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이라는 칭호를 얻기에 충분한 게임

시작하며...
지금은 대다수 게이머들의 머리 속에서 잊혀져 버린 비운의 걸작 하드웨어, 드림캐스트(이하 DC). 이 DC의 후반기에 나와 많은 주목을 받은 액션 게임이 있었습니다. 3D 폴리곤 그래픽을 마치 만화같이 보이게 하는 '망가 디멘션'이라는 독특한 그래픽과 철저하게 힙합(Hip- Hop)적인 세계관, 그래피티와 인라인 스케이트라는 소재를 절묘하게 조합시킨 이 게임의 이름은 바로 젯 셋 라디오(북미명 Jet Grind Radio). 아직도 DC 유저라면 한번쯤은 해봐야 할 명작 액션으로 추앙받는 이 게임의 후속작이 일본에서 Xbox 본체와 동시에 발매되었습니다. 바로 JSRF(Jet Set Radio Future)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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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캐스트로 발매되었던 전작 J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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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box로 무대를 옮긴 JS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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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씬 넓어진 게임의 무대
스타트 데모에서부터 한눈에 알 수 있는 것은, 더욱 발전한 망가 디멘션 기술과 전작의 3배 이상으로 넓어진 도시의 광경입니다. 이렇게 거대한 도시에 주인공 이외에도 수많은 시민들이나 새, 강아지 등의 동물들까지 돌아 다니는데도, 전혀 느려짐이 없는 것을 보면 '이게 Xbox의 파워인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되지요. 이 게임이 Xbox의 동시 발매 타이틀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세가의 기술력은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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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의 시부야 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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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RF의 시부야 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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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하는 게임이냐?
이 게임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전작과 동일한데,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도시를 돌아다니며, 지정된 장소에 전부 그래피티를 그리면 스테이지 클리어라는 기본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작에서는 이 그래피티를 그리는 행위의 이유에 대해 별다른 설명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꽤 자세한 설정이 존재합니다. 무대는 쇼와(小和, 현재 일본이 쓰고 있는 연호인 헤이세이(平成) 전의 연호)99년의 일본 도쿄. 이 도시의 경제, 사회, 문화는 모두 거대 기업 록카쿠(六角)에 의해 지배되고, 그들의 이익에 반하는 모든 것은 그들의 주구인 '록카쿠 경찰'에 의해 철저하게 탄압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록카쿠의 지배에 복종하지만, 루디스라 불리는 스트리트의 젊은이들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거리를 질주하며, '스트리트의 소울을 해방시키는 행위'인 태깅(Tagging, 그래피티를 그리는 행위)을 통해 록카쿠에 저항을 합니다. 이에 록카쿠 경찰은 경관의 파견은 물론, 탱크, 헬리콥터, 로봇등의 각종 병기를 사용해서 루디스들을 방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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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카쿠 경찰의 테러 진압용 병기. 그런데 그런 걸 왜 소년들에게?


조금 비현실적인 설정이 많기는 하지만(그래피티를 그릴때 사용되는 '스프레이 캔'은, 스트리트의 소울이 형태를 가진 것으로 루디스들의 눈에만 보이는 물건이라고 하는군요.), 게임을 하다 보면 그것마저 나름대로의 설득력을 가지게 되더군요. 길이든 길이 아니든 가릴 것 없이 종횡무진하며, 공공장소에다 그래피티를 그리고 방해되는 유리창 등은 몸으로 돌격해서 부수는 루디스의 모습을 보면, 스마일비트가 이 게임에서 묘사하고 싶었던 것은 '무정부주의적인 자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쉬워진 난이도, 그러나 깊어진 몰입도
전작인 DC판 젯 셋 라디오는 참신하고 수준 높은 액션 게임이었지만, 상당히 어려운 난이도로 인해 많은 유저들이 기피하게 만든 게임이기도 합니다(필자는... 모든 숨겨진 요소까지 다 모으는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그 점을 감안해서인지 이번의 JSRF에서는 난이도를 대폭으로 낮추었는데요. 처음 해보는 게이머라도 몇 번의 고비를 넘기면 순조롭게 클리어가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난이도를 낮추는 최대의 요소 중 하나는 제한 시간의 삭제입니다. 전작에서는 최대 999초까지의 제한 시간이 있어서, 이 시간 내에 목적을 해결하지 못하면 게임 오버가 되었지요. 하지만 JSRF에선 이 제한 시간이 없어져, 더욱 쾌적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스테이지 클리어는 잠시 제쳐두고 도시를 종횡무진하며 자유롭게 트릭(인라인 스케이트로 구사하는 묘기)을 연습해 보는 것도 재미있지요. JSRF에선 난간이나 전선등을 타고 미끄러지는 그라인드 중 X/Y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트릭을 추가할 수 있기 때문에, 전작보다 연속 트릭 수를 늘리기가 간단해 졌습니다. 그라인드 중 트릭을 구사하면 스피드가 증가하기 때문에, 오르막길을 올라가기도 편하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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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난이도를 낮추는 또 하나의 요소는 태깅의 단순화. 전작에서는 S사이즈의 그래피티는 단순히 R트리거를 누르는 것으로 그릴 수 있었지만, M/L 사이즈의 그래피티를 그릴 때는 마치 직접 그리는 것처럼 아날로그 스틱으로 커맨드를 입력해야 했습니다. JSRF에선 그래피티의 사이즈가 SS/S/M/L/XL의 5종류로 늘어났지만, 그리는 방법은 전부 R 트리거를 누르는 것으로 동일합니다. 사이즈에 따라 그래피티의 크기와 소비하는 스프레이 캔의 수가 달라지지요. 태깅 방법의 이러한 변화로 인해, 끊김 없이 여러개의 그래피티를 그리면서 이동할 수 있게 되어 스피드 감이 보다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전작의 L 트리거 대쉬를 대신하여 등장한 부스트 대쉬는, 더욱 스피디하게 넓은 도시 내를 종횡무진할 수 있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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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커맨드 입력 없이 그냥 누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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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효과의 부스트 대시. 스프레이 캔을 10개 소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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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난이도는 전작보다 낮아졌지만, 게임 자체의 몰입도는 전작을 가볍게 능가해버릴 정도로 높습니다. 이렇게 게임에 몰입하게 만드는 원인은 크게 '그래피티 소울'과 '미스테리 테이프'이 제공하지요. 전작에서도 친숙한 '그래피티 소울'은 보다 미래적인 모습으로(제목에도 Future가 들어가다 보니)바뀌어 다시 등장합니다. 이 그래피티 소울을 얻으면 그릴 수 있는 그래피티의 종류가 하나 늘어나게 됩니다. 더 멋진 그래피티를 그리고 싶으면 필수적인 아이템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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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비트'의 머리 모양을 한 그래피티 소울


그리고 한 스테이지에 꼭 하나씩 숨겨져 있는 '미스테리 테이프'를 얻게 되면, 들을 수 있는 BGM이 하나 추가되고, 5개의 엑스트라 미션이 나옵니다. 엑스트라 미션의 내용은 메인 스토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으로, 하나를 클리어 할 때마다 그래피티 소울이 하나 등장합니다. 그래피티 소울로 얻을 수 있는 그래피티는 유명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이 디자인 한 멋진 것들뿐이지만, 그래도 만족하지 못할 경우나 자신만의 그래피티가 필요할 경우에는 직접 만들 수도 있습니다. Xbox의 거대한 하드 디스크 덕택에 많은 양을 세이브할 수 있다는 것도 기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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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그대로 미스터리 테이프


한번 엔딩을 보고 난 후에, 한 스테이지의 그래피티를 모두 그리고, 미스테리 테이프의 엑스트라 미션을 모두 클리어 하고, 그래피티 소울을 모두 모으면 트라이얼 미션이 추가됩니다. 그리고 이 트라이얼 미션을 모두 최고 랭크인 JET으로 클리어 하면 숨겨진 캐릭터가 하나 등장하게 됩니다. 한번 엔딩을 본 후라도 숨겨진 캐릭터를 꺼내기 위한 플레이는 계속되지요. 미스터리 테이프에 써진 조건을 만족시키거나 트라이얼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그라인드 트릭 점수가 높게 나오는 특정한 장소를 발견하는 것이 필수가 됩니다. 이는 모든 맵을 꼼꼼히 체크해 보아야 가능하기 때문에 반복 플레이의 좋은 조건을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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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녀석들도 사용할 수 있다


힙합에서 테크노로?
이 게임에서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음악'입니다. 전작의 주류를 차지했던 건 역시 힙합 뮤직. 그러나 이번에는 Future라는 테마의 영향인지, 테크노 계열의 음악들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에 대해선 찬반양론이 교차하겠지만, 필자는 이번 작의 음악을 전작보다 좋아합니다. 전작의 음악들이 리믹스 형식으로 들어가 있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또한 로딩 시에 흘러 나오는 라디오 잡음이라던지, 미션 설명을 해주는 DJ 프로페서 K의 랩 또한 게임의 분위기를 살려 주지요.

몇가지 버그성 단점들
Xbox의 동시 발매 타이틀이라서 인지, JSRF에는 제작진도 미처 수정하지 못했을 자잘한 버그성 단점이 군데군데 눈에 뜨입니다. 제일 먼저 체험할 수 있는 것은 느려짐. 위에 썼던 대로 게임 플레이 중의 느려짐은 거의 없지만, 캐릭터 교체 등을 할 수 있는 루디스의 본거지 '개러지 파크'에선 플레이어 캐릭터가 증가할 때 마다 점점 느려짐 현상이 심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은 Xbox의 성능 문제가 아닌 단순한 버그로, 느려지는 특정 지점 바로 옆에 서 있어도 느려짐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볼 때면 황당해지기까지 합니다. 또한 벽을 등지고 서면 캐릭터가 보이지 않는 등의 카메라 시점 문제도 약간 있지만, 별로 신경쓸 수준은 아닙니다. 또 한가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JSRF에선 간판 위와 하수도 벽에서 밖에 월 라이드(Wall Ride)를 하지 못하게 바뀐 것이지요. 전작처럼 건물 벽에서도 자유롭게 월 라이드를 할 수 있었다면 연결 가능한 트릭의 범위가 훨씬 넓어졌을 텐데… 어쩌면 이것은 상대적으로 쉬워진 게임의 난이도를 높이기 위한 방책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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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수 있는 장소가 제한되어 버린 월 라이드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고 싶어!
전작에서도, 이번 작에서도 지겹게 플레이어들을 괴롭히는 록카쿠 경찰. 플레이어를 쫓아다니며 그래피티를 방해하는 전작의 경찰들과는 달리, 이번의 경찰들은 스테이지의 특정 부분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그 안에서 플레이어를 잡으려 합니다. 확실히 보다 지능적인 방법을 쓰기는 하지만, 경찰들을 모두 없앨 때까지(왠지 표현이...)그 스테이지 내의 그래피티를 그릴 수 없고, 경찰과의 추격전을 즐길 수 없다는 것은 박진감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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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고 쫓기는 재미가 사라진 건 아쉽다


정발판의 메리트와 디메리트
2002년 2월 2일 일본에서 발매된 지 1년이 넘게 지난 2003년 4월에 정식 발매된 JSRF는, 미국에서 출시된 번들 팩과 동일하게 세가 GT 2002와 함께 한 장의 DVD에 담겨 출시되었습니다. 한 장의 DVD로 두 가지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메리트이지만, 두 게임 모두 다 영문판 그대로라는 점, 본체와 동봉된 번들 게임으로만 발매되었기에 중고로만 구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아쉽군요.

마치며...
명작이라고 불리우는 전작의 게임성을 보다 발전 계승시키면서, 더한 자유도와 몰입도를 이끌어낸 JSRF는, 이번에도 역시 명작이라는 칭호를 얻기에 충분합니다. 이 게임이 Xbox의 동시 발매 타이틀이라는 것, 그리고 이런 멋진 게임의 일본 내 판매량이 약 15000장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이 두 가지 모두, 현재의 게이머들에게 무언가의 의미로 와 닿지 않을까...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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