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판결이 이해가 안 돼요! 내가 판사가 되어 본다면?
뉴스 매체를 통해 특정 범죄나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보도될 때, 대중들 사이에서 다음과 같은 반응이 제법 나온다. "이 정도 죄를 지었는데 형량이 너무 가볍지 않나?" "판사가 너무 관대한 것 아닌가?" "내가 판사라면 더 무거운 형을 선고했을 것이다." 등과 같이 판사의 판결에 의문과 불만을 표현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법원이 내린 판결에 대한 근거를 잘 몰라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이며, 사소하게 치부하다가는 이런 문제들이 쌓이고 쌓여 국내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법원에서는 어려운 양형 절차를 알기 쉽게 게임처럼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운영해 국민과 소통하고 있다.
양형위원회가 지난 2018년 첫선을 보인 '국민 양형체험 프로그램'이 그 주인공이다. '국민 양형체험 프로그램'은 국민이 판사의 입장에서 형량을 결정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법원 홈페이지에 마련됐다. 다양한 포털사이트에서 '국민 양형체험 프로그램'으로 검색해 접근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23년 9월 기준 64만여 명이 체험했을 정도로 관심이 높다.
현재 '국민 양형체험 프로그램'에서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살인, 절도, 강제추행, 사기, 도주치상, 공무집행방해, 상해, 방화, 횡령, 마약 등의 범죄는 물론 최근에는 명예훼손, 디지털 성범죄까지 추가돼 12개 사건을 만나 볼 수 있다. 이중 자신이 판결을 해보고자 하는 사건을 선택해 시작하면 된다.
콘텐츠 진행 방식은 게임을 즐기는 것처럼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다. 이용자는 판사가 되어 피고인 및 변호인, 그리고 검사의 이야기를 들어 재판을 진행하게 된다. 가장 먼저 사건의 개요를 살펴볼 수 있으며, 이후 양형 프로그램을 체험하기에 앞서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형량을 선택한다.
다음으로 사건을 좀 더 자세하게 다룬 영상을 시청한 뒤, 양형을 내리기 위한 법조문을 검토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절도라면 형법, 마약이라면 마약관리에관한법률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동시에 양형 참조 규정과 형별의 종류를 살펴볼 수 있다.
이중 양형 참조 규정을 통해서는 범인의 연령이나 지능은 물론 범죄에 정상 참작할만한 사유가 있어 감형할 수 있는지 등 양형에 참조할 규정들을 살펴볼 수 있다. 형벌의 종류에서는 징역이나 집행유예 등에 대한 기간이나 자세한 설명이 제공된다.
이후 영상으로 제작된 법정 공방을 만나볼 수 있다. 검사의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에 대한 진술을 시작으로 변호인의 변론을 비롯해 검사의 최종 의견과 변호인의 최후변론, 피고인의 최후진술들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이후 탄원서 등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고 최종 선고에 돌입한다.
선고 과정에서는 사건에 따라 징역이나 벌금, 집행 유예 등의 기간을 이용자가 선택하면 되고, 가중과 감경에서 어떤 요소들이 자신의 선고에 영향을 미쳤는지 선택하면 된다. 선고 사항을 결정한 뒤에는 체험자 통계를 위한 문항을 체크하면 체험이 마무리되고 해당 사건의 실제 판결문을 볼 수 있다.
프로그램에서 제공되는 사건들이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것인 만큼 실제 판결문의 주문을 확인할 수 있으며, 어떤 이유로 양형이 결정됐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 참여 재판의 경우 배심원들의 결정도 만날 수 있도록 정보가 제공된다.
체험의 마지막이자 하이라이트는 양형 프로그램 체험 전 자신이 선택한 형량과 체험 이후 선택한 형량을 비교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많은 이용자가 변화가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 부분이다.
실제 제공 중인 한 콘텐츠의 경우 체험 전에는 징역 3년 초과 5년 이하(실형)이나 징역 5년 초과 10년 이하(실형)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나, 체험 이후에는 징역형 집행유예가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변화가 나타났다.
평소 보도 등을 통해 접한 판결에 대해 쉽게 이해하지 못했거나 양형에 대한 기준을 더 자세하고 알고 싶은 국민이라면 언제든지 법원 홈페이지에 접속해 '국민 양형체험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