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정보 검열과 감시에 맞서 싸운 게임 속 영웅들
소설이나 영화에서 국가가 시민의 정보를 관리하고, 언론을 통제하며, 감시 체계를 앞세워 질서를 강요하는 모습은 디스토피아적 미래 모습으로 그려지곤 한다. 지독한 검열과 감시 아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당연히 자유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인지 영화나 소설에서는 정부나 거대 기업의 검열과 감시에 맞서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특히 게임 시장에서도 억압에 맞서 세상을 구원하거나 저항하는 단체를 그린 작품들이 출시된 바 있다.

먼저 2004년 등장한 밸브의 전설적인 작품 ‘하프라이프 2’다. ‘하프라이프 2’는 외계 제국 컴바인과 인간 협력 정부가 결합한 점령 통치 체제를 그린다. 컴바인은 시티17을 중심으로 지구를 통치하며, 전 블랙 메사 관리자였던 월리스 브린 박사가 컴바인의 인간 협력 통치자로 등장한다.
외계 제국 컴바인의 지배 아래 놓여 있는 인류는 선전 방송, 이동 제한, 정보 차단, 물리적 폭력으로 통제받는다. 도시 곳곳의 스크린과 스피커에서는 브린 박사의 연설이 반복되고, 시민들은 검문과 감시, 시민보호국의 폭력 아래 살아간다.

이런 희망 없는 세상에 게임의 주인공 고든 프리먼이 다시 등장한다. 지하에서는 저항군이 비밀기지를 운영하고 무기를 확보하며 컴바인에 맞설 준비를 펼친다. 고든의 복귀와 노바 프로스펙트 사태 이후 저항은 공개 봉기로 확산된다. 게임 후반에 고든은 시티17의 핵심 거점인 시타델에 진입하게 되고, 시타델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으면서 작품이 마무리된다.

EA가 2008년 선보인 ‘미러스 엣지’의 도시는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하다. 흰색 건물과 유리 외벽, 정돈된 거리, 청결한 도시 경관은 이상적인 공간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표면 아래에는 언론 통제, 시민 감시, 통신 감청 등이 깔려 있다.
정부는 시민의 안전과 도시 질서를 명분으로 정보를 관리한다. 도시는 표현과 이동, 통신이 강하게 통제되고, 전화나 인터넷 같은 전자통신은 감시 대상이 된다. 게임 속 시민은 편리하고 안전한 삶을 얻은 대신, 자유로운 정보 교환의 권리를 잃어버리고 만다.

이러한 감시 체제에 저항하고 맞서는 존재가 러너다. 러너들은 정부 감시망을 피해 문서와 저장장치, 민감한 정보를 직접 운반한다. 디지털 방식이 아니라 도시의 옥상, 배관, 난간, 건물 외벽 등을 오가며 살아 움직이는 정보의 통로가 된다.
게임 속 주인공 페이스는 러너로서 국가의 통제망을 피해 살인 누명을 쓴 자매 케이트를 구하기 위해 움직이고, 그 과정에서 러너 제거를 목적으로 한 ‘프로젝트 이카루스’의 실체에 접근한다. 게임 후반에는 도시 감시 시스템을 운영하는 서버를 파괴한다. 다만 최종 결말은 다소 씁쓸하다.

2020년 유비소프트가 출시한 ‘와치독스: 리전’은 단순히 국가 권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시 사회다. 정체불명의 테러 조직이 폭탄 테러를 일으키고, 해커 집단 데드섹이 원인이라는 누명을 쓰고 만다.
연쇄 테러로 인해 민간 군사기업 알비온이 치안 권력을 장악하고, 테러 예방을 구실로 런던 시민들을 폭력적으로 통제한다. 여기에 범죄 조직 클랜 켈리는 알비온 다음으로 런던의 많은 제한 구역을 장악해 도시의 약자를 위협한다.

테러와 치안 불안을 명분으로 감시 권한은 확대되고, CCTV, 드론, 얼굴 인식, AI 분석, 개인정보 수집 등으로 통제 방식은 한층 디지털화된다. 여기에 정보를 숨기는 방식뿐 아니라 허위 정보를 유통시켜 여론을 재편하기도 한다.
이에 맞서는 데드섹은 도시의 감시망을 해킹 등으로 역이용해 내부 자료를 확보하고, 부패와 범죄를 폭로하며 시민을 저항에 끌어들인다. 특히 ‘와치독스: 리전’은 특정 주인공이 아니라 게임에 등장하는 런던 시민 누구나 데드섹 요원이 되고 조작할 수 있도록 구성해 시민 전체를 영웅으로 그려 눈길을 끌었다.
오는 7월이면 우리도 AI 기반 도구를 활용한 영상과 이미지 사전 검열 정책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의무화될 예정이며,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진 가짜뉴스 관련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의 감시와 검열, 정보 조작이 게임이나 영화 속 이야기로만 남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