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람객, 게임 속 세상으로...스파이더맨 시리즈 최대 247% 이용자 증가
잘 만든 영화가 수년 전 출시된 게임을 다시 흥행 차트로 끌어올리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고대 그리스를 다룬 유비소프트의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로 이용자를 다시 불러들인 데 이어,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인섬니악게임즈가 개발한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판매량과 동시접속자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알리니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영화 ‘오디세이’가 미국 등 해외에서 개봉한 7월 17일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의 스팀,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합산 일일 활성 이용자 수는 약 12만 2000명에 달했다. 영화가 호평을 받으며 열흘이 지난 7월 27일에는 약 23만 3000명으로 증가했다. 90%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상승률이다.
플랫폼별로 보면 플레이스테이션 이용자는 약 11만 4000명으로 94% 증가했고, 엑스박스 이용자는 3만 6000명에서 8만 4000명으로 134% 늘었다. 스팀에서도 이용자가 26%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물론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와 영화 ‘오디세이’는 동일한 IP가 아니다. 하지만 게임과 영화가 모두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와 고대 그리스를 주요 소재로 삼았다. 비슷한 시대와 신화적 소재가 이용자의 관심을 연결하면서 많은 게이머를 다시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로 불러왔다.
알리니아 애널리틱스는 신규 이용자를 대규모로 끌어들였다기보다 게임을 이미 구매했거나 구독 서비스를 통해 접근할 수 있던 휴면 이용자를 다시 불러낸 성격이 강하다고 봤다. 게임이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와 게임패스에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 게이머들을 영화 관람 후 고대 그리스 세계로 빠져들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유비소프트도 영화 개봉 시기에 맞춰 전투 없이 고대 그리스를 둘러볼 수 있는 ‘디스커버리 투어’를 다시 소개하며 영화에 대한 관심을 게임으로 이었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와 ‘마블 스파이더맨’은 더욱 직접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영화는 해외 기준으로 7월 31일 개봉했으며,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채널에 게시된 예고편은 24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예고편 끝에는 현재 ‘마블 스파이더맨 2’를 플레이할 수 있다는 안내도 담겼다. 영화 예고편을 게임 이용으로 연결하는 통로로 활용한 셈이다.
인섬니악게임즈는 개봉 사흘 전인 7월 28일 ‘마블 스파이더맨 2’에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프레시 스타트 슈트’를 무료로 추가하는 등 이용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작업도 진행했다. 동시에 스팀에서는 프랜차이즈 할인 행사가 이어졌다. ‘마블 스파이더맨 2’는 33%, ‘마블 스파이더맨 리마스터드’와 ‘마블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는 최대 6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 중이다.
영화 개봉과 무료 콘텐츠, 할인이 맞물리면서 세 작품은 동시에 스팀 판매 상위권에 진입했다. 8월 3일 기준 스팀 글로벌 판매 차트에서 ‘마블 스파이더맨 2’는 5위, ‘마블 스파이더맨 리마스터드’는 9위, ‘마일즈 모랄레스’는 29위를 기록하고 있다. 모두 톱 100에 새롭게 진입했다.
동시접속자도 영화 개봉 주말을 거치며 크게 늘었다. ‘마블 스파이더맨 리마스터드’의 최고 동시접속자는 7월 30일 4360명에서 개봉 당일인 31일 7329명을 넘어섰고, 최근 24시간 기준으로는 1만 6152명까지 늘었다. 7월 31일과 비교하면 약 120% 증가한 수치다.
‘마블 스파이더맨 2’는 31일 6163명에서 1만 2001명으로 약 95%, ‘마일즈 모랄레스’는 1129명에서 3915명으로 약 247% 증가했다. 세 작품 모두 영화 개봉 주말을 거치며 이용자가 대거 몰렸다.
영화에 대한 관심이 게임 이용 증가로 이어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과거 영화 기반 게임과 차별화된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는 영화 개봉 일정에 맞춰 짧은 기간 안에 게임이 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말 그대로 판촉을 위한 게임이 등장하는 경우가 주를 이뤘고, 게임을 영화 홍보를 위한 부속 상품으로 바라보는 경향도 강했다.
현재는 대형 IP 활용이 영화는 물론 게임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진행되면서, 잘 만든 영화에 대한 관심이 비슷한 소재의 게임이나 동일 IP 게임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게임은 영화와 달리 이용자가 수십 시간 동안 직접 IP 세계에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라는 강점도 갖는다. 영화를 통해 관심을 가진 이용자가 게임에 접속하면 짧은 관람 경험이 장시간의 플레이와 커뮤니티 활동으로 확장된다.
경영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는 평가가 좋은 영화나 드라마 각색 작품이 원작 게임의 평균 동시접속자를 최대 69%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게임 이용자가 다른 미디어를 소비하는 시간 가운데 약 22%는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과 연관된 영화와 음악, 상품 등에 사용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영화와 드라마, 게임, 커뮤니티가 서로 이용자를 순환시키는 이른바 ‘프랜차이즈 플라이휠’ 형태의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