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삼국지 매니저 2020 '삼국지14'

16일 출시된 '삼국지14'. 솔직히 첫인상은 별로였다. 그런데 게임을 하면 할수록 할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출시 첫날 '대체로 부정적'이었던 스팀 게이머들의 평가도 점점 오르는 중이다. 어느새 '복합적'까지 올라왔다. 나쁜 첫인상이 바뀌고 있는 게이머가 기자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삼국지14
삼국지14

'삼국지14'는 '삼국지9'과 '삼국지11'에서 좋은 평을 받은 군주제와 거대한 중국의 땅덩이를 하나의 맵에서 구현한 '원맵' 시스템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삼국지9'을 상당히 재미있게 즐긴 기자는 오랜만의 군주제와 '원맵' 시스템에 큰 기대가 있었다. 그럼에도 게임의 첫인상이 별로인 이유가 있다.

일단 게임이 안 됐다. AMD가 야심차게 내놓은 라데온 계열의 최신 그래픽카드 드라이버에서는 '데드오어얼라이브6', '인왕', '라이자의 아틀리에', '드래곤퀘스트빌더즈2' 등 코에이테크모가 제작한 게임들이 실행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삼국지14'도 마찬가지였다.

삼국지14
삼국지14

지포스가 장착된 PC를 사용해보니 원인을 모를 끊김 현상이 계속됐다. 게임을 제대로 할 수가 없으니 인상이 좋았을 리가 없다. 아울러 플레이스테이션4 버전에서도 끊김이 확인됐다. 외에도 기자는 경험하지 못한 별의별 이슈가 많은 듯하다.

어쨌든 리뷰를 위해서 게임을 해봐야 하니 라데온 드라이버를 19년 버전으로 롤백해 활용했으며, 현재는 1월 3번째 드라이버 업데이트 이후로 해결됐음을 일러둔다.

삼국지14
삼국지14

힘들게 시작한 '삼국지14'. 기자 입에서는 “이게 뭐야”라는 소리가 먼저 나왔다. 게임은 30프레임으로 동작하고 내정은 완전히 간소화됐다. 도시 내정은 모병관과 훈련 담당 그리고 방향을 정하면 끝이다. 도시의 주변 지역은 장악 이후 내정관을 배치한 뒤 어떤 부분에 집중하라고 명령을 내리면 그만이다. 아무리 군주제 삼국지라지만 너무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게다가 전투 좀 진행하다 보니 전투도 진형과 특기 설정 정도만 건들면 되는 식으로 9편보다 더 간소화됐다. 심지어 랜덤으로 펼쳐지는 일기토는 게이머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 심지어 무력 20의 문관과 90의 무관이 대결을 펼치기도 한다. 아울러 세치혀로 승부하는 설전은 아예 없다.

삼국지14
삼국지14

또한, 세력이 군량과 금을 공유하지 않아 출정한 도시의 군량을 소비하는 점, 게임 초반 포상 등으로 금이 많이 필요한 군주의 도시에서는 금이 모자랐다. 하나부터 열까지 장점보다는 단점이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사실이다. 삼국지 시리즈가 가진 숙명이기도 하다. 전작이나 노부나가의 야망 시리즈가 가진 장점과 비교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번 작품에서 시도된 땅따먹기 정도가 새롭게 다가왔다. 이번 작품에서 중국 전역은 46개의 도시와 약 340개의 지역으로 나뉘어 있다. 지역은 토지의 집합체다. 토지는 게임 내에서 육각형 모양으로 구현됐고, 차지를 위해서는 색을 칠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대가 출정해 해당 토지를 지나면 자신의 색으로 칠하는 식이다. 또한, 지역을 점유하면 해당 지역에 내정관을 보내 지역에 소속된 토지를 별도의 부대 없이도 점유하고 점유 면적을 늘릴 수 있다. 점유 토지가 늘어나면 내정에도 도움이 된다.

삼국지14
삼국지14

또한, 토지의 점유 면적이 중요한 이유는 자신이 색으로 색칠된 토지가 동시에 보급로가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색이 도시로부터 이어져 있어서 안정적인 보급이 이뤄진다. 하나의 길만 색칠하며 적진 깊숙이 진입했을 때 적이 보급로를 자신의 색으로 칠해 끊어버린다면 보급로가 끊기며 부대의 사기가 저하한다. 부대가 별도의 식량을 들고 다니지 않는 대신 보급이 유지되는 병참의 개념을 더해 더 전략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게이머가 원한다면 1년 내내 전장에서 전투를 진행할 수 있다.

또한, 포위 점령이라는 시스템을 준비했다. 도시를 둘러싼 지역을 점령하다 보면 포위 점령이 가능한 지역이 맵에 표시된다. 지역을 점령해 포위하면 식간에 토지를 가져갈 수 있어 전투에 큰 도움이 된다. 게다가 순식간에 모든 토지를 점유하기 때문에 내정에서도 유리하다. 자신의 색이 곧 자신의 영역이기에 세력의 세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삼국지14
삼국지14

'삼국지14'를 즐긴 초반에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이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다만, 플레이 시간이 늘어가면서 이상하게 할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더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축구게임으로 치자면 피파가 아니라 풋볼매니저를 하는 느낌이다.

이번 작품은 340여 개에 달하는 지역을 두고 경쟁을 펼치기에 전투가 계속해서 발생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투상황에 내정까지 신경 쓴다면 쌓이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간편하게 내정을 진행하고 전투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전략구성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었다.

삼국지14
삼국지14

군단을 설정하고 많은 것을 위임하게 되는 후반부에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점은 강점으로 다가왔다. 대장군이상 관직에 오르면 출정을 통해 특정 지역에 점령에 나설 수 있는 군단별로 출정이 가능하다. 이때부터는 엄청난 물량으로 밀어붙이면서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삼국지14
삼국지14

또한, 목표를 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무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시정' 시스템이 도입됐다. 게이머는 이를 통해 군사, 내정, 인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득을 챙길 수 있고, 뛰어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투가 치러지는 과정에서도 부하의 제안을 통해 적 부대에 화계를 걸고 부대를 지원 하는 등의 개입도 가능하다. 풋볼매니저도 좋은 선수를 영입하고 경기 도중 감독이 개입해 여러 지시를 내릴 수 있다. 전체적으로 관리가 게임의 메인으로 더 부상한 느낌이다.

삼국지14
삼국지14

아울러 게임 초반 도시 하나를 차지하는 과정이 후반에 비해 엄청나게 힘들다는 것도 풋볼매니저와 유사하다. 풋볼매니저도 팀 감독에 부임한 초반 많은 것을 신경을 써야해서 진행이 후반에 비해 느릴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눈앞에 도시보다는 큰 그림인 천하통일을 염두에 두고 하나하나 계단을 밟아가는 과정이 우승컵을 위해 한발한발 내디디는 과정과 비슷하다.

아울러 역대급으로 다양한 장수가 등장하고 친숙하고 완성도 높은 일러스트도 게임의 강점이다. 취향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군주제 삼국지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삼국지14'가 가진 매력을 확인할 수도 있으리라 본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