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익숙한 도시를 비틀다. 공간과 액션까지 바꾼 컨트롤 레조넌트
맥스페인, 앨런웨이크 시리즈로 유명한 레메디 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020년에 야심차게 신작을 하나 선보였다. 다른 차원의 외계 생명체, 그리고 초능력을 활용한 전투 등 색다른 컨셉으로 관심을 모은 신규 IP 게임인 '컨트롤'이다.
당시 이해하기 힘든 난해한 세계관과 게임 플레이, 최적화 등의 문제로 전체적인 평점은 높지 않았지만, 색다른 컨셉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누적 600만장을 돌파했으며, 에픽게임즈스토어에서 무료로 배포한 적이 있기 때문에 잘 찾아보면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컨트롤'이 6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온다. 전작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컨트롤 레조넌트'다. 전작과 완벽하게 이어지는 내용이기 때문에 전작을 플레이해보는 것이 좋은데, 워낙 난해한 게임이라는 평가가 많았던 게임이다보니, 개발진도 걱정이 많았나보다. 시작 전 컨트롤 개요라는 항목을 만들어뒀다. 전작의 스토리를 요약해둔 영상이니, 전작을 안해봤다면 한번쯤 봐두는 것을 추천한다.

전작은 동생을 구출하기 위해 지구를 침공한 히스와 맞서 싸우는 제시 페이든의 활약을 다뤘는데, 이번에는 전작에서 히스에 감염돼 격리됐던 동생 딜런 페이든이 깨어나 모종의 이유로 모습을 감춘 누나를 찾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전작에서는 FBC가 위치한 올디스트 하우스에서 제시가 히스와 싸우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 작에서는 게임의 무대가 뉴욕 맨해튼 전체로 확대된다. 올디스트 하우스 봉쇄가 뚫리면서 히스가 뉴욕시 전체로 풀려나 지옥도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국장이었던 제시가 사라진 후 혼란에 빠진 FBC를 도와서 히스와 싸우고, 시민도 구하고, 누나의 행방도 찾아야 한다. 전작에서 히스에 감염된 딜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기 때문인지, 딜런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반대로 그의 힘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딜런의 활약과 함께 조금씩 달라지는 태도 변화를 보는 것이 흥미롭다.
뉴욕 맨해튼은 일본에 또무로초가 있다면 미국에는 이곳이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스파이더맨, 디비전2 등을 통해 많이 돌아다녀본 익숙한 공간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만나게 되는 맨해튼은 완전히 새로운 느낌의 공간이다. 이계의 존재들이 풀려나면서 도시 전체가 기묘하게 뒤틀렸기 때문이다. 죽은 시체들이 하늘에 둥둥 떠 있고, 건물이 뒤집혀있거나, 도로가 90도로 꺾여서 넘을 수 없는 벽이 되기도 한다.


공간이 기묘하게 뒤틀려 있기 때문에, 넓은 공간을 모험하는 재미가 있다. 누나와 마찬가지로 초능력자이기 때문에 높은 건물 위를 날아다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며, 중력의 방향을 바꿔서 벽을 걸어다니며 숨겨진 요소를 찾아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세계관에 관한 정보를 사방에 흩어져 있는 여러 문서를 입수하면서 배우도록 만들어져 있다보니,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공간을 중력 방향을 바꿔서 찾아내고,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재미가 있다. 물론 길찾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전작 이상의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보통 비판받는 오픈월드 게임들은 메인 스토리와 관련도 없는 느낌표들로 공간만 채워서 이용자를 귀찮게 한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많다. 이 게임 역시 맵을 열어보면 여러가지 표시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히스가 점령해 지옥이 된 뉴욕시를 차례로 해방시키는 느낌이라, 메인 스토리와 관련이 없는 서브 퀘스트나 숨겨진 보물상자를 찾는 것들이 의미가 있게 느껴진다.

액션도 바뀌었다. 전작의 주인공 제시는 다양하게 변화하는 총기 모양의 서비스 웨폰이라는 무기를 사용했는데, 딜런 역시 모양이 다양하게 변화하는 막대기를 사용해 근접 액션을 펼친다. 게임 시작시 제시가 동생의 가슴에 날카로운 막대기를 꽂아넣는 모습이 연출돼 깜짝 놀라게 되는데, 바로 그 막대기다. 참고로 왜 동생을 그렇게 아끼는 주인공이 혼수상태인 동생을 죽이려 하는지 이해가 안됐는데, 나중에 대화를 들어보니 동생을 깨우기 위해서 한 행동이었다고 한다. 초능력자들이라 사고방식이 다른건지, 그냥 “그 정도로는 안죽어”라고 외치는 현실남매인건지…
이 막대기는 자유롭게 형태가 변형되기 때문에, 짧은 검처럼 사용할 수도 있고, 낫으로 변형시켜 다수의 적을 한번에 쓸어버릴 수도, 거대한 망치로 변형시켜 적을 뭉게버릴 수도 있다. 전작의 FPS에서 근접 액션으로 바뀐 것에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 데빌메이크라이 느낌이 난다.


특이한 점은 액션 게임에서 기본인 난이도 조절이 없다는 것이다. 가드도 없어서 모든 공격을 회피하면서 싸워야 한다. 난이도를 낮춰서 메인스토리만 빨리 클리어하면 이 게임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없다고 생각한 듯 하다. 메인 퀘스트만 빠르게 달리다보면 막히는 구간이 나오게 되는데, 다른 지역의 히스들을 사냥하면서 얻는 재화로 각종 능력치를 착실히 업그레이드해서 다시 도전해야 한다. 각 지역별로 여러 몬스터들이 소환되는데, 그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대장 몬스터들을 제거하기 전에는 작은 몬스터들이 죽여도 계속 되살아나기 때문에, 대장 몬스터를 우선해서 처리하는 전략적인 플레이를 해야 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전작인 컨트롤은 난해한 세계관과 최적화 문제, 그리고 한국의 경우 이해하기 힘든 번역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보통 신규 IP 게임이 이런 평가를 받으면 후속작까지 이어지기 쉽지 않은데, 레메디 개발진들은 아직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많고, 후속작을 통해 이 세계관을 더욱 크게 발전시킬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6년간 혼신의 힘을 다해 이것을 준비했다.

전작 요약 영상을 봐도 잘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이 컨트롤 레조넌트를 플레이하면서 서서히 풀리는 것을 보면 개발진들이 준비한 것들이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전작의 스토리를 완성시키는 후속작인 만큼, 전작을 플레이해봤다면 꼭 플레이하기를 추천하며, 전작을 안해봤더라도 독특한 컨셉에 관심이 생긴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 컨트롤 세계에 뛰어들면 될 것 같다. 여전히 기괴하고 뒤틀려있지만,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전작보다 많이 친절해졌으며, 코스믹 호러 장르를 시도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보니 이정도로 짜임새 있고, 콘텐츠가 풍부하게 준비된 작품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