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너무 재밌는데, 개발사만 정상화되면..." ‘스타워즈 제로 컴퍼니’
스타워즈 게임에 새로운 기대주가 등장했다. 지난 8월 27일 출시된 ‘스타워즈 제로 컴퍼니’(이하 ‘제로 컴퍼니’)가 그 주인공이다.
'제로 컴퍼니'는 비트 리액터(Bit Reactor)가 루카스필름 게임즈와 협업해 개발하고 EA가 선보인 싱글 플레이 턴제 전술 게임이다.
특히, '스타워즈 제다이' 시리즈로 스타워즈 게임의 감을 잡은 듯한 EA가 선보인다는 것과 ‘엑스컴: 에너미 언노운’, ‘엑스컴2’ 등 ‘엑스컴’ 시리즈 개발에 참여했던 인력이 다수 포진해 있는 '비트 리액터'가 만드는 턴제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플레이한 ‘제로 컴퍼니’는 "영화는 시퀄 때문에 망했으니, 이렇게 게임에서라도 여러 장르의 스타워즈를 만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될 만큼 스타워즈 팬과 게임 이용자 모두를 충족시킬 만한 작품으로 등장한 모습이었다.
제로 컴퍼니의 게임 시스템은 '엑스컴'을 플레이한 이들이라면 아무 문제없이 자연스럽게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다. 엄폐물을 찾아 이동하고, 명중 확률을 확인해 공격하며, 적이 움직일 경로에 ‘경계 태세’를 설정하는 전투 방식부터 여러 대원을 모아 하나의 분대를 구성하고 이들을 성장시키는 과정까지 ‘엑스컴’ 시리즈를 즐겨본 이용자라면 금세 익숙해질 만한 요소가 곳곳에 등장한다.



물론, 시스템이 비슷하다고 해서 단순히 스타워즈의 외형만 씌운 수준은 아니다. 먼저 전투와 이동의 경우 액션 포인트(AP)를 소모하며, 공용 자원인 ‘어드밴티지’를 소모해 광역 공격을 시전하거나, 강력한 지원 공격을 요청하고, 분대 전체의 명중률을 끌어올리는 등 다양한 전투의 변수를 준다.
특히, 재장전이 필수로 들어가 있는 엑스컴식 전략 게임들과 달리 레이저를 발사하는 무기인 '블라스터'를 사용하는 스타워즈 세계관에 걸맞게 별도의 재장전이 필요하지 않아 전술 난도가 확 낮아진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었다.



게임 진행은 선택과 집중에 크게 좌우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은하계 지도에 등장하는 여러 작전과 전술 미션은 일정 턴 안에 해결해야 하며, 각자 크레딧(자금), 영향력, 유틸리티, 고급 장비 등의 보상을 지급한다.



아울러 미션을 해결하면 해당 구역의 영향력이 오르는데, 이 영향력 단계에 따라 여러 추가 혜택이 주어져 한 구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상위 보상을 받거나, 여러 구역에서 영향력을 골고루 확보해 보상을 늘리는 등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물론, 메인 스토리 미션은 짧으면 3턴, 길어도 7턴 이내에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미션과 조사에 상당히 심혈을 기울여야 하며, 돌발 위기 미션도 종종 등장해 어떤 미션을 먼저 선택해야 할지 매 턴마다 긴장감이 느껴지는 것도 게임의 몰입도를 높이는 부분이었다.



이렇듯 게임 시스템은 ‘엑스컴’과 유사한 모습이나 캐릭터들의 스토리와 육성 시스템은 스타워즈의 향기를 물씬 풍기고 있는 모습이다.
먼저 캐릭터 육성의 경우 각 캐릭터마다 샤프 슈터, 지휘관 등 다양한 직업을 선택할 수 있으며, 임무 혹은 기지 발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포커스 포인트’로 능력과 패시브 효과를 강화할 수 있다.



특히, 이 포커스 포인트는 다른 직업을 선택할 때마다 다시 회수되기 때문에 하나의 캐릭터를 여러 형태로 육성하는 재미도 제공해 캐릭터 성장의 자유도를 부여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었다.
또한, 함께 임무에 투입된 대원들의 친밀도가 높아지면 ‘크로스 트레이닝’을 통해 영구적인 능력치 보너스나 새로운 패시브 효과를 얻는 시스템도 등장한다.
이에 단순히 능력치가 높은 캐릭터들만 골라 출전시키는 것보다 서로 궁합이 좋은 대원을 꾸준히 함께 투입하면서 하나의 분대를 만들어가는 재미가 상당했다. 더욱이 높은 난도에서는 부상이 누적된 대원이 영구적으로 사망할 수도 있어 오랫동안 키운 대원 하나하나에 자연스럽게 애착이 생길 정도였다.



캐릭터들의 개성 역시 매우 뚜렷하다. ‘제로 컴퍼니’에는 클론 트루퍼와 드로이드, 저격수, 용병 등 스타워즈 세계관에 등장하는 메인 종족과 병종이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등장한다. 이 중에서도 본 기자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제다이와 만달로어인을 직접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일례로 제다이 파다완 ‘텔레아 보코스’는 다른 병종과 아예 다른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매우 이질적인 스킬과 행동 패턴을 지니고 있다. 광선검을 이용해 근접 공격을 펼칠 수 있고, 포스를 이용해 적을 밀쳐내거나 끌어당기는 기술을 사용할 수 있어 엄폐물 뒤에 숨어 있는 적을 강제로 끌어낼 수 있다.



특히, 경계 사격 대신 블라스터를 튕겨내는 반격 태세를 취할 수 있어 적진 한복판에 폭탄을 심어 놓는 식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물론, 이 반격은 방향이 잘 맞아야 하기 때문에 반격 태세가 향한 방향의 반대편에 있는 적을 필사적으로 제거해야 하는 사소한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여기에 만달로어인 ‘클라이 쿨레르보’는 제트팩을 이용해 전장을 누빌 수 있으며, 필살기를 통해 제트팩으로 적진에 뛰어들면서 주변 적을 밀쳐내거나 화상 효과를 주어 다른 캐릭터들과 확연히 다른 플레이를 보여준다.
물론, 모든 부분이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기자가 처음 게임을 플레이했을 당시에는 적 증원이 등장하는 곳에 경계를 설정하면 적들이 움직이지 않으며 게임 진행이 잠시 멈추는 현상이 발생하거나, 더미 세이브 데이터가 생성되어 메인 화면에서 ‘이어하기’를 선택하면 게임이 아예 뻗어버리는 등 안정성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했다.


다행히 개발진도 대응하기는 했다. 지난 9월 9일 배포된 1.1 패치를 통해 각종 크래시와 세이브 데이터 관련 문제를 비롯해 경계 태세가 의도하지 않은 대상을 공격하거나 범위 밖의 적에게 발동하는 현상 등 상당수의 오류가 수정됐다. 이를 통해 기자가 플레이 초반 경험했던 불안정한 모습도 현재는 어느 정도 개선된 상태이지만, 여전히 사소한 단점은 곳곳에서 보이는 중이다.
더욱이 개발사인 비트 리액터가 출시 직전 전체 직원의 약 80%를 무급휴직 처리해 현재 소수의 인원이 패치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도 게임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이 직원들이 다시 돌아와 게임을 가다듬고 후속작까지 제작하는 긍정적인 시나리오도 있으나, 현재 EA가 사우디 자본에 인수되어 내부 정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기대보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것을 고려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제로 컴퍼니’는 ‘스타워즈와 엑스컴을 합치면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상상을 제대로 만들어낸 게임이었다.
턴제 전략 게임으로서 기본기도 충실하고, 대원을 육성하고 관계를 쌓으며 자신만의 부대를 만드는 재미도 충분하다. 무엇보다 제다이가 포스로 적을 날리고, 만달로어인이 제트팩으로 전장을 가로지르는 등 스타워즈라는 IP를 단순한 배경이 아닌 실제 게임 플레이로 풀어낸 점은 높은 점수를 줄 만했다.
특히, “음 이 개발자들은 스타워즈를 잘 알고 있군”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세계관의 이해도가 매우 높아 오랜만에 스타워즈의 세계에 흠뻑 빠져 게임을 즐길 수 있을 정도였다.

과연 한때 스팀 글로벌 판매 1위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준 이 ‘제로 컴퍼니’가 회사의 불투명한 미래를 극복하고 스타워즈 IP의 새로운 히트작 시리즈로 거듭날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