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야수,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전 세계가 인터넷을 통해 하나로 연결돼 있는 세상에서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이 이제는 당연한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남녀가 진지하게 마음을 주고 받으며 결혼까지 성사되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온라인에서 상대방을 처음 만나 사랑을 나누고 결혼을 한다는 소식이 눈길이 간다.
지난 5월15일 밤 10시를 조금 넘은 시간.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 '메틴2'의 홈페이지의 게시판에 '이누야수(캐릭터 이름)와 사랑해요나두(캐릭터 이름) 결혼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한 평생 같이 할 저의 짝을 찾게 해준 이미르 관계자 분들께 감사 드린다. 아무쪼록 저희 두 사람 예쁜 사랑을 키워 나갈 수 있게 많이 축복해 주세요."
신랑이 직접 이 글을 게시판에 남겼으며, 이미르 측에서는 이 게시글이 사실로 밝혀지자 두 사람의 행복을 축복하기 위해 지난 5월19일 두 사람을 위해 공식적으로 게임 내 결혼식을 열어주었으며, 결혼 선물로 게임 캐시 10만원을 증정했고,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한 '메틴2' 게이머들에게 경험치 2배의 푸짐한 잔치 밥을 제공했다.

기자는 게임 내 결혼식을 마친 신랑 이누야수와 전화 통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Q) 먼저 두 분의 사랑 진심으로 축하 드린다. 게시판에도 두 분이 어떻게 만났는지 간단히 얘기를 해주셨는데, 좀 더 자세히 해주실 수 있으신지......
A) 처음 만난 날이요? 1년 전쯤일 거에요. 제가 그 날 따라 기분이 되게 안좋았어요. 본캐로 게임을 해도 재미도 없고 해서 부캐릭으로 진노국 대장장이 앞에서 부캐릭으로 마우스 클릭만 하면서 놀고 있었죠. 그런데, 뭔 저렙 캐릭터가 짜증나게 계속 파티를 거는 거에요. 취소하면 또 걸고 취소하면 또 걸고...... 그냥 심심한데 저렙이나 키워줘야겠다는 생각에 같이 놀았죠. 그렇게 처음 만나게 되었죠.
Q) 어떻게 두 분이 가까워 지셨는지......
A) 처음 만났을 때 제 본캐는 당시 74레벨 무사였고, 제 안사람 될 사람은 28레벨 무당이었어요. 어느 날 박라현에 있는 길마석을 못 깨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제가 본캐로 들어와서 같이 깨주었죠. 그 때 제 무사 캐릭터를 보고 멋있다고 그러더라고요. 저도 저 좋다는 사람 싫다고 하겠습니까? 제가 무사이니 몸빵하고, 뒤에서 무당이 지원사격 해주고 그렇게 사냥을 하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좀 더 편하게 게임을 하고자 게임 내에서 결혼을 하자고 했죠. 남녀가 게임 내에서 결혼을 하면 경험치를 더 받을 수 있거든요. 그 때부터 게임 속에서 자주 만나게 되었고 더 많은 얘기를 하게 되었죠.
Q) 이미 결혼을 약속한 사이지만, 게임 속에서 나와 서로 처음 봤을 땐 어떠셨는지......
A) 어떻긴 뭐가 어때요. 좋으니까 결혼하는 거죠. 하하하...... 대장장이 앞에서 처음 만나고 3개월 정도 게임 속에서 만나서 얘기하고 시간이 지나고 통화도 하고 그랬죠. 저는 울산에서 살고 있었고, 안사람 될 사람은 부산이었죠. 게임 내에서 마음에 들어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제 맘에 쏙 들더라고요. 그래서 게임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직접 만나자고 얘기를 했죠. 그 뒤로는 머......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아무튼, 게임 속에서 3개월 정도 알고 지냈고, 5개월 정도 만나다 결혼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6월9일 울산에서 진짜 결혼식을 엽니다. 많이 축하해 주세요.

30분 가량의 전화통화에서 기자가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성실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안사람이 될 '사랑해요나두'라는 분과는 통화를 할 수 없었지만 그의 장점을 꿰뚫어보지 않았나 한다. 아무런 말도 없이 파티 신청만 죽어라 했던 '사랑해요나두'는 인연이 되기 위한 작은 몸부림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는 6월9일 울산의 한 결혼식 장에서는 게임 속에서 인연을 맺은 커플이 부부가 되기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