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4천조 기업 ‘아마존’은 왜 게임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을까? [게임 인더스트리]
아마존은 온라인 쇼핑부터 클라우드, 물류, 영상 스트리밍까지 전 세계 IT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입니다.
한때 시가총액 3조 달러(한화 약 4천조 원)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지닌 아마존이지만, 유독 게임 시장에서는 좀처럼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5년부터 이어진 대규모 인력 감축과 프로젝트 축소에 이어 올해는 아마존게임즈가 서비스하고 있던 MMORPG의 운영까지 원개발사로 전환하면서 게임 산업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8월 12일 아마존게임즈는 스마일게이트RPG가 개발한 ‘로스트아크’의 서구권 서비스를 오는 2027년 초부터 스마일게이트가 직접 맡는다고 발표했습니다. 여기에 엔씨소프트의 ‘쓰론 앤 리버티’(TL) 역시 2026년 4분기부터 서구권 라이브 운영을 퍼스트스파크 게임즈와 엔씨가 맡게 되었죠. 이 두 게임이 아마존게임즈의 매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사실상 서비스 철수를 한 것입니다.
게임에 진심이었던 아마존, 돈도 아끼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아마존이 처음부터 게임 사업에 소극적이었던 기업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2010년대 중반의 아마존은 막대한 자금과 자사의 IT 인프라를 이용해 게임 시장의 새로운 거물로 성장하려는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아마존은 2014년 ‘킬러 인스팅트’, ‘사일런트 힐: 홈커밍’ 등을 개발했던 더블 헬릭스 게임즈를 인수했고, 세계 최대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성장하던 트위치를 9억 7,000만 달러에 인수했고, 자체 게임 엔진 ‘럼버야드’와 클라우드 서비스 AWS를 더해 자사의 게임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뜻을 밝혔죠.

2016년 아마존은 트위치콘에서 ‘브레이크어웨이’, ‘크루서블’, ‘뉴 월드’ 등의 대형 신작 3종을 한꺼번에 공개했습니다. 여기에 한국 대형 MMORPG인 엔씨의 ‘TL’과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의 서구권 퍼블리싱을 맡으면서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많은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돈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블룸버그는 지난 2021년 아마존의 게임 조직이 대형 게임 개발을 위해 연간 약 5억 달러를 소진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게임 산업에서 오랜 시간 경력을 쌓은 이들을 연달아 영입해 책임자로 임명하기도 했죠.
투자 대비 효율이 좋지 못했던 게임 산업
하지만 결과는 아마존이 기대했던 것과 크게 달랐습니다. 2020년 출시된 ‘크루서블’은 AAA급 슈팅 게임으로 개발됐고, 매우 큰 기대를 받은 작품이었지만, 게임에 대한 혹평이 이어져, 출시 한 달 만에 정식 출시된 게임이 다시 비공개 베타로 되돌아가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으나, 결국 출시 5개월 만에 개발이 종료됐습니다.

여기에 직접 개발 및 퍼블리싱을 맡은 ‘뉴 월드’가 출시 직후 스팀 최고 동시접속자 90만 명 이상을 기록하며, 스팀 역대 최고 동시접속자 순위 5위를 기록하며 초반 흥행에 성공했으나, 결국 콘텐츠 부족과 각종 버그 등으로 인해 부진을 겪어 2025년 콘텐츠 개발이 종료됐습니다.
또한, 야심차게 추진했던 트위치 인수 역시 이용자 규모나 영향력 측면에서는 성공했지만, 정작 수익성에서는 계속 어려움을 겪어 2024년 1월 댄 클랜시 트위치 CEO가 직접 “현재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2021년 아마존 게임 조직이 AAA급 게임 개발 등에 연간 약 5억 달러(한화 6,914억 원)를 사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많은 비용이 투자되고 있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AI 광풍에 합세한 아마존. “게임 사업의 직격타”
이러한 게임 사업의 부진이 이어지자 2025년 아마존은 본격적으로 게임 사업을 축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2023년부터 2년에 걸쳐 트위치 직원 900여 명을 감축한 아마존은 지난해 10월 전 세계 조직에서 약 1만 4,000개의 직책을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했는데, 이 과정에서 아마존게임즈 역시 큰 영향을 받아 상당수의 프로젝트가 취소됐습니다.
실제로 스티브 붐 부사장은 내부 메시지를 통해 자체 AAA 게임 개발, 특히 MMORPG와 관련된 개발 업무 상당 부분을 중단한다고 밝혔고, 내부 개발 스튜디오 및 중앙 퍼블리싱 조직에서 상당한 인력 감축이 진행됐습니다.

여기에 지난 1월 다시 약 1만 6,000개의 직책을 줄이는 또 한 번의 대규모 구조조정에서 2018년부터 아마존의 게임 사업을 이끌었던 크리스토프 하트만이 퇴사하는 등 주력 인사들이 짐을 싸기도 했습니다.
또한, ‘TL’과 ‘로스트아크’의 퍼블리싱은 원개발사에게 이전한다고 밝혀 아마존게임즈의 매출에 큰 부분을 차지하던 게임들 역시 아마존의 품을 떠난 상황이죠.
설상가상 아마존은 생성형 AI를 향후 회사의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2026년 약 2,000억 달러(한화 약 276조 7천억 원) 규모의 자본을 설비투자(CAPEX)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이 투자 비용 중 상당 부분이 AWS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구축, 자체 AI 칩 ‘트레이니엄’ 등의 개발에 배정됐습니다.
또한 2023년 AI 스타트업 엔트로픽에 40억 달러 투자에 이어 2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는 등 AI 기업에 대한 투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입니다. 이러한 회사의 AI 중심 정책에 게임 산업은 점점 더 자리를 잃어가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시총 4천조에 달하는 아마존에게도 게임 사업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물론,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아마존 루나’는 여전히 운영되고 있으며, ‘툼 레이더’ 프로젝트 등 외부 개발사의 게임 퍼블리싱 사업도 여전히 남아있지만, 수억 달러를 투자해 새로운 AAA급 게임을 만든다는 초반의 포부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는 게임 산업에 남긴 꽤 흥미로운 사례이기도 한데요. 아마존은 자금이 부족한 회사도 아니었고, 명망 있는 개발사와 개발자들도 영입한 데다 게임 방송 플랫폼 트위치까지 보유하고 있었고, 심지어 자체 게임 엔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AAA급이라는 체급에 미치지 못하는 치밀한 콘텐츠의 부재, 부족한 서버 지원과 유저들의 피드백을 즉각 반영하지 못하는 등 기본적인 부분에서 부족함을 보여줬습니다. 게임은 자본과 기술 인프라만으로 성공을 보장하기 어려운 산업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셈입니다.
현재 아마존은 ‘아마존 루나’를 활용한 외부 개발사와의 협업과 자사가 보유한 영상 콘텐츠 및 게임을 연계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과연 아마존의 이 달라진 변화가 게임 산업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