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게임백과사전] 개발자들은 왜 이 게임에 홀려 있나! 엑스컴라이크 도전의 역사

소울라이크의 기원이 된 다크소울, 플랫포머 게임의 슈퍼마리오, 메트로배니아의 캐슬배니아처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장르에는 교과서 같은 작품이 존재합니다. 혁신적인 게임성으로 기존 게임들과 차별화된 재미를 선보이면서 이 장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특징적인 요소들을 확립시켜줘, 후에 등장하는 게임들을 평가할 때 명확한 판단 기준이 되어줍니다.

​대중적인 인기 장르는 아니지만, 확실한 마니아층이 존재하는 턴제 전략 게임도 교과서 같은 작품이 있습니다. 아시아권에서는 ‘파이어엠블럼’ 시리즈가 있다면 서구권에서는 이 게임이 있다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엑스컴’ 시리즈입니다. 원작은 굉장히 오래된 게임이지만, 문명 시리즈로 유명한 파이락시스에서 리부트 작품을 성공시키면서, 요즘도 턴제 전략 게임의 대명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서구권에서 턴제 전략 장르를 대표하는 게임으로 인정받는 엑스컴 시리즈
서구권에서 턴제 전략 장르를 대표하는 게임으로 인정받는 엑스컴 시리즈

특히, 흥미로운 점은 어린 시절 ‘엑스컴’ 시리즈를 즐겼던 팬들이 게임 개발자로 성장하면서, 엑스컴라이크라는 장르가 생길 정도로 엑스컴 시리즈 영향을 짙게 받은 게임들이 다수 출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에도 파이락시스 엑스컴 개발진들이 독립해서 설립한 비트리액트에서 ‘스타워즈’ IP를 활용해 만든 ‘스타워즈 제로 컴퍼니’가 출시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고, 이번 게임스컴에서 유비소프트가 공개한 레인보우 식스 택틱스도 ‘엑스컴’이 연상되는 게임 플레이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참고로 국산 서브컬처 게임을 대표하는 인기 게임으로 자리잡은 넥슨게임즈의 블루아카이브도 프로젝트명이 ‘프로젝트MX’였는데 이것이 귀여움을 뜻하는 ‘모에’의 M과 ‘XCOM’의 X를 의미하는 명칭이었다고 합니다.

​지난 1994년에 마이크로프로즈에서 출시한 X-COM: UFO Defense으로 시작된 이 시리즈는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들과 맞서 싸우는 특수 부대의 활약을 그린 게임입니다. 외계인과 맞서 싸우는 게임들은 당시에도 많이 있었으나, 외계인의 UFO를 격추시킨 뒤 외계인을 살상하고 무기를 노획해서 기술을 배우고, 최후에는 역으로 외계인의 본진을 공략하는 호쾌한 게임 전개로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X-COM UFO Defense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X-COM UFO Defense

특히, 일정 행동 포인트 내에서 공격과 이동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인 플레이, 은폐, 엄폐를 기반으로 한 명중률, 외계인 기술 연구와 생산 등 깊이 있는 기지 경영, 특수부대원 육성 등 다양한 요소를 완성도 높게 결합한 게임 플레이는 최신 게임들과 비교해도 세련된 느낌이라서, 당시에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1편부터 이미 완성된 모습을 보인 이 시리즈는 무대를 바다 속으로 옮긴 2편 X-COM: Terror from the Deep, 그리고 리얼 타임 모드를 더한 3편 X-COM: Apocalypse까지 출시됐습니다. 2편에서 변화가 부족해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인지 3편에서는 꽤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는데 호불호가 심하게 갈렸고, 이후 우주 비행 슈팅으로 장르 변신을 시도한 X-COM: Interceptor, 그리고 같은 스타일이었던 X-COM: Enforcer까지 폭망하면서 클래식 시리즈는 초라하게 퇴장하게 됩니다.

​이후 2K가 ‘X-COM’ 라이선스를 인수하고, ‘문명’으로 유명한 파이락시스가 개발을 맡아 ‘엑스컴 에너미 언노운’으로 다시 화려하게 부활합니다. 개발을 맡은 파이락시스의 리드 디자이너 제이크 솔로몬이 엑스컴 시리즈의 광팬이었기 때문에, 원작의 특징적인 요소들을 완벽하게 최신 기술로 재현하면서 원작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습니다.

원작의 강점을 완벽하게 부활시킨 파이락시스의 엑스컴
원작의 강점을 완벽하게 부활시킨 파이락시스의 엑스컴

같은 시기에 2K 마린에서 원작을 3D 슈팅 장르로 재해석한 ‘더 뷰로 : 기밀 해제된 엑스컴’은 아쉽게도 폭망했지만, 파이락시스의 ‘엑스컴’ 시리즈는 계속 승승장구해서 1편 확장팩 ‘엑스컴 에너미 위든’, 정식 후속작 ‘엑스컴2’, 2편의 확장팩 ‘엑스컴2 : 선택된 자의 전쟁’까지 흥행을 이어갔고, 2020년에는 외전 개념인 ‘엑스컴 키메라 스쿼드’까지 출시됐습니다. 아쉽게도 ‘엑스컴 키메라 스쿼드’ 이후 후속작이 없고, 개발진들도 파이락시스를 모두 퇴사해서, 엑스컴3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특이한 점은 1편과 2편 모두 롱워라는 엄청난 규모의 이용자 모드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용자들이 만든 모드이지만, 난이도 조절부터 신규 미션, 신규 무기 등 거의 확장팩 수준으로 콘텐츠가 추가되기 때문에 엑스컴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거의 필수 모드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엑스컴 이용자들에게 필수라고 인정받는 롱워 모드
엑스컴 이용자들에게 필수라고 인정받는 롱워 모드

파이락시스가 부활시킨 엑스컴 외에도 정신적인 후계자를 자처하면서 팬심을 담아 만든 게임들도 존재합니다. 러시아 개발사인 ALTAR GAMES에서 UFO: AFTERMATH, UFO: AFTERSHOCK, UFO: AFTERLIGHT, 이렇게 3작품을 선보였고, 골든호크 인터랙티브에서 배경을 냉전 시대로 변경해서 선보인 제노너츠1과 제노너츠2를 선보였습니다.

​이 게임들 모두 클래식 X-COM 시리즈의 특징을 그대로 계승했기 때문에 초보자들에게는 많이 불친절하지만, 클래식 엑스컴을 발전된 그래픽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클래식 X-COM 팬들에게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아예 클래식 X-COM를 그대로 계속 즐기고 싶어하는 이들도 많아서 OPENXCOM이라는 이름의 오픈소스 팬 리메이크도 있습니다.

엑스컴라이크로 유명한 제노너츠2
엑스컴라이크로 유명한 제노너츠2

다른 IP 게임들이 엑스컴 시리즈의 장점을 도입하려는 시도도 많았습니다. 폴아웃 시리즈 중에 전략을 강조한 폴아웃 택틱스라는 작품이 나온 적이 있고,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를 턴제 전략으로 구현한 기어스 택틱스라는 작품도 나왔습니다. 이번에 게임스컴에서 발표된 레인보우 식스 택틱스도 팬들은 엑스컴 계열로 바라보고 있네요.

기어스 오브 워 세계관으로 만든 엑스컴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기어스 택틱스
기어스 오브 워 세계관으로 만든 엑스컴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기어스 택틱스

이번에 출시돼 화제가 되고 있는 ‘스타워즈 제로 컴퍼니’는 파이락시스에서 엑스컴 시리즈를 개발했던 개발자들이 독립해서 설립한 비트리액터에서 개발한 작품이기 때문에, ‘스타워즈’ IP 작품이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엑스컴 정통 후속작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게임입니다. 스타워즈 세계관을 바탕으로 용병단을 운영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전략적인 전투뿐만 아니라 경영 요소도 충실히 구현해서 엑스컴 팬들에게 호평받고 있습니다.

엑스컴 개발진이 만들어 호평받고 있는 스타워즈 제로 컴퍼니
엑스컴 개발진이 만들어 호평받고 있는 스타워즈 제로 컴퍼니

이 게임을 출시한 후 개발진들이 모두 해고됐다는 소문이 돌아서 걱정스럽긴 한데, 잘 팔려서 ‘스타워즈’ 팬들과 ‘엑스컴’ 팬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인기 시리즈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그리고 파이락시스에서도 ‘엑스컴3’를 이대로 방치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