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AI 게임 개발 시대 열리니, 기획자 위상 더 높아졌다
AI가 전 세계 IT 산업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
게임 산업도 마찬가지다. 일러스트로 시작된 AI 열풍은, 생성형 AI 확산에 힘입어 코딩, 번역, 운영 등 게임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용자들은 캐릭터 일러스트 딸깍 논란 등 AI 활용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이제는 AI를 빼놓고 게임 개발을 얘기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유로게이머가 스팀DB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이번 스팀 넥스트 페스트만 봐도 전체 8700여개의 게임 중 1704개의 게임에 생성형 AI 기술이 사용됐다고 한다. 전체의 19.5%, 약 1/5에 해당되는 수치다.

현재 스팀DB에서 생성형 AI 콘텐츠 사용 태그를 달고 있는 게임을 검색해보면 24000개가 넘는 게임이 검색되고 있다. 갈수록 늘어났으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게임 개발에서 AI 활용이 대규모로 확산되면서, 많은 게임사들이 AI 인재 확보를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임업계 구직 플랫폼인 게임잡을 보면 많은 게임사들이 AI 능력을 가진 인재를 확보하려고 하고 있으며, 특히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AI 능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AI가 많은 일을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많은 게임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 감축을 진행하고 있지만, 반대로 AI를 잘 다룰 수 있는 인재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많은 게임사들이 외부에서 AI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부 직원들의 AI 능력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교육을 진행 중이다.

이렇게 AI 인재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더욱 더 귀해지고 있는 직군이 있다. 바로 기획자다. 게임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기획자는 AI 개발 시대가 시작되면서 프로젝트의 성공여부를 좌지우지하는 핵심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기획자가 프로젝트 전체를 이끄는 경우가 많은 해외 게임사와 달리 국내 게임사에서는 기획자의 발언권이 센 편은 아니었다. 프로그래머나 자금을 끌어오는 사업가가 게임사를 창업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보니, 실제로 게임을 구현하는 프로그래머나, 경영진의 발언권이 셀 수 밖에 없었던 것. 기획자가 아무리 새로운 기획안을 내놓아도, 프로그래머가 구현이 힘들다고 하거나,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면 끝이었다. 프로그래머 입장에서는 프로그래밍 개념이 부족한 기획자가 실제로 구현하기 힘든 말도 안되는 기획을 주장한다고 느껴는 사례도 많았다.
최근 넥슨의 유튜브 채널인 넥슨태그에 공개된 'AI 시대, 게임 개발자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 대담 영상에서도, 전유진 시나리오 기획자가 “과거 새로운 마을을 기획할 때, 마을의 생동감을 위해 30명 이상의 NPC를 배치하고 싶었지만, 각 캐릭터의 대사를 작성하고 스크립트를 연결하는 물리적인 시간 부족으로 인해, 결국 12명 수준으로 규모를 축소하는 '타협'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경험을 공유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AI를 적극적으로 개발에 활용하게 되면서, 기획자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AI 덕분에 프로그래밍 시간이 혁신적으로 단축되고 있으며, 기획자가 AI를 활용해 자신이 구상한 것들을 직접 프로그래밍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졸라맨을 연상시키는 기획자의 개발새발 기획안 때문에 일러스트레이터와의 의사소통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았는데, 요즘은 조금만 손 보면 바로 쓸 수 있을 정도의 초안을 AI가 바로 만들어주는 세상이 됐다.
AI 시대의 새로운 부담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토큰 비용도 기획자의 위상을 높여주는 또 다른 요인이다. 기업들이 AI 작업을 진행할 때는 토큰 비용이 들어가는데, AI 작업 분량이 많아질수록 토큰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AI 알트먼 CEO는 자체 기업 행사에서 “전 세계 1인당 평균 토큰 사용량이 월 10만개”이며, "오픈AI 직원들은 매달 약 1000억개의 토큰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픈클로의 제작자인 피터 스타인버거는 3명의 팀이 한 달에 130만달러 상당의 토큰을 사용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AI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유가 AI로 직원을 대체하면서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인데, 줄어든 인건비보다 토큰 비용이 더 많아질 수도 있는 것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하 BCG)이 2025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1,250개 이상 기업이 AI를 도입했는데, 60%의 기업은 상당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매출 증가나 비용 절감과 같은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한다.

기획자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것은 이처럼 늘어나고 있는 토큰 비용을 줄이기 위해 확실한 기획안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기획안이 잘못되면 여러 번 같은 프로그래밍 작업을 반복해야 하며, 그때마다 토큰 비용을 낭비하게 된다.
과거에도 기획안이 뒤집히면서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다보니 개발 기간과 비용이 대폭 늘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AI 개발 시대에서도 잘못된 기획으로 인한 토큰 낭비가 게임 개발 비용을 증가시키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내에서는 전통적으로 기획자의 위상이 높지 않았다보니, 실력 있는 기획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AI가 바꾸는 게임 개발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실력 있는 기획자 양성이 국내 게임산업의 성장을 위한 새로운 화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