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X로 시작해 DRX로 막을 내린 '2022 롤드컵'

지난 9월 28일 DRX와 RNG의 경기로 막을 올린 '2022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2022 롤드컵)이 지난 6일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한 달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11번 열린 롤드컵 중 이런 스토리와 이런 감동적인 결말로 끝난 대회는 없었다"라는 평가에서 보듯 이번 '2022 롤드컵'은 유난히 많은 스토리와 감동을 진하게 남긴 대회로 남았다.

롤드컵 우승을 달성한 DRX 선수단(자료 출처-라이엇)
롤드컵 우승을 달성한 DRX 선수단(자료 출처-라이엇)

이 롤드컵의 중심에는 흡사 소년만화의 성장기를 그린 듯한 DRX의 감동적인 우승 일대기가 있었다. LCK 6위로 롤드컵 선발전 최하위로 모든 경기를 3:2 풀세트로 간신히 승리하며, 4번 시드로 롤드컵 열차에 몸을 실은 DRX의 우승을 예측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플레이-인 스테이지 통과조차 장담할 수 없는 팀. 바텀 듀오는 뛰어나지만, 검증되지 않은 정글러, 경험 없는 신인 미드라이너, 기복 있는 탑라이너가 있는 팀

이것이 롤드컵이 시작되기 전 DRX에 대한 평가였고, 실제로 DRX는 각 지역 주요 매체에서 뽑은 파워랭킹에서 늘 하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DRX는 보란 듯이 '플레이-인 스테이지' 전승을 기록하며, 가장 먼저 그룹 스테이지에 합류한 팀이 되었고, 유럽 최강 로그와 중국의 강호 ‘팀 e스포츠’(TES)와 함께 그룹 스테이지C조에 속한 DRX는 5승 2패. 조 1위로 당당히 16강에 진출했다.

DRX 선수단(자료 출처-라이엇)
DRX 선수단(자료 출처-라이엇)

이 상승세의 중심에는 신인 미드라이너 ‘제카’(김건우 선수)와 LOL 프로 10년 차에 접어든 베테랑 ‘데프트’(김혁규 선수)가 있었다. ‘제카’는 신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 빠른 판단과 신인 특유의 과감한 공격력을 선보여 팀을 위기의 순간마다 구해내었고, 데프트 역시 든든한 활약으로 팀의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여기에 ‘표식’(홍창현 선수)의 각성, ‘롤도사’ 베릴(조건희 선수)의 독창적인 플레이 그리고 안정감을 찾아간 ‘킹겐’(황성훈 선수)의 고른 활약도 이 DRX의 상승세를 더했다.

그룹 스테이지 이후 시작된 8강 전에서 지난해 롤드컵 디펜딩 챔피언이자 유력 우승 후보인 EDG를 만난 DRX는 ‘패패승승승’이라는 기적 같은 대역전극을 펼치며, 4강에 진출했다. 4강에서 1년간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는 LCK 1번시드 젠지를 만난 DRX는 롤드컵을 거치며, 물이 오른 경기력으로 3:1로 승리. 2022년 마지막 경기에서 젠지를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두게 됐다.

10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데프트 김혁규 선수(자료 출처-라이엇)
10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데프트 김혁규 선수(자료 출처-라이엇)

그리고 결승에서 T1을 만난 DRX는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롤드컵 결승 역사상 최고의 경기를 펼치며, 3:2로 승리했다. 2022 롤드컵 개막경기 승리를 시작으로 마지막 결승전까지 승리로 장식한 DRX의 소년만화 서사시가 완성된 순간이었다.

특히, ‘마포고 동창’으로 같은 해에 데뷔했지만, 그 누구보다 높은 곳으로 날아오른 ‘페이커’(이상혁 선수)를 자신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롤드컵 결승에서 꺾은 ‘데프트’의 10년의 기나긴 기다림.

그리고 수많은 경쟁자의 그림자에 가려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결승 무대에서 2022년 최고의 탑라이너로 평가받던 ‘제우스’(최우제 선수)를 상대로 대활약하며, ‘결승 MVP’를 받은 ‘킹겐’. 식스맨으로 팀이 위기에 빠졌을 때 든든히 자리를 지켜준 정글러 '주한'(이주한 선수)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도 LOL 팬들의 심금을 울리게 했다.

T1 선수들(자료 출처-라이엇)
T1 선수들(자료 출처-라이엇)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이번 롤드컵에서 보여준 T1의 여정도 박수받기 충분했다. 어느덧 노장으로 접어든 ‘페이커’를 중심으로 국제 대회 경험이 적은 멤버들로 구성된 T1은 이번 대회에서 압도적인 성적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특히, 8강에서 RNG를 만나 MSI 결승에서 당한 설움을 3:0 스코어로 갚아 주었고, 중국 최강팀 ‘징동 게이밍’을 3:1 스코어로 다운시켜 LPL의 마지막 생존자를 집으로 돌려보낸 4강은 두고두고 회자될 장면으로 남았다. 그야말로 전세계 팬들에게 “누가 최고의 LOL 리그인가?”라고 당당히 말하는 듯한 경기력이었다.

T1 선수단(자료 출처-라이엇)
T1 선수단(자료 출처-라이엇)

비록 DRX에게 3:2 스코어로 패배를 당했지만, 이번 결승전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승패를 알 수 없는 최고의 명경기를 보여주었다. 마지막 5세트가 끝난 후 손을 떨면서 눈물을 보인 케리아(류민석 선수)의 모습에 팬들도 함께 눈물지었고, 국내는 물론, 해외의 LOL 팬들이 박수갈채를 보낼 정도로 T1의 투지는 많은 이들에게 감명을 주었다.

비록 토너먼트에서 여정을 마무리했지만, 젠지의 기묘한 일정도 이슈가 될만했다. LCK 1번 시드로 D조에 속한 젠지는 6승 1패로 8강에 진출해 같은 LCK 팀인 담원 게이밍과 DRX를 연달아 만나는 기묘한 대진표를 받았다.

롤드컵인지 LCK 경기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의 대진표 속에 젠지는 담원 게이밍을 꺾으며, 4강에 올랐지만, DRX의 돌풍에 희생양이 되어 아쉽게 2022년 자신들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젠지 쵸비 정지훈 선수(자료 출처-라이엇)
젠지 쵸비 정지훈 선수(자료 출처-라이엇)

다양한 기록도 새롭게 만들어졌다. 먼저 DRX의 우승을 이끈 ‘데프트’ 김혁규는 9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오르면서 최고령자 우승 선수 타이틀을 얻었다. 종전 기록은 2017년 삼성 갤럭시(현 젠지) 소속으로 롤드컵 우승을 차지한 ‘앰비션’ 강찬용(당시 만 25세)이 세운 것으로, 김혁규(만 26세)가 이를 갱신했다.

아울러 ‘제카’ 김건우는 처음으로 참가한 롤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로열로더’에 등극했으며, 3년 연속 롤드컵 결승 기록을 세우고 2020 롤드컵에서 담원 기아 소속으로 우승했던 ‘베릴’ 조건희는 이번 우승으로 2회 우승자 타이틀을 획득했다.

이와 함께 ‘마포고 더비’로 해외 외신에도 소개될 만큼 큰 주목을 받은 ‘마포고’의 재학생들이 단체 응원에 초청되어 인솔 교사와 함께 50여 명의 학생이 교복을 입은 채 교기를 들고 LCK 아레나에서 응원전을 펼쳐 현장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기도 했다.

한편, 라이엇 게임즈는 이번 DRX의 롤드컵 우승을 기념하여 'DRX 우승 기념 특별 아이콘'을 출시하고 이번 롤드컵에서 DRX 선수들이 사용한 스킨 5종('메카 아트록스', '영혼의 꽃 킨드레드', '프로젝트: 아칼리', '하이 눈 바루스', '꿀잼 하이머딩거')을 한국 서버 이용자에게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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