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발의 유료화를 바라보며...
게임을 만들고 재미를 세우는 사람은 그 안에 특별한 것을 담기를 희망한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평가도 이유겠지만 게이머가 언제나 식상함을 경계하고 특별한 것을 원한다고 생각해서다. 가장 진보된 게임 형태를 보여 준다는 온라인 게임도 마찬가지. 아니 우후죽순으로 터져 나와 서로 명줄을 건 싸움을 해야 하니 새로워지려는 열병은 그 어느 형태보다 뜨겁기 그지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온라인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만큼 새로움만을 꾀하지는 않는다. 홀로의 생각을 굳히기에는 두려운 것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온라인 게임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보고 배우고 훔치는(?) 모방이다. 다른 게임의 검증된 재미를 빼앗아와 욕심을 채우고 안정된 길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온라인 게임은 이런 모방과 그만이 내세우는 점이 어울리면 게임성과 재미라는 것으로 승화된다. 재미를 붙이고 더하고 창조하는 작업을 거치며 게임 이름을 지켜주는 게임성 이라는 것을 가지게 된다는 얘기다.
패키지 게임과는 다르게 수시로 게임을 만지고 다듬을 수 있는 것이 온라인 게임이다. 그리고 비슷한 형태의 경쟁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보고 배울 것이 많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한마디로 온라인 게임은 욕심을 담아내기에 가장 이상적인 그릇이 된 샘이다. 패치라는 명목으로 어디서 본 듯한 것을 이것저것 빼고 더하고 게임 스스로의 욕망을 채워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스스로의 욕심이 꺼리길 것 없다 보니 게임은 점점 복잡해지고 어렵게 변했다. 붙이고 더하면서 만들어 낸 것들이 게임 안에서 재미의 종류와 할 것을 늘려 놓았지만 그것을 누리기 위해 배워야 할 것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덕분에 하고 싶다는 의욕만으로 게임을 시작하면 당황하기 일쑤다. 너무나도 할 것이 많은 탓에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연 지금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도 고민이다.
이런 와중에 10월 말 첫 선(오픈베타)을 보인 'Cabal OnLine'(이하 카발)은 참으로 수상한 놈이었다. 소위 이름값이라는 자신만의 재미를 포장하지도 않을 뿐더러 많은 것을 담고자 하는 욕심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온라인의 추세와는 전혀 다른 평범한 모습이었다는 얘기다. 덕분에 화면을 제외하고는 친근한(?) 재미에 별날 것 없는 진행이 '카발'의 첫 느낌이었다. 유야무야 소리 소문없이 사라져 버리기 딱 알맞은 게임처럼 보였다는 얘기다.
그러나 생각과는 다르게 '카발'은 점점 묘한 매력을 풍기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욕심을 부려 늘리고 추가하지 않은 게임성이 유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할 것 많은 자유가 재미 있을 수밖에 없다는 고정관념도 깼다. 때로는 할 것에 시달리기보다 제한되어 있지만 편안함에도 그만의 재미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제작사가 자신 있어하는 '카발'의 장점도 이런 비범하도록 평범한 모습이다. 편하고 쉽다는 것으로 기존의 유저보다는 새로운 유저를 창출해 내는 것이 목적이라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덕분에 싱글 RPG를 연상케 하는 빠른 캐릭터 육성도 '카발'에서 빠질 수 없는 대목이 되었다. 단순한 탓에 같은 재미의 반복으로 식상해지기 쉬운 진행을 빠르게 캐릭터를 키워내는 맛으로 희석시키기 때문이다.
보통 온라인에 빗댄다면 액션게임을 연상케 하는 '카발'에서 좁은 필드는 단점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러나 클리어 방법이 변하지 않는 퀘스트와 목적지를 찾아 해맬 필요 없는 필드가 어울리면 반복이라는 지겨움 보다는 편하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순수한 재미가 부각 되었다. 게다가 경험치는 얻는 맛만으로도 짭짤하다. 덕분인지 '카발'온라인은 눈에 띠는 특출함은 없지만 총 접속자수 100만에 동시접속자 수 7만이라는 제법 화려한 오픈 베타를 치러냈다.
온라인 게임 역시 돈을 벌기 위해 만든 상품이다. 그러기에 가능하다면 빠른 시간 안에 팔아야 남는 장사다. 때문에 접속자수 100만에 동시접속자 수 7만이라는 숫자는 '카발'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숫자인 모양이다. 유료화라는 카드를 꺼내도 충분한 승산을 보장해주는 보증 수표처럼 말이다. 이런 장밋빛 증거들에 힘입어 '카발'은 월정액 22,000원이라는 승부수를 띠웠다. 'WOW'의 월정액과 비슷한 금액이라는 것과 같은 것은 차선하더라도 최근의 부분 유료화 바람을 생각하면 조금은 무모하고 당찬 승부수처럼 보인다. 더구나 오픈베타 40일 만에 결정된 일이라 더하다. 허나 '카발' 역시 팔기 위해 만든 게임이다. 금액적인 것이나 유료화 시기가 빠르긴 하지만 상품을 팔겠다는데 큰 문제가 생길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카발'은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했다. 유료화를 대비해 재미를 늘려 주겠다던 패치가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를 해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유료화를 위해 '카발'이 준비한 패치는 플레이 시간을 늘리자는 것이다. 게임을 다듬고 균형을 세우기보다는 기나긴 플레이 시간을 보장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얘기다. 게이머를 게임에 잡아두는 만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것저것 할 것을 늘리고 재미의 종류도 더한 것이 패치의 골자다. 그런데 아쉽게도 유료화의 노력은 플레이 시간을 보장 받기 위해서 자신의 장점을 져버린 꼴이 되고 말았다. 지금까지의 여타 온라인처럼 조각 퍼즐처럼 재미있을 만한 것을 따다 자신의 몸속으로 집어넣기 시작해서다. 슬슬 할 것과 재미의 종류에 욕심을 부리는 탓에 처음 보여 주었던 쉽고 편안하다는 특징이 희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 진행의 근간이 되는 퀘스트의 경우는 더욱 그 문제가 심각하다. 좀 더 게이머를 게임에 잡아 두고 싶은 마음에 그 수를 불리고 클리어 시간을 증가시킨 것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억지스럽게 늘린 퀘스트와 좁은 필드가 맞물리며 레벨 노가다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식상하고 지겹게 게임이 변해 버릴 수가 있기에 그것을 탓하는 것이다.
누구를 죽이거나 죽이면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모으는 퀘스트는 온라인에서 일반적인 퀘스트 수행 방법이다. 그러나 이 평범한 방법이 적어도 '카발'에서는 범상치 안케 작용한다. 퀘스트 수행 시간은 늘려야 한다. 그런데 필드는 단순하고 좁다. 그러니 처리해야 하는 몬스터의 수를 쭉~ 잡아 늘리고 퀘스트 아이템의 출연 확률을 낮추는 지겨운 방법을 선택했다. 심지어는 처리해야 하는 몬스터를 한곳에서만 팝업 시키는 비겁한(?)방법을 쓰기도 했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넓지도 않은 필드에서 줄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지겨움을 강요당하기도 한다. 이런 늘려진 퀘스트는 '카발'의 장점이었던 캐릭터 육성에도 영향을 준다. 싱글 게임처럼 빠르게 성장하고 그것을 시험해 보는 맛이 일품이었던 '카발'. 혼자서도 충분히 게임을 끌어 나갈 수 있다는 매력도 더해져 있던 '카발'. 그런데 지겹게 변해가는 퀘스트와 어디서 본 듯해서 식상한 요소들이 게임에 더해지면서 부분 유료화를 선언한 다른 온라인 게임과 다를 바 없이 게임이 변해가고 있다. 물론 새로운 던전과 필드를 삽입해서 새로운 재미를 주겠다고는 한다. 그러나 던전 역시 액션 게임을 떠올릴 정도로 단순하다. 새로 추가되는 필드 또한 스테이지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니 그 재미라는 것이 미리 보이는 것만 같다.
접속자수 100만에 동시접속자 수 7만이라는 숫자를 떠나 냉정하게 '카발'을 살펴 볼 필요도 있다. '카발'은 우선 성공작의 가장 큰 특징인 자신만의 재미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쉽다는 것과 그들이 강조하는 액션성을 감안하더라도 여기저기서 띠었다 붙였다 하는 특징 없는 온라인의 게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망설임 없이 쉬운 진행을 위해서 간소화 시킨 필드와 세계관은 분명 지금의 '카발'에게는 재미이다. 그러나 게임의 균형을 생각하지 않고 할 것을 늘리기에 급급한 패치가 더해지면 사정은 달라진다. 무분별한 재미 늘리기 식 패치는 카발의 장점을 희석시키고 보통의 온라인과 '카발'을 동질화 시켜간다. 게다가 '카발'은 너무나도 협소한 필드에 편안하지만 단순한 세상이다. 좀 더 헐뜯자면 욕심을 부려 다른 온라인과 비슷한 종류의 재미를 가지게 되도 단순하고 좁다는 것 때문에 그만 못한 재미가 되기 십상이라는 예기다. 필드와 세계관은 게임을 풀어내는 발판이다. 그래서 이런 욕심스럽고 보여주기 식 변화가 썩 달갑지 않다. 종전의 컨셉처럼 새로운 재미를 위해 할 것을 더하기 보다는 좀 더 플레이 편하고 망설이지 않게 하는데 중점을 두는 편이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을 가져 본다.
온라인 게임에서 돈을 얻어가는 방편을 세운다는 것은 정당하기 보다는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유저에게 재미를 전해주고 싶어 안달이 난 자선사업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대부분의 유저들도 이해하고 있는 일이다. 그러나 유저들은 항상 비교하기를 좋아하기에 문제가 생긴다. "이만큼의 재미를 주는 게임은 이 정도의 돈을 요구하는데 그것보다 못한 것이 이렇게나 큰돈을 요구한다."등의 불만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덕분에 온라인 게임의 유료화는 항상 몸살을 앓기 일쑤다. 그런면에서 보면 이번 '카발'의 유료화 결정은 모험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온라인들과 비교해 봐도 결코 싼 가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40일이라는 짧은 오픈베타를 뒤로한 유료화 발표라는 것도 유저들의 불만이다. 버그나 커뮤니티 그리고 밸런스 문제 등 게임이 다듬어 지기에는 짧은 기간인 데다 '카발'을 알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는 것이 이유다. 그렇다고 하지만 남의 재미에 욕심을 내거나 유저들을 달래고 보자는 선심성 패치를 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또한 게임이 좋아 모여든 유저들을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도 피해야 할 것이다. 이를 지키는 것만이 "손쉬운 게임성은 손쉽게 재미도 떠다버려 두려울 것이다.", "그래서 큰 한방을 노리고 있다."라는 오명에서 벋어나는 첩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