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현실. 게임에서라도 사이다 느껴보자
쉬었음 청년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서울 아파트는 꿈도 못꿀 가격으로 치솟는 중이다. 전세 매물을 찾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인데, 전세사기까지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남들은 주식으로 대박났다고 하는데, 내가 가진 주식은 계속 파란색이다.
요즘 웹툰, 웹소설, 드라마 등에서 미래 정보를 안 상태에서 과거로 돌아가는 회귀물들이 유행하는 것을 보면 모두가 답답한 고구마같은 현실을 벗어나 사이다가 느껴지는 새로운 인생을 살고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코로나 시절 질병주식회사, 데스스트랜딩 같은 게임이 폭발적인 관심을 모은 것처럼, 게임도 사회적인 현상을 담으려는 시도가 많다. 요즘은 2030 세대가 미래 대비는 커녕 당장 생활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보니, 이런 시대 상황을 담은 게임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예전 대학 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의 공감을 얻는 ‘수험생키우기’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바삭한소프트는 후속작으로 ‘취준생키우기’를 선보였다.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취업준비생들의 고민을 담은 게임이다.
과거에는 운전면허만 있어도 취업이 됐다던 시절이 있었다는데, 요즘은 사방에서 경력직만 찾으니,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한 취준생들은 그럴듯한 자격증은 기본이고,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는 다양한 자기 계발 활동 경험까지 갖춰야 한다.
‘취준생키우기’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회사가 원하는 인재로 자신을 성장시키는 과정을 담았으며, 각기 다른 스토리를 가진 여러 회사가 준비되어 있어 도장깨기 하는 느낌으로 취업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면접 가던 도중에 만나서 친절을 배풀었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면접 시험장에 회장님으로 등장하는 판타지는 현실에 없지만, ‘취준생키우기’에서는 경험해볼 수 있다.

막대한 자금을 가진 대형 투자자들에 의해 휘둘려서 개미들의 시체만 쌓이고 있다는 말이 많은 주식 시장을 내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게임도 등장했다. 주식 떡상의 재미만 압축해서 담은 인사이더 트레이딩이다.
이 게임은 ‘내부자 거래’를 뜻하는 게임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카드를 활용해서 주가를 부풀리고, 강제로 떨어트리는 등 암흑의 권력자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현실에서는 바로 잡혀갈 수 있는 불법행위이지만, 게임이니까 법이 허락하지 않는 짜릿한 도파민을 즐길 수 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동산 재벌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부동산 관련 게임들도 꾸준히 화제가 되고 있다. 심시티는 너무 고전이 됐지만 시티즈 스카이라인 같은 게임들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고, 고층 건물 하나에 집중하는 프로젝트 하이라이즈 같은 게임도 있다.

모바일까지 영역을 확장하면 갓물주 키우기, 건물주가 간다, 대건물주:건물주키우기, 건물주 고양이 키우기 등 ‘건물주’라는 단어를 키워드로 만든 게임들이 끝없이 나오고 있다.
곧 테스트를 앞두고 있는 서브컬처 게임 ‘실버팰리스’에서도 게임 내에 건물주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를 넣어둬서 화제가 됐다. 위치가 좋은 건물에 투자한 뒤 가만히 놔두면, 주인공이 열심히 탐정활동을 하면서 돈을 펑펑 써도, 자연스럽게 재산이 불어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는 콘텐츠다.
부동산 관련 게임들의 특성상 자잘한 것까지 신경쓰지 않으면 금방 적자로 돌아서기 때문에 초반에는 여유로운 건물주 느낌이라기 보다는 관리인에 더 가깝긴 하지만, 건물이 잘 운영되는 후반부로 갈수록 진짜 부자가 된 듯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게임에서 꿈꾸던 삶을 살 수 있다고 해서 현실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게임들을 통해 잠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흐트러진 멘탈을 다시 잡고, 자존감을 회복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