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빅 히어로: 로봇 배틀 편

지난 1월 21일. 디즈니의 신작 애니메이션 빅히어로가 국내 극장가에 상륙했다. 북미 지역에서 작년 11월에 개봉하며 좋은 성적을 거둔 이 영화는 국내에서도 그 흥행을 이어갈 기세다.

디즈니가 제작하긴 했지만 원작이 마블 코믹스의 만화책이었던지라 마블 소속의 인물들도 제작과정에 참여했다. 그 덕분에 이 작품은 디즈니 특유의 아기자기함과 마블 특유의 개성을 동시에 갖추게 됐다.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빅 히어로: 로봇 배틀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모바일게임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게임으로 출시 되는 것은 알라딘,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시절부터 이어져 온 20년도 더 된 마케팅 방법이기에 더는 놀라울 것 없는 일.

하지만 워낙에 오랜 기간 이런 시류가 이어지다 보니 이제는 ‘영화는 나왔는데 게임이 안 나오면 심심할 지경’에 이르렀다.

빅 히어로: 로봇배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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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히어로: 로봇배틀 이미지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이거 영화 재미있습니다. 캐릭터도 귀여워요.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언제는 안 그랬냐.

뭐 듣자하니 이 영화를 본 커플 중에는 덩치가 좀 크고 푹식푹신한 인상의 남자친구를 둔 여자들이 자기 남자친구를 ‘베이맥스’라고 부르며 논다며? ...웃기고 앉았네 -- 이것들은 뭐 귀여운 거만 있으면 다 지들 애인한테 가져다 붙이고 앉았어 --

조광민 기자(이하 말리는 놈): 선배는 결혼까지 한 사람이 왜 그렇게 커플들에게 부정적입니까;
편드는 놈: 결혼 전에 솔로로 오래 지내면서 커플들에게 삐딱하게 구는 생활을 오래 했더니, 습관이 된 거 같네요. 습관이란 게 이렇게 무서운 겁니다.

말리는 놈: 그런데 이거 원래 제목은 빅 히어로가 아니라 빅 히어로6더라구요? 왜 국내에서는 제목에서 6이 빠졌나 모르겠네요.

편드는 놈: 빅 히어로 시리즈의 6편째 작품인 걸로 착각하는 사람 있을까봐 뺀 거 아닐까요?

까는 놈: 하긴… 디스트릭트9도 디스트릭트 시리즈의 9번째 작품인 줄 알던 사람들이 있었지;;;

말리는 놈: 영화 얘기 그만들 하시고 이제 게임 얘기로 넘어가죠. 영화 얘기로 분량 다 잡아 먹겠어요.
까는 놈: 할 말이 그다지 없어서 영화 얘기로 분량 때우는 건데… 눈치 없는 놈 같으니라고.
편드는 놈: 그런 거였어요? 아니. 그것보다. 그런 이유를 대놓고 말해도 됩니까?;;

까는 놈: 이런 모습이 보기 싫으니? 그럼 다음 주부터 ‘조영준 기자의 놈놈놈’을 시작하렴. 넘겨줄 수 있단다.
편드는 놈: 으으… 대놓고 말하면 안 될 것 같은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말리는 놈: 잡담이 끝도 없이 이어질 것 같아서 제가 게임설명 해야겠네요. 이 게임은 원작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매치3 퍼즐게임이에요. 같은 색의 블록을 3개 이상 연결하면 블록이 사라지는 전형적인 퍼즐게임입니다. 여기에 대전요소를 도입해서 블록을 없앨 때마다 블록의 색에 맞춰 다양한 공격이 발동해 상대방의 체력을 소진시키는 요소가 도입됐죠.

여기에 원작에 등장하는 다양한 로봇을 수집하고 이를 육성하는 요소도 더해졌어요. 퍼즐을 즐기는 것 이외에도 또 다른 즐길거리가 부여되서 게이머들이 지속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습니다.

빅 히어로: 로봇배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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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히어로: 로봇배틀 이미지

편드는 놈: 수집, 육성 요소가 더해졌지만 큰 틀에서 보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매치3 퍼즐게임이에요. 큰 부담 없이 원작의 캐릭터들과 함께 놀 수 있다는 게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이죠.

까는 놈: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매치3 퍼즐게임’이라는 말은 이 게임이 아닌 다른 퍼즐게임들도 많이 내세우는 슬로건이지. 난 저런 말을 들을 때마다 ‘우리 게임은 캐릭터를 내세우는 것 이외에는 이렇다 할 장점은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를 게 없다고 보여.

편드는 놈: 캐릭터 게임이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까는 놈: 캐릭터 게임이 캐릭터를 활용하는 건 당연한 거지. 하지만 극장에서 만난 캐릭터를 영화가 아닌 다른 콘텐츠에서도 만나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충분하겠지만, 내가 봤던 캐릭터가 나오는 ‘게임’을 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이런 노선의 게임들은 좀 시시하게 보이기 마련이거든.

말리는 놈: 선배는 캐릭터 게임에서 캐릭터보다는 게임에 더 중점을 두는 것 같네요.
까는 놈: 게임이잖아. 이게 팬시용품도 아닌데, 당연한 거 아니겠어?

편드는 놈: 게임 자체가 재미가 없지는 않아요. 이펙트도 화려하고 로봇도 제법 다양하게 등장해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재미와 수집욕도 충족시킵니다.

까는 놈: 다양한 로봇을 수집하는 재미는 인정한다만.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재미에 있어서는 의문부호가 남아. 뭐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이지만… 이 게임의 주가 되는 퍼즐 배틀이 나는 좀 지루하게 느껴지더라.

적들의 공격패턴과 개성이 그다지 특이한 점이 없어서, 스테이지를 넘어가도 새로운 느낌이 부족해. ‘이 녀석은 아까 녀석과 다르구만! 무찔러주겠어!’ 하는 도전욕이 생기지 않아.

게다가 게임 템포가 느린 편이야. 블록을 옮길 때마다 이펙트가 발생하는데, 이 텀이 좀 길어서 연쇄적으로 적을 ‘파바박’ 하고 공격하는 맛이 좀 떨어져. 저연령층 게이머들이나 이런 장르를 처음 접한 이들이라면 별 문제가 안 될 부분이긴 한데, 동종 게임을 많이 한 사람들이라면 ‘루즈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울 걸?

빅 히어로: 로봇배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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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히어로: 로봇배틀 이미지

말리는 놈: 이야기를 들어보니 게임을 즐겨도 좋을 사람과 즐기지 말아야 할 사람이 확연하게 구분이 되네요.

편드는 놈: 어린이. 극장에서 영화를 본 후에 그 캐릭터들을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들, 매치3 퍼즐을 많이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제법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을 거에요. 시각적으로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게임이거든요.

까는 놈: 반대로 캐릭터게임이 아니라 순수하게 신작 퍼즐게임을 하고 싶은 이들이나 빅 히어로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매력이 떨어지는 게임이야.

극장에서 영화를 본 후에 그 감흥을 주체하지 못 하는 이들에게는 잘 만든 캐릭터게임인 것은 확실해. 하지만 앞서 언급한 이유 때문에 잘 만든 퍼즐게임으로는 보이지 않아.

말리는 놈: 한준 선배는 게임이 영화나 캐릭터의 인기에 묻어가는 전략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 같네요.
까는 놈: 어. 맞아. 누누히 말하지만 나는 캐릭터게임도 게임 자체로의 완성도가 중요하다고 보는 입장이거든.

편드는 놈: 그런데 정작 이번 '놈놈놈'도 영화 인기에 묻어가려고 기획한 거 아니에요?
까는 놈: 뭐?! 아닌데?! 그런 거 아닌데?!!! 웃기시네!! 그런 거 아니거든?!!

말리는 놈: ...그런 거 맞군요;;;; 아니 자기도 묻어가면서 게임이 묻어간다고 뭐라고 하면 어째요!
까는 놈: 이렇게 묻어가는 기획 하는 게 싫으면 늬들이 다음 주부터 '놈놈놈' 써!!;

편드는 놈: 아니 무슨 틈만 나면 자기 코너를 남한테 넘기려고 발버둥을 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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