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의 선택이 드라마를 완성한다. 희생 없는 결말 꿈꾸는 덱빌딩 게임 ‘루멘가르드’
잘 만든 게임은 영화 같은 감동을 선사한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매력적인 스토리와 캐릭터가 만나고, 힘든 도전을 통해 미션을 클리어한 뒤 멋진 활약을 담은 컷신이 이어지면, 실제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몰입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렇게 잘 짜여진 스토리로 전개되는 선형적인 게임은 많은 개발비를 쏟아부을 수 있는 대형 게임사들의 전유물이 될 수 밖에 없다. 규모가 작은 인디 게임사들은 특별한 스토리를 준비하는 것도, 그리고 그것을 담아낼 화려한 컷신을 선보이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인 IP를 사용하고도 팬들이 납득할만한 서사를 선보이지 못한 모 게임을 보면, 돈이 있다고 해결되는 부분도 아닌 것 같다.
개성적인 캐릭터로 주목을 받은 ‘고양이주점’으로 유명한 인디게임사 동동게임스튜디오는 신작 ‘루벤가르드’의 매력적인 서사를 완성하기 위해, 이용자들에게 키를 넘겼다. 이용자의 선택이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들이 결국 세계를 바꾸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게임을 만든 것이다.

‘루벤가르드’에서 플레이어는 무너진 왕국의 공주 세린과 함께 탈출한 뒤 옛 봉인 요새에 몸을 숨기고, 살아남은 사람들과 새로운 터전을 일구게 된다. 마을이 커질수록 세린의 힘이 불안정해지면서, 세린은 언젠가 자신이 폭주하면 멈춰달라는 부탁을 한다. 여정에서 쌓은 모든 것을 활용해 아무도 희생하지 않은 결말까지 도달하는 것이 이 게임의 목적이다.
정해진 답이 없이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다른 결과가 이어지는 게임이다보니, 동료들과 세계는 플레이어의 선택을 기억하고 그것에 반응한다. 예를 들어 초원의 물길이 검은 응어리에 막혔을 경우, 검은 응어리를 깨서 무기을 살릴 것인지, 아니면 검은 응어리를 피해 우회 물길을 다시 팔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각각의 방법은 얻게 되는 것도 있고, 반대로 잃게 되는 것도 있다.

헥사로 구현된 ‘루멘가르드’의 세계는 이렇게 플레이어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흔적들이 가득 모여서, 이야기로 완성된다. 위치와 시간, 몸 상태, 가방, 지형의 변화까지 모든 것이 이야기 전개에 영향을 주는 재료가 된다.

여러 카드로 덱을 구성해서 싸우는 덱빌딩은 너무 많은 신작들이 나와서 요즘은 식상하다는 반응이 있긴 하다. ‘루멘가르드’ 역시 덱빌딩 장르를 선택하긴 했지만, 스토리와 마찬가지로 플레이어 선택에 따른 변화를 더 강조하면서 차별화했다.
전투에서 획득한 카드는 그대로 활용하거나 합성, 변환, 강화를 통해 새로운 카드로 제작할 수 있으며, 원하는 카드를 직접 만들어 자신만의 덱을 완성해 나갈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뭇가지와 돌을 습득한 뒤, 이것으로 부식돌 칼을 만들어 장착하면 ‘찌르기’ 카드가 덱에 들어오는 식이다.

또한, 탐험 중에 만난 동물도 동료로 맞이할 수 있고, 이 역시 전투에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전투에 사용하지 않은 동물들은 사냥이나 단서 추격을 맡길 수도 있다. 탐험과 카드 제작이 연결되는 순환 구조를 통해 매 플레이마다 다른 전략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 재미다.

현재 ‘루멘가르드’는 2027년 상반기 얼리액세스 시작을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팀 얼리액세스로 완성도를 높이고, 2027년 하반기에 스팀과 모바일로 정식 서비스 버전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왕도 탈출부터 옛 봉인 요새 정착, 마을 건설까지의 초기 플레이와 카드 전투와 채집, 제작 등 기본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는 데모 버전까지 구현됐으며, 후반부 탐험 지역과 동료 합류, 앞선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멀티 엔딩 등 후반부 콘텐츠를 개발 중이다.
스팀 페이지 오픈과 함께 텀블벅 펀딩도 시작했다. 유료 뽑기와 시간 단축 같은 추가 과금없이 캠페인만으로 완결되는 이야기를 담은 싱글 플레이 게임을 팬들과 함께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선택이다. 머릿속에 동동 떠오른 발상을 한 편의 게임으로 완성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회사명처럼, ‘루벤가르드’가 매번 새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게임으로 완성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