 너무 가냘픈' 모습이다. 하루종일 애처롭게 공을 굴려야 하는 그의 모습은 손으로 꾸욱 누르면 '삐익-' 소리를 내며 기절해버릴 것 같은 느낌이며, 또 걷는 모습도 어설프고 애처로워 여성들로부터 모성 본능을 마구마구 뽑아내기에 충분하다.(누가 왕자 아니랠까봐).하지만 이 왕자가, 세상의 모든 것을 마구 붙여대고 결국 커다란 항공모함급의 배, 킹콩이 떨어져 죽을 것 같은 높은 빌딩까지 삼켜버린다는 걸 알면 아마 다들 놀라워 하지 않을까 싶다(코믹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제대로 못하면 아버지에게 펀치를 맞는다
이렇게 아버지와 아들로 이루어지는 세계관을 뒤로 하고, 게임을 조금만 플레이 해보자. 곳곳에서 게이머의 웃음샘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넘친다는 걸 알 수 있다. 단순히 작을 때는 개구리나 참새같이 작은 동물들만 붙일 수 있지만, 점점 덩어리가 커지면 사람, 나아가서 소, 나중엔 킹콩같은 거대한 생물체도 모두 붙일 수 있다. 막 붙여낸 동물들이, 끈끈이에 붙은 것 마냥 당황하는 소리를 내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걸 보면 그만 웃음보가 터지고 만다. 투박하게 각이 지고, 크게 이쁜 그래픽으로 묘사되어진 생물들은 아니지만 그들이 가지는 어설픈 움직임과 효과는 일품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전봇대를 붙이고, 돌을 붙이고, 게임 상에 바닥만 빼고 모든 것을 다 붙일 수 있다는 설정은 '이런 것도 붙일 수 있어?'라는 놀라움을 준다. 또 일정 수준 덩어리가 크고 나면 '지이잉~'이란 효과와 함께 덩어리가 더 크게 되었음을 나타내주는 효과는 이 게임을 즐기는 이유, 즉 동기감을 느끼게 해주는데 일조한다.

캐릭터들의 코믹한 대사도 즐길거리
또 최대 4인이 대결을 펼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게이머와 함께 모이면 더욱 즐거운 경쟁적(?)굴리기를 시연할 수 있을 것이며, 2D로 구성된 복고풍 버전의 부록 게임도 당신의 굴림 스타일을 자극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그외에도 친척모으기, 사진 모음 등 그럭저럭 즐길만한 것들이 조금씩 모여있다.
게임을 즐기는 묘미는 이런 것
하지만 여러 양념 요소가 있다고 해도, 결국 이 게임의 포인트는 정해진 시간 안에 일정 크기 이상의 덩어리를 만드는 것이다. 어떤 효과를
어떻게 쓰던 간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대 크기의 덩어리를 만드는 게 목적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관점으로만 게임을 바라보자면(특히
PS2로 이 게임을 즐겨봤던 게이머라면)다소 이질감을 느낄 수 있다.
우선 PS2에서는 듀얼쇼크에 있는 두 개의 아날로그 스틱이 있어 조작이 용이했었던데 반해, PSP의 단독 아날로그 스틱과 버튼만으로는 주인공을 조종하는데 다소 불편하다. 나름대로 오래 플레이하면 익숙해질 수 있지만, 적어도 자유자재로 조종이 가능하게 되는 것은 PSP의 오돌토돌한 아날로그 스틱의 우둘투둘한 부분에 당신의 엄지 손가락이 오랜기간 맞닿아 딱딱하게 굳어진 후가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색다른 재미를 살펴보자
또 하나는 굴리는 자체의 쾌감에 맞추어서도 '실력'이 요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굴리면 되는 일에 어떤 실력이 필요하냐고? 결과부터 말하자면, 아주 많이, 배리 머치하게 필요하다.(헉, 갑자기 아바마마스러운 말투가…)어린 시절, 초등학교 때 운동회에서 공굴리기를 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공이 만약 동그랗지 않고 삐뚤빼뚤하다면 어떻겠는가? 동그란 공보다 굴리는 게 힘들 것 아니겠는가. 이런 점은 '괴혼'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게임에서도 가능한 덩어리를 동그랗게 만드는 것이 이동속도가 빨라져서 더 많이 붙일 수 있다. 어떤 뭉툭한 덩어리가 붙게 되면 그 녀석에 맞추어 전체적으로 동그랗게 다른 걸 붙여주어야 더 빨리 덩어리를 굴릴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굴리는 도중에도 가속도가 붙기 마련, 관성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높은 데서 아래로 굴러 내려오면서도 자신이 더 많이 붙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또 덩어리의 제어가 가능하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게다가 덩어리보다 1/3높이 되는 정도의 난간은 왕자가 힘으로 밀어 올려서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히 자신이 포지션을 맞추어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흐르고 끊임없이 계속되는 굴림과 굴림, 그 사이에 철학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이 게임은 귀여움, 쾌감, 새로운 세계관을 만남으로서 다가오는 행복 등 색다른 게임에 대한 경외감을 첫인상으로 느낄 수
있다. 또 중반부로 넘어와서는 '실력' 위주로 스테이지 클리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며, 후반부로 가면 이 게임이 계속적으로 굴려야 한다는
사실을 드디어 깨닫게 되고 '더 이상 굴리고 싶지 않아'를 외치게 될 것이다.

2D 괴혼. 나름대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누가 이 게임을 구입하건 간에, 그리고 굴리고 굴리고 또 굴려도, 이 게임을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굴릴수록 점점 늘어나는 주인공의 친구들, 성능도 생김새도 비슷하지만 그들은 각자 그들의 철학이 있으며 그들만의 굴리는 법칙이 있다. 직접 말이라도 걸어보라, 너무나도 가냘프면서도 잘난척하는 그들은 귀여움의 극치다. 누구든지 그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다.
또한 당신에게 의뢰한 수많은 동물들, 왕인 아버지가 홍수를 일으켜 섬이 없어졌다며, 자신만의 섬을 만들어달라는 그들의 얘기를 곰곰이 들어보라. 누구라도 아마, 부탁을 져버리는 냉정함을 보이지 못할 것이다.
자아, 오늘도 달려보자. 붙이는 것이다. 굴리는 것이다. 무엇이든 굴리고 붙여서, 지구 정복을 하는 것이다. 세계의 모든 것을 다 붙이는 그날까지, 굴리는 것을 멈추지 말 지어다. 당신이야 말로 '괴혼'의 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