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으로 이어가는 전략. 한붓그리기와 RPG 결합한 ‘다크로드 사가’

요즘 모바일 게임이라고 하면 PC와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는 MMORPG 혹은 오픈월드 서브컬처 같은 대형 게임이거나, 그냥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방치형RPG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스마트폰의 터치 인터페이스로는 정교한 조작이 쉽지 않은 만큼, 조작이 중요한 게임들은 PC 위주로 넘어가고, 모바일 게임은 조작 부담이 적은 게임들이 대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요즘 대형 게임사들까지 방치형RPG 시장에 뛰어들면서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자금이 부족한 소규모 인디 게임사들은 아예 모바일을 포기하고, 글로벌 스팀 시장을 노리는 쪽을 선택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다크로드 사가
다크로드 사가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뚝심있게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게임사들도 있다. 제2판교에 위치한 경기기업성장센터에서 만난 앤유소프트도 그런 곳 중에 하나다. 넥슨 출신 김영관 대표가 지난 2018년에 설립한 앤유소프트는 데뷔작이었던 킹오브드래곤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계속 모바일 게임 한길만 걷고 있는 곳으로, 최근 한붓그리기 퍼즐과 RPG를 결합시킨 ‘다크로드 사가’를 선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앤유소프트 김영관 대표
앤유소프트 김영관 대표

“요즘 방치형 게임들이 워낙 많다보니, 자신이 직접 퍼즐을 푸는 방식의 RPG라는 점을 신선하게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김대표가 한붓그리기 퍼즐과 RPG의 결합을 떠올리게 된 것은, 누구나 부담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면서, 플레이하면 할수록 깊이가 느껴지는 게임 플레이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임영웅이 있어도 다른 트로트 가수들이 망하지 않는 것처럼, 같은 퍼즐 게임이라도 색다른 변화를 더하면 나름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붓그리기 퍼즐 게임은 초반에 3매치와 다른 플레이 스타일 때문에 주목을 받았지만, 결국 같은 색깔의 블록을 길게 연결하는 같은 패턴의 플레이가 반복되기 때문에, 스테이지를 클리어할수록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는 평가를 받았던 장르다. 하지만, ‘다크로드 사가’는 RPG의 전투 개념을 더한 덕분에, 단순히 길게만 연결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동 경로 선택부터 마지막에 끝나는 지점까지, 모든 것을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재미가 구현됐다.

적들의 범위 공격부터, 중간에 등장하는 색깔 변경 블록, 어떤 위치에서 스페셜 스킬을 발동시킬지, 다음 공격을 편하게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위치에서 멈춰야 하는지 등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 이동 경로를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붓그리기 퍼즐과 RPG의 결합
한붓그리기 퍼즐과 RPG의 결합

또한, 이동 경로를 길게 설계할수록 공격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보스까지 도달하는 완벽한 경로를 설계했을 경우 화끈한 타격감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해외 게임쇼에 나가서 직접 확인한 이용자들의 반응은 김대표의 생각에 확신을 심어줬다. 한붓그리기 퍼즐 게임이라고 해서 단순한 게임인줄 알았는데, 플레이하면 할수록 랜덤성보다는 전략적인 재미가 느껴진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요즘 퍼즐 게임은 대부분 3매치이다보니, 3매치가 아닌 퍼즐이라는 점 때문에 반가워하는 이들이 많았으며, 아이와 함께 온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 좋은 게임이라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고 한다. 덕분에 아직 본격적인 마케팅과 업데이트를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구글 평점 4.9점을 기록 중이다.

적과 싸우는 RPG이기 때문에 이동 동선과 스킬까지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
적과 싸우는 RPG이기 때문에 이동 동선과 스킬까지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

“요즘 소규모 게임사들이 많이 힘든 시장이다보니, 생존 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마케팅으로는 경쟁이 힘드니, 남들과 다른 재미를 완성도 있게 선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레퍼런스가 없는 새로운 시도는 위험부담이 크지만, 그들과 똑같은 것을 만들어서는 경쟁이 안되니까요. 저희는 직원들 대부분이 여러 게임사에서 경력을 쌓은 베테랑 개발진이기 때문에 완성도 경쟁에서 자신이 있습니다.”

앤유소프트가 이것을 위해 선택한 것은 힘빼기다. 10을 만들 수 있는 여력을 하나의 게임에 올인했다가 망하면 다음이 없어지니, 더 작고 캐주얼한 게임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앤유소프트 역시 기존에는 MORPG, 턴제RPG 같이 유행하는 장르 게임을 만들기도 했었지만, 대형 게임사들과 직접적인 경쟁이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지금의 전략을 선택했다.

길게 연결할수록 더 화끈한 타격감을 느낄 수 있다
길게 연결할수록 더 화끈한 타격감을 느낄 수 있다

이를 위해 ‘다크로드 사가’를 개발할 때 차기작에도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모든 콘텐츠를 모듈화 해뒀다고 한다. ‘다크로드 사가’의 한붓그리기와 RPG의 결합처럼 핵심 아이디어만 떠올리면 나머지 기본적인 요소들을 바로 붙여서 신작을 빠르게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해외 게임쇼에서 해외 인디 게임사들을 만나서 느낀 점은, 우리나라 개발사들은 퍼즐하면 3매치, 방치형 게임은 RPG처럼 공식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들은 생각이 굉장히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저희가 ‘다크로드 사가’를 만들 때도 레퍼런스가 없는 장르이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그만큼 더 재미있게 개발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기존에는 없었던 색다른 도전을 계속 선보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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