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알바 e-스타디움 일기] ESWC 국가대표 선발전
오는 7월5일 프랑스 파리에선 Electronic Sports World Cup(이하 ESWC)이 개최됩니다. 그 대회의 IEG, KESPA 공동 주최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이 용산 전자랜드 '인텔 e-스타디움'(이하 경기장)에서 진행됐습니다. 12일 8강전부터 17일 결승전까지 6일에 걸쳐 진행된 ESWC 워크래프트 3와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국가대표 선발전 결승전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이번 ESWC 결승전은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경우 지금까지 계속 맞붙어왔던 'Lunatic-Hai'와 'e-STRO'가 다시 맞붙게 됐고, 워크래프트 3는 8강에서 세계 랭킹 1위 장재호 선수를 꺾은 이성덕 선수와 같은 팀의 박준 선수가 대결을 펼치게 돼 화제를 모았습니다. 평소 E-스포츠를 잘 모르던 저도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기대를 했으니 평소 관심 있으셨던 분들은 오죽했겠어요? 이날 늦은 시간임에도 많은 분들이 경기장을 찾아주셔서 선수들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니 실감이 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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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 먼저 도착해 취재 준비를 하고 있었더니 IEG측 분들과 선수단이 속속 도착했습니다. 벌써 경기장에서 진행된 행사를 여러번 봐서 준비 과정이나 진행, 마무리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규모가 꽤 크더군요. 중앙 자리의 가장 뒷줄 책상을 밀어 방송 중계용 장비들을 놓고, 행사장 뒤편에 위치한 보드 게임 룸을 중계석으로 만들었습니다. 경기장에 중계석이 있긴 하지만 이번 대회는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대회이니 만큼 아나운서와 해설자의 말소리가 선수들에게 들릴 경우 경기 결과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어 중계석을 따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다른 행사 때는 메인 무대 옆에 중계석이 있어 시시각각 변하는 선수들의 얼굴과 목이 터져라 오버하는 해설자들을 같이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역시 국가 대표를 뽑는 대회이기 때문인지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더군요. 혹시 보드 게임룸을 메인 무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만든 것은 이런 상황을 미리 예측한 게임동아 대표님의 선견지명? (저도 월급을 받는 몸이라... ^^) 아무튼 어떤 상황도 바로 대처할 수 있는 경기장의 시설에 다시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방송을 위한 준비가 오래 걸려 조금 늦긴 했지만 카운터 스트라이크 결승전이 시작되자 환호성과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게임이기는 해도 이제 국내에선 인기가 시들해진 게임인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생각하니 의아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쨌든 경기를 지켜보며 취재를 하려고 했는데, 선수들을 보고 있자니 경기장 TV는 소리를 막아놔 상황을 알기가 힘들었습니다. 앞 쪽에 앉아 선수들 모습을 보며 방송 중계도 함께 하려 했더니 방송 카메라에 걸려 그것도 힘들고.. 결국 카운터에서 방송을 보며 취재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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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보든, 방송으로 보든 아무래도 FPS 게임은 취재가 힘듭니다. 한 번에 한 명의 시점으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게임에 대해 많이 알고, 플레이하는 선수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으면 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기 힘들죠. 다행히 지난 후알바 4편부터 해서 FPS 경기를 몇 번 봤더니 지금은 돌아가는 상황 정도는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방송을 보며 이런저런 체크를 하던 중 시끌벅적한 소리에 돌아보니 좋은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무대에서 각종 감탄사와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후알바 기사 4편, 스페셜 포스 대회 이야기를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FPS 게임을 하는 게이머들이 얼마나 많은 소리를 지르는지. 그런데 전문 선수들도 별 다를 바 없었습니다. 그들도 똑같이 소리 지르고, 정보 공유하고, 실시간으로 작전을 내리는 등 일반 게이머들과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알고 보니 FPS 게임은 오히려 그렇게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얼마나 팀원들 간 호흡이 잘 맞아 주느냐가 승패의 관건이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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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은 'e-STRO'에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습니다. 중간 스코어를 보니 10:4로 벌어져 있더군요. 그동안 ESWC에서 두 번 만나 두 번 모두 'Lunatic-Hai'가 이겼다던데 오늘은 'e-STRO'가 준비를 많이 해온 것 같았습니다. 'e-STRO'가 서서히 승리를 향해 다가갈 즈음 'Lunatic-Hai'의 반격이 시작됐습니다. 팀원을 두 조로 나눠 한 쪽에서 시선을 끌고 반대쪽에서 공격하는 전술이 먹히기 시작했습니다. 12:5로 벌어졌던 스코어를 13:9까지 끌어올리더군요. 그리고 이때부터 저는 'Lunatic-Hai'를 응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e-STRO'도 순순히 당해주진 않았습니다. 전열을 가다듬고 새로운 작전을 수립하며 다시 스코어를 15:12로 만들며 매치 포인트만을 남겨두었습니다. 하지만 'Lunatic-Hai'는 끈질기게 'e-STRO'의 발목을 잡아챘고, 결국 2번이나 연장전을 가는 끝에 'e-STRO'가 1차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힘겨웠던 1차전에 비해 2차전은 처음부터 새로운 작전을 준비한 'e-STRO'가 앞서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1차전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가 되었기에 쉽게 긴장을 풀 수는 없었습니다. 해설자의 '이러다 저희 집에 못 가는거 아닌가요?'라는 멘트가 제 가슴을 울릴 즈음 12:7에서 연속적으로 포인트를 따낸 'e-STRO'가 최종 스코어 16:7로 승리하며 한국 대표로 선발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2번의 패배 이후 3번째에 따낸 승리여서 인지 그들은 팔을 번쩍 들며 환호성을 지르거나 서로 얼싸안는 등 정말 기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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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경기 종료 후 가진 인터뷰입니다.
Q : 우승 소감은 ?
A : 지금까지 2번 모두 져 이번엔 이를 악물고 절대 질 수 없다는 생각으로 플레이했다. 지금 기분은 날아갈 것 같다.
Q : 쉽게 이긴 2차전에 비해 1차전이 너무 힘겨웠는데
A : 준비했던 작전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다. 작전을 이끌어야 할 사람이 먼저 아웃되는 등 전체적인 팀플레이가 잘 맞지 않았다.
Q : 본선에 임하는 각오와 이루고 싶은 목표는 ?
A : 우리는 2번은 져도 3번 지지 않는 'e-STRO'다. 그동안 세계 대회에서 만나 2번 졌던 '팬타그램'(폴란드)과 'MYM'(노르웨이)만큼은 꼭 이기겠다.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지만 현실적으로 4강을 생각하고 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결승전이 끝나고 얼마간의 휴식을 가진 후 이성덕 선수와 박준 선수의 워크래프트 3 결승전이 치러졌습니다. 인기 있는 선수들이 떨어져 생각만큼 볼거리라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은 크나큰 오산이었습니다. 오히려 워크래프트 3의 시작시간에 맞춰 경기장으로 오시는 분들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윽고 모든 준비가 끝나고 워크래프트 3 결승이 시작됐습니다. 저는 다른건 모르고 이성덕 선수가 8강에서 세계 랭킹 1위 장재호 선수를 꺾고 올라온 만큼 이성덕 선수를 응원했습니다. 앞서 카운터 스트라이크 경기에서 제가 응원한 'Lunatic-Hai'가 떨어진 만큼 후알바의 저주가 워크래프트 3에서도 통할지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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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저를 버리지 않았던 듯 1차전은 이성덕 선수가 가볍게 이겼습니다. 초반부터 박준 선수에게 계속적인 압박을 가해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하지 못한 박준 선수가 GG를 쳤습니다. 생각보다 쉽게 끝난 상황에 의아함을 느꼈는데, 각 맵별로 유리한 종족이 있다고 하더군요. 1차전 테리나스 스탠드는 이성덕 선수의 나이트 엘프에게 유리한 맵으로 해설자는 다음 경기를 노리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하더군요.
해설자의 얘기가 꼭 맞아 떨어졌습니다. 2차전 에코아일은 확실히 박준 선수가 시작부터 우세를 점했습니다. 박준 선수가 맵을 돌아다니며 사냥을 하는 동안 박준 선수 진지 옆에서 프로텍터 3기를 생산한 이성덕 선수가 러시를 감행했지만 놀라운 컨트롤로 막아낸 박준 선수가 아이템, 레벨 발을 앞세워 이성덕 선수를 몰아붙인 끝에 승리를 거뒀습니다. 싱겁게 끝났던 1차전에 비해 명승부를 만들어낸 두 선수에게 많은 사람들이 환호성을 보내줬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때부터 슬슬 집에 갈 일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집이 좀 멀어서 말이죠...
터틀 락에서 진행된 3차전은 재미있는 양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우선 두 선수의 진형이 이웃에 위치했고, 맵 자체는 이성덕 선수에게 유리한데 반해 박준 선수가 초반부터 치고 나가며 경기양상을 알 수 없게 했습니다. 공격을 시작한 것도 박준 선수였습니다.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이성덕 선수의 본진을 공격하는 등 과감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성덕 선수도 쉽게 밀리지 않으며 계속적으로 방어에 성공하더니 결국엔 전세를 뒤집어 박준 선수에게서 GG를 받아냈습니다.
중간 스코어 2:1이 되며 슬슬 선수들은 물론 관람객들, 주최측, 취재진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하지만 계속적으로 명승부가 연출되며 모두들 화면에서 쉽게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응원열기도 더 뜨거워지며 힘은 들었지만 재미가 느껴졌습니다.
스코어는 2:1로 이성덕 선수가 앞섰지만 4차전 트위스티드 메도우가 박준 선수의 오크 종족에 유리한 맵이라 아무래도 5차전까지 갈 거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가기 마련이고, 후알바의 저주도 깨지기 마련입니다. 초반부터 진행된 이성덕 선수의 박준 선수 본진 러시는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미처 준비하지 못하고 있던 박준 선수도 놀라 방어에만 급급한 모습이었죠. 결국 계속적으로 밀어 붙이는 이성덕 선수의 버서커를 막지 못한 박준 선수가 GG를 치며 워크래프트 3 국가대표로 이성덕 선수가 뽑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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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성덕 선수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Q : 오늘 승리할 수 있었던 원인은?
A : 박준 선수의 플레이를 분석해 박준 선수가 쓸 전술을 미리 막은 것이 승리의 요인이다.
Q : 이제 프랑스 파리에서 국가대표로 경기에 임하게 되는데, 그 각오는?
A : 지금까지 국가대표로 나갔던 대회들은 대회 전 공백기간이 너무 길어 내 자신이 지쳐 연습을 제대로 못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확실히 준비해서 본선 대회에서 내 실력을 모두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
이렇게 ESWC 국가대표 선발전이 끝났습니다. 중계 창의 재생 시간을 보니 4시간 30분에 육박하더군요. 긴 시간동안 모두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한 모습을 보니 저도 몸은 피곤했지만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경기장에서 이러한 대회를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은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 인텔 e-스타디움에 배치되어 있는 PC는 삼보에서 제공한 최신 사양의 PC로 인텔 코어 2 쿼드 2.40GHz, 2GB RAM, 지포스 7600GT, 22인치 와이드 LCD 모니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