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의 CCP게임즈 매각,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펄어비스가 지난 2018년 야심차게 인수했던 CCP게임즈를 현 경영진에 1771억 원의 가격으로 매각했다. 당시 인수 금액이 2524억이었이니, 8년 만에 753억의 손해를 보고 판 것이다.

펄어비스가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은 CCP게임즈가 인수 당시 기대와 달리 펄어비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펄어비스에 인수된 후 ‘이브 에코스’ 등 다양한 신작을 선보였으며, 블록체인 사업에도 진출하기도 했으나, 모두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펄어비스 입장에서는 CCP게임즈가 서구권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IP인 만큼, 펄어비스의 서구권 영향력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했지만, 시장 상황이 예상처럼 흘러가지 않은 것이다.

이브온라인
이브온라인

펄어비스가 밝힌 이번 매각 결정의 가장 큰 배경은 재무구조 개선이다. ‘이브온라인’ IP가 꾸준한 매출을 올려주고 있기는 하나, 오랜 서비스로 인해 더 성장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으며, 신작 개발비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지금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앞으로 더 늘어날 손해를 막겠다는 계산이다.

CCP게임즈를 종속회사로 둔 펄어비스 아이슬란드 법인의 매출을 보면 2024년 821억 원, 2025년 929억 원으로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긴 하나, 2019년만 영업흑자를 기록했고, 2020년부터 6년째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2024년 약 265억 원, 2025년 약 410억 원의 당기순손실이 말해주듯이 적자폭이 계속 커지고 있어 펄어비스 영업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현재 펄어비스의 주요 매출원을 살펴보면 검은사막 IP는 흑자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몇 년간 1500억 원 이상을 투자한 붉은사막도 출시 4일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겨, CCP게임즈만 빠지면 완벽한 흑자 구조가 완성된다.

전체 수익 구조에서 이브온라인 IP 비중이 크지 않다
전체 수익 구조에서 이브온라인 IP 비중이 크지 않다

CCP게임즈가 이브온라인 IP로 확고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기는 하나, 워낙 마니악한 게임성으로 유명하다보니, 펄어비스와 시너지를 낼 부분이 많지 않은 것도 결단의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관계가 아니라 개발사와 개발사이며, 서로 간섭하지 않은 독립경영체제였기 때문이다.

인수 초기에는 펄어비스가 관여해 ‘이브온라인’의 한글판을 선보이기도 했으나, 서구권과 달리 아시아권에서는 ‘이브온라인’ IP의 인지도가 높지 않아 별다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100% 자회사이긴 했지만, 펄어비스가 개입해 실적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또한, ‘검은사막’에 이어 ‘붉은사막’까지 글로벌 흥행작으로 등극한 것도 이번 선택을 이끌어낸 주요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에는 서구권에서 인지도가 높은 ‘이브온라인’ IP를 통해 펄어비스의 서구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이었지만, 이제는 펄어비스 자체 인지도만으로도 서구권에서 충분히 통하는 상황이 됐다. ‘붉은사막’으로 이미 성과를 냈고, 향후 ‘도깨비’도 준비 중인 만큼, CCP게임즈가 성과를 낼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는, 자체 개발력을 믿고 모든 자금을 집중시키는 것이 더 성공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붉은사막 흥행 덕분에 서구권에서 펄어비스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다
붉은사막 흥행 덕분에 서구권에서 펄어비스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다

장부상으로는 큰 손해를 보기는 했으나, 얻은 것이 아예 없지는 않다. 이브온라인을 통해 8년간 서구권 시장의 특성을 더 깊게 파악했으며, 블록체인 광풍 시절에 CCP게임즈를 대신 앞세우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당시 블록체인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했던 곳들이 현재 고전하고 있는 것을 보면 펄어비스가 직접 블록체인에 뛰어들지 않고 게임 개발에 집중한 것이 최선의 선택이 되고 있다.

또한, 이번 처분 금액을 현금 수령액 1억 달러와 2000만 달러 규모의 토큰 취득 권리로 하면서, 향후 여지도 남겼다.

753억 원이라는 금액이 상당히 크긴 하지만, 당장 펄어비스에 큰 대미지가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펄어비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펄어비스 아이슬란드 법인의 투자 장부가가 2021년 2151억 원에서 2025년 1079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미 펄어비스 재무제표에 손실분이 상당수 반영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히려 향후 늘어날 영업적자를 제거하면서 ‘붉은사막’의 흥행으로 인한 영업흑자 효과가 더욱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남은 것은 이번 거래를 통해 회수한 현금성 자산인 1억 달러를 어떻게 활용하는가다. 8년 투자가 손해로 마무리된 것이 아쉽기는 하나, 이 금액을 잘 활용해 ‘붉은사막’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지금의 결단을 최선의 결정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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