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대세지만 싫어.. AI 배척 중인 게임 개발자들

"대세인 건 알죠.. 하지만 내부적으로 인공지능 쓰는 사람들을 배척하는 분위기인 건 어쩔 수 없어요. 적극적으로 쓰자고 하는 사람이 은근히 왕따 당하는 경우가 많죠."

게임 개발에 인공지능(AI)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다양한 불협화음이 야기되고 있다.

코드 생성부터 이미지 생성, QA, 조직 시스템 관리에 이르기까지 AI 활용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급격한 기술력의 발전으로 AI가 개발 파이프라인에 본격적으로 안착하면서 다양한 부작용이 감지되고 있다.

AI를 배척하는 개발자들 / AI 활용 이미지
AI를 배척하는 개발자들 / AI 활용 이미지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커지는 '고용 위기감'

AI는 게임 개발에 있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기술 발전에 대한 잠재력도 대단히 뛰어나다. 당장 오늘은 구현되지 않지만 일주일 뒤나 한 달 뒤에도 구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동안 AI는 일관성 문제나 불확실성을 이슈로 실제 게임 개발에 쓰는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기술적 한계를 빠르게 극복하고 있다 보니 AI를 배척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AI가 생산 효율성을 올리는 확실한 도구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효용성은 그와 비례할 정도로 배척하는 사람들과 마주하는 형국이다.

가장 큰 대립점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위기감이다. 업무적 효율성 증가는 생산력 증가로 이어지지만, 반대로 같은 게임을 개발하는데 적은 인력이 투입되어도 무방하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AI 투입 분야가 더 늘어날수록 인간이 설 자리가 좁아질 것임은 자명하고, 개발자 입장에서는 그것이 자신의 회사 내 경쟁력을 저해시키며 해고를 앞당길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표출된다.

때문에 게임사 내에서 AI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이 한동안 배척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이러한 집단적 거부 움직임에 대해,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고 일부 게임 전문가들이 꼬집기도 했다.

기술적 효용성에 정면으로 부딪힌 '인간적 거부감'

AI는 설정만 해두면 밤새 아무 불평 없이 다양한 결과물을 내놓는다. 엉뚱한 방향으로 결과를 도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프롬프트를 꼼꼼히 다듬어 낸다면 단기간에 말도 안 되는 고퀄리티 결과물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개발자들이 위기감을 느끼는 대표적인 이유다.

하지만 단순히 게임 개발자들이 '밥그릇'을 빼앗기기 때문에 무조건 AI를 거부한다고만은 볼 수 없다. 또 게임 개발자들이 AI를 거부한다고 해서 특별한 기술 개발 노력 없이, 현실에 안주하여 신문물을 거부하는 사람들로 평가하는 것 또한 가혹하다. 게임을 개발한다는 것이 단순히 일반 상품을 제작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AI는 게임 개발자들이 가진 인간적인 가치와도 부딪히고 있다. 대표적으로 '장인 정신'과 '개발자로의 자부심', '기존 창작자의 저작권 보호 문제' 등이다.

게임을 개발한다는 것은 고도의 노력이 필요한 분야다. 수많은 콘텐츠가 세상을 뒤덮고 있는 가운데, 누군가를 즐겁게 하기 위해 게임을 개발한다는 것은 수많은 노력과 궁리가 필요하다. AI를 사용함으로써 그러한 가치가 훼손된다고 생각하는 개발자들이 많다.

또 AI를 쓰면 자신의 고유한 영역의 노력들이 무분별하게 온라인 공간에 공유된다는 걱정도 있다.

인간적으로 접근하는 개발자일수록 그런 거부감이 더 심하며, 그러한 개발자의 거부감은 실제 소비자가 AI에 느끼는 거부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인간성과 가치에 대한 과도기에 놓인 AI

이러한 인간적인 거부감은 다양한 사회적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프랑스 게임 '클레르 옵스퀴르: 33원정대'는 생성형 AI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인디 게임상 수상이 취소됐다. 게임 개발에 AI를 사용하는 것은 인디 게임 정신에 반한다는 이유로 인디 게임상에서 AI를 쓴 게임은 참가를 못하도록 했는데, AI를 썼음에도 몰래 참가했기 때문이었다.

33원정대
33원정대

글로벌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STEAM)이 게임 개발에 AI 활용한 경우 이를 명시하도록 한 것도, 게임 심리 분석업체 퀀틱 파운드리가 지난 2025년 말에 1799명의 게임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5%가 생성형 AI 사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도 이를 증명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서브컬처 류 게임 이용자들은 자신들이 애정을 느끼는 캐릭터가 AI로 개발되는 것을 절대로 바라지 않는다. AI로 '딸깍' 제작한 캐릭터를 돈을 주고 구입하거나 감정이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아니라 불쾌감이라고 할 정도로 격렬한 반응이 있기도 하다.

이렇듯 게임 개발에 AI의 도입은 AI에 대한 개발자들의 위기감, AI에 대한 게이머의 거부감, AI로 인해 급변하는 게임 개발자의 노동 환경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지만, 그러한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AI가 게임 개발에 앞으로도 더 깊숙하게 관여할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개발자는 없다.

이 같은 모든 논란을 극복할 정도로 AI의 기술적 효용성이 올라가고 있고, 향후 AI가 게임 개발 전문가들에게 더욱 강력한 도구로 재구성될 것이라는데 마땅한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개발자들이 무조건 AI를 거부만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전문가는 "'장인의 가치는 더 나은 도구가 있다고 해서 줄어들지 않는다'"라며 "기술적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AI에 대한 최소한의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오히려 생존에 유리한 일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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