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소희' '손녀시대' 재미있는 닉네임의 세계

사례1) '4:4 새천년이 어떤X이여'. 지난 2000년 초, 전 세계가 밀레니엄 시대를 맞아 떠들썩할 무렵 기자가 '스타크래프트' 배틀넷에서 본 방제목이다. 수많은 방들이 눈을 어지럽히는 배틀넷이었지만 기자는 그 방에서 게임을 플레이 할 수밖에 없었다.

사례2) 최근 진행된 모 게임의 클로즈 베타 테스트에 참여했던 기자는 캐릭터 생성 후 사냥을 위해 마을 밖으로 나선 이후 약 10분가량 게임을 제대로 플레이 하지 못했다. 만나는 게이머들마다 닉네임이 '손녀시대' '어머니께효도르' 등 각종 패러디 혹은 말장난 식으로 구성돼 웃기 바빴기 때문이다.

기자가 처음 온라인 게임을 시작할 때만 해도 역사 속 유명인이나 연예인, 우상, 소설 혹은 만화책 주인공이 다수를 차지했던 게임 캐릭터 닉네임이 몇 년 안 되는 시간 속에서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제 '감개토대왕' '나잇힝게일' 등의 닉네임은 어느새 구식이 돼버렸다. 지금부터 개성 표출의 장을 넘어 유행을 반영한 다양한 닉네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표절은 식상하다, 패러디의 세계


위에서 언급했듯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여성 그룹 '소녀시대'를 패러디한 '손녀시대'와 같이 유명인 혹은 영화, 책 등을 패러디한 닉네임은 아직까지도 유행하고 있다. 그렇다고 '원더걸스' 패러디 '원더검스'와 같은 닉네임은 생각하지 말도록 하자. 게이머들이 생각하는 닉네임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윈디소프트에서 서비스하는 액션 온라인 게임 '겟앰프드'와 '버즈펠로우즈'에서는 유명 애니메이션 '달려라하니'를 패러디한 '달려야하니', 드라마 제목을 살짝 변형한 '대추나무사람걸렸네'와 '운도형밴드' '신반드의보험' '니콜키크드만' '여자라서햄볶아요' '홈런왕편승엽' 등 연예인, 위인, 소설, 영화, 광고 카피 문구 등을 중간 글자 하나, 비슷한 운율이나 발음을 통해 변형한 다양한 패러디 닉네임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닉네임은 당시의 트렌드 혹은 누구나 알기 쉬운 단어인 만큼 생각하거나 이해하기 쉬우며, 약간의 변형만으로 전혀 색다른 뜻이 될 수 있어 많은 게이머들이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시리즈로 뭉친다


범국민적인 인기로 전국을 '텔미' 열풍에 빠트린 인기 여성그룹 '원더걸스'를 좋아하는 기자는 몇몇 게임에서 '만두소희'라는 닉네임을 사용한다. '원더걸스' 멤버 중 가장 좋아하는 멤버의 이름과 그 멤버의 별명을 합성한 닉네임인데, 게임을 플레이하던 기자는 곧 '안소희'(본명) '난소희'(나는 소희)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게이머들을 만났고, 그들과 친구를 맺게 되었다. 이처럼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시리즈를 구성하는 닉네임도 다수 존재한다. '어머니께효도르' '아빠께효도르' '할머니께효도르' 등 어른에 대한 호칭과 '효도'라는 단어를 연상시키는 전 프라이드FC 헤비급 챔피언 효도르 선수를 합성한 '효도르' 시리즈, '3학년1반' '2반' '3반' 등의 학교 시리즈 등 많은 게이머들이 함께 있을 때 눈길을 끄는 시리즈 닉네임을 사용하기도 한다.

*지금 제 상황은 닉네임을 보세요


단순히 따라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상황이나 사상을 반영한 닉네임도 다수 존재한다. 계속 다른 플레이어에게 죽임을 당하는 저레벨의 서러움은 '옷깃만스쳐도죽은척'과 같은 닉네임을 낳았으며, 게임머니가 없을 때 해야 하는 노가다 플레이는 '난이제지쳤어요앵벌'과 같은 닉네임을 만들어냈다. 이 외에도 저레벨 게이머들의 빠른 레벨업을 기원하는 '형은니렙에똥도참았다' '니렙에잠이오니'와 같은 닉네임도 있었으며, 이러한 고레벨들의 촉구에 대항하는 '싸보이지만괜찮아' '제렙에잠이와요'와 같이 자신만의 게임 라이프를 묵묵히 해쳐가는 닉네임도 있었다.

게임 플레이와는 다르게 실제 자신의 상황을 대변하는 닉네임이나 길드명도 있었다. 몰래 게임하는 학생의 심경을 토로하는 듯한 '엄마는도서관에있는줄알겠지' 길드, 밤낮으로 와우만 하는 자신 혹은 다른 게이머들을 훈계하려는 듯한 '컴터는와우하라고사준게아닐텐데' 길드도 간혹 눈에 띄었다. 이 외에도 '아무도받아주지안아서 우리끼리만들었다' 길드,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 어디까지써지나보자' 길드 같이 힘겨운 상황이나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만들어진 길드 제목도 인상적이었다.

*내 발상은 따라오지 못할걸?


정말 기발한 발상으로 보는 순간 웃음 및 상황을 알 수 있게 하는 신선한 닉네임도 있었다. '감자캐러 갔는데등에 흙은 왜 묻어' 길드는 보는 순간 웃음을 짓게 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상상을 펼치게 해 순식간에 각종 웹사이트와 게임을 통해 유명 길드가 됐으며, '마님은왜돌쇠에게만쌀밥을주는가'와 같은 길드명은 재미와 호기심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다섯시칼퇴근'이라는 길드의 길드 마스터 아이디는 '공무원', '니가아무리불효자라도나를치진않겠지' 길드의 길드 마스터는 '엄마'였다.


이중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알렉스트라자 서버에서 활동 중인 '감자캐러 갔는데 등에 흙은 왜 묻어' 길드의 길드 마스터 멍돌이주인을 만나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아무 이유 없이 그저 재미있는 길드명을 찾다가 만든 것뿐이고, 그것 때문에 게임에서 굉장히 유명해졌다고 답해서 기자를 실망스럽게 하기도 했다.


*성인의, 성인에 의한, 성인을 위한


위의 닉네임들은 어떠한 재미와 교묘한 말장난을 통해 연소자 등급을 받은 닉네임들이라면 성인 게이머들을 위한 닉네임도 다수 눈길을 끌었다. '새천년'에 이어 기자가 배틀넷에서 많이 본 방 제목 중 하나는 '형부언니나갔어요'와 같이 묘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19금 방제목 이었으며, 최근에도 다양한 게임에서 '최양을피하는방법' '살흰애추억' '헨델과그랬데' 등 성인 영화 제목을 연상시키는 듯한 닉네임이 종종 보였으며, 이 외에도 기사에는 언급하기 곤란한 수위조절이 필요한 성인용 닉네임도 다수 있었다.

*개성 표출을 넘어 경쟁의 장으로


온라인상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현금 거래에 언제부터인가 계정이나 아이템 외에 닉네임을 사고파는 행위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로 인해 게이머들은 새로운 게임이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시작하거나 신규 서버가 열릴 때면 닉네임 선점을 위한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이처럼 닉네임은 수많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장비와 레벨로 다른 게이머들 사이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시대는 갔다. 이제는 캐릭터 명과 길드 명에 신경 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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