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 공매도 폭격에 고통받는 게임업계

국내 게임 업계가 끝없는 주가 하락으로 고통받고 있다.

지난 2021년, 2022년에 코로나19 특수를 타고 역대급 매출을 올리면서 주가가 폭등했기 때문에, 그때 대비 주가 하락은 당연한 현상이긴 하나, 지금은 코로나19 특수가 있기 전과 비교해도 과도하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지난해 대비 50% 이상 하락한 주가를 기록 중이며, 코스닥 입성시 공모가 이하로 떨어진 곳들도 많다. 이처럼 게임사들이 주가 하락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게임업계 전체가 공매도의 집중 타겟이 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게임주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게임주

카카오게임즈, 넷마블,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위메이드 등 대형 게임사들 대부분이 과도한 공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으로 인해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의 단골 손님이 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7월에 공매도 거래 비중이 39.34%로 코스닥 전체 1위에 올랐다는 발표가 나올 정도로 공매도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으며, 최근에도 9월 19일 20만주, 9월 14일 25만8000주, 8월 31일 22만8000주 등 매일 10~20만 주의 공매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넷마블은 2분기 실적 발표가 있었던 8월에 과도한 공매도로 인해 10일, 14일, 17일에 연속으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이 발표되기도 했다.

공매도의 타겟이 되고 있는 게임주들
공매도의 타겟이 되고 있는 게임주들

물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각광받던 블록체인, 메타버스 사업의 미래가 불확실해졌고, 기대했던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등 게임업계 전체가 다소 불확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 중인 곳들도 공매도 폭격으로 인해 주가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으며, 오랜만에 반등의 기회를 잡았을 때도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는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넷마블은 지난 11일 야심작 세븐나이츠 키우기가 구글 매출 2위까지 오르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 MMORPG 장르 대비 개발비가 훨씬 적게 드는 방치형RPG이기 때문에, 하반기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주가는 12일 하루만 13%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을 뿐, 그 뒤로 급락해 세븐나이츠 키우기 출시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공매도 현황을 보면, 11일 17만4896주, 12일 16만5522주, 13일 12만3031주, 14일 16만906주를 기록하면서, 평소보다 3배 이상의 공매도가 집중됐다.

주가 상승 타이밍에 공매도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주가 상승 타이밍에 공매도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세븐나이츠 키우기’가 여전히 구글 매출 2위를 기록하면서 호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3분기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공매도 폭격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주가는 상승세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도 올해 2분기에 1분기 대비 매출 9%, 영업이익 133%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현재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필두로, ‘아키에이지 워’,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가 모두 구글 매출 10위 안에 들어가면서 3분기 영업이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매도가 집중되면서 상장 이후 역대 최저가인 2만6550원을 기록 중이다.

현재 많은 게임사들이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주가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게임주 전체가 침체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보니, 주가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게임 업계 전체가 불확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며, 주식은 투자이기 때문에 상승을 예측할 수도 있고, 하락을 예측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국내 공매도 시장은 막대한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점이다.

현재 공매도 제도는 개인에게는 3개월의 상환 기간이 설정되어 있지만,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상환 기간의 제한이 없다. 담보 비율도 개인은 140% 이상부터 시작하지만,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는 105%에서 시작한다. 즉, 막대한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는 공매도를 한 다음 주가가 원하는 만큼 내렸을 때 사서 반납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2021년 전 세계 증권가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미국 게임스탑 사태의 경우 기관과 개인의 담보비율이 동일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 상환 기간, 담보 비율에서 기관이 훨씬 유리한 한국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더 쉽게 주가를 내릴 수 있다.

현재 국내 공매도 제도의 불합리함에 대한 지적 및 개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는 하나, 공매도의 순기능 및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우려 등 반대 목소리도 높아 금융위원회도 갈팡질팡 중이다. 게임업계가 지금의 공매도 폭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공매도 제도의 개편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공매도 세력들도 포기할만큼 확실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더 빠를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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