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알바 e-스타디움 일기] 네이비필드 대회
안녕하십니까, 요즘 비 때문에 야구장에 못가서 기운이 없지만, 어김없이 용산 전자랜드, '인텔 e-스타디움' (이하 경기장) 소식을 알려드리기 위해 나타난 후알바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행사는 네이비필드 대회. 평소 밀리터리 분야에 관심이 많아 몇 번 플레이해보려 시도를 해봤다가 어려운 난이도에 손도 못댄 게임인데, 그 게임을 잘 하는 게이머들이 모인다고 하니 기대를 하며 나갔습니다.
평소 한 시간 정도 늦게 가는 편인데, 이상하게도 정시보다 약간 빨리 도착한 후알바입니다. (경기장 관리자 얀알바는 '저게 왜 저렇게 빨리 왔지?'라고 놀라는 듯한 표정을 짓더군요) 일찍 와서 사진 구도도 잡고, 취재 기획도 하고, 홍보담당자 분과 만나 인사라도 하려 했는데, 행사 진행과 관련해서는 게임 운영자 3분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대회가 일정보다 약간 늦게 진행된다고 하더군요. 역시 사람은 평소 하던대로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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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회는 개인전과 클랜전이 진행됐지만 개인전의 경우 대공전, 대항전, 항모전의 3개 분야로 나뉘어 진행이 됐고, 각 분야별 참가자가 4명 정도 밖에 되지 않아 행사의 초점은 클랜전으로 맞췄습니다.
라온B, 화랑함대, RNA, ND연합 4개 클랜이 참여한 클랜전은 시작 전부터 파이팅을 외치는 소리와 전략에 대한 토론으로 뜨거운 분위기였습니다. 아무래도 네이비필드가 마니아 성향이 강한 게임이고, 타겟층이 한정돼있어 경기장에도 게임을 많이 즐기는 청소년 층 보다는 장, 노년의 참가자 분들이 많았는데요, 게임에서 이기고 싶은 마음은 모두가 똑같은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가족이 함께 온 분들도 있었는데, 엄마아빠를 따라온 아이가 심심했던 듯 카운터 쪽에서 혼자 놀고 있어 제가 놀아주기도 했습니다. (네, 실은 아이가 저랑 놀아주었습니다...)
클랜전에서 제가 주의 깊게 본 경기는 라온B 클랜과 화랑함대 클랜간의 경기였습니다. 3전 2선승제로 진행된 경기에서 1경기는 화랑함대가 승리를 했죠. 관건은 2차전이었습니다. 1경기를 내준 라온B는 더욱 열성적으로 게임 속 채팅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전술을 계속 변화시켰습니다. 1경기에 이어 2경기마저 내줄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었겠죠. 그에 비해 화랑함대는 공격에 나서기 보다는 치고 빠지는 전술을 통해 라온B를 약올렸습니다. 그러나 쉽게 넘어가지 않고 계속적으로 적극적인 공세를 퍼붓는 라온B를 당해낼 수 없었던 듯 화랑함대도 공격에 나서더군요. 함선 들이 맞붙어 서로에게 포를 쏜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승기를 잡은 라온B가 화랑함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라온B의 승리. 네이비필드를 잘 모르는 제가 봐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명승부였습니다. 이어질 3경기가 굉장히 기대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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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경기는 양 클랜 모두 절대 질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꽤나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습니다. 시작부터 맞붙기 시작한 두 클랜의 함선들은 저마다의 특기와 기술로 상대를 공격했고, 그를 받는 상대 또한 만만찮은 전술로 쉽게 승부를 예상하기 힘든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제부터는 끈기의 싸움. 한 쪽이 밀리기 시작하면 끝날거라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라온B가 서서히 밀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화랑함대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 매섭게 달려들더군요. 결국 수적 우위와 적극적인 공격으로 화랑함대가 결승전에 진출해 RNA를 물리치고 올라온 ND연합과 맞붙게 됐습니다.
자, 후알바의 'e-스타디움 일기'를 읽어 오신 분들이라면 저번 ESWC 결승전에서 후알바의 저주가 통하지 않았던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럼 오늘은 어떨까요? 화랑함대의 저력을 본 저는 화랑함대를 응원했고,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화랑함대는 준결승보다 더 파이팅 넘치는 자세로 결승전에 임했습니다.
1차전은 양 클랜 모두 공격을 통해 승기를 잡으려 하기 보다는 탐색전으로 상대의 전략을 알아보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네이비필드를 잘 모르는 저로서는 중간 중간 졸음까지 오더군요. 하지만 보드룸에 모여 브라비아 TV를 통해 관람하시던 네이비필드 게이머 분들은 간간히 놀라기도 하고,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주의 깊게 살피는 모습이었습니다. 탐색전이 끝났다라고 느꼈을 때, 화랑함대의 분할 공격에 맞서기 힘들었던 듯 산개 대형을 유지해오던 ND연합이 역시 2개부대로 나뉘어 화랑함대를 상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초반의 탐색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모두가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죠. 포가 날아다니고, 공중에서 전투기가 격추되며 치열한 양상을 보이던 경기에서 먼저 승기를 잡은 것은 ND연합이었습니다. 두개 부대가 각각 치고 빠지는 전술을 보이던 ND연합이 수적우위를 잡고는 화랑함대를 밀어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쏟아지는 포탄을 견디지 못한 ND연합의 승리. 아쉬워하는 화랑함대 클랜원들을 보며 제가 미안해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1차전이 끝나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제가 앉아 있던 카운터 쪽으로 몇 분의 연세 있으신 게이머분들이 모이셨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시던 중 경기장 사양과 게임에 대한 얘기를 저와 나눴죠. 그런데 게임에서 느끼는 재미에 대해 설명하시는 그 분의 눈은 정말 반짝반짝 빛이 날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아직까지는 어른들의 '게임하면 밥이 나오냐, 떡이 나오냐'와 같은 핀잔이 익숙한데 아버지, 어머니 또래의 그 분의 모습은 상당히 보기가 좋았습니다. 그래요, 이제 게임도 엄연한 문화의 하나입니다.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2차전을 알리는 사회자의 멘트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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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에서 더 열렬히 화랑함대를 응원했습니다. (물론 마음속으로만) 그런 저의 마음은 여전히 몰라주는지 화랑함대는 준결승에서 보여줬던 적극적인 공격 보다는 산개 대형으로 여기저기에서 게릴라식 전투를 벌이더군요. ND연합 역시 1차전에서 승리했다고는 해도 결승이니 만큼 탐색전에 임하는 식으로 산개대형을 통해 화랑함대와 몇 차례 소규모 전투만 치룰 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러한 전투에선 기동력을 앞세운 화랑함대가 계속 우세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ND연합이 산개대형으로는 아무래도 안 되겠던지 1차전과 같이 두개 부대로 나뉘어 저항을 해도 화랑함대는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ND연합도 쉽게 당하진 않았습니다. 1차전의 승리를 증명하듯 계속적으로 전술에 변화를 주는 듯 했습니다. 계속적인 공방전은 손에 땀을 쥐게 했지만 보고 있자니 헷갈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중계석과 보드룸, 선수들 뒤편을 오가며 관람했는데, 알고보니 게이머를 나타내는 색이 각 진영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고 하더군요. 결국.. 2차전은 제 실수로 제대로 관람하지 못한채 화끈한 공방전을 감상하다가 ND연합이 승리했다는 것만 알게 됐습니다. 후알바의 저주가 제대로 통하려는 느낌에 화랑함대에 참 미안해지더군요.
20여분의 휴식시간 후 3차전이 시작됐습니다. ND연합의 3:0 승리냐, 화랑함대의 극적인 역전승의 발판이냐를 두고 선수들은 물론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이 손에 땀을 쥐며 경기에 집중했습니다. 경기를 끝내 버리겠다는 ND연합의 초반 공세는 상당히 적극적이었습니다. 계속적으로 끊임없이 전투기와 함포를 통해 화랑함대를 견제했습니다. 이에 화랑함대는 한 곳에 뭉쳐 집중 사격을 퍼부었습니다. 공방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먼저 승기를 잡은 쪽은 화랑함대였습니다. 한 곳에 뭉쳐있어 타점이 쉽게 노출 될 거라 생각했지만 일점사의 위력은 ND연합의 함선들을 하나 둘 잡아가며 우위를 점했습니다. 이에 ND연합은 일단 뒤로 물러서 전세를 확인한 후 하나, 둘 미끼를 보내 화랑함대의 함선들을 끌어와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적우위를 너무 믿었던 걸까요? 우세를 보이던 화랑함대가 ND연합의 낚시에 하나 둘 낚여가며 전세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승리 메시지. ND연합이 네이비필드 최고의 클랜으로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ND연합의 환호성과 화랑함대의 아쉬움이 교차하는 가운데 시상식이 진행됐습니다. 옆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모두가 웃는 얼굴로 시상대에 오르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된 대회들에서 2위 수상자는 대부분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시상대에 오르곤 했는데 2, 3, 4위 모두 수상판을 높이 치켜들며 기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게다가 이어진 단체 사진에선 알아서 클랜원 모두가 무대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으며 기뻐했습니다. 젊은 층의 게이머들부터 노년층의 게이머 분들까지 모두가 어우러지는 모습, 그것이 네이비필드의 모습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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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있을 행사에서도 이처럼 가슴 훈훈한 장면이 많이 보이길 바라며 이만 취재를 마치는 후알바입니다. 그럼 다음 행사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참, 네이비필드 세계대회가 12월경에 열린다고 합니다. 한, 중, 일 3개국과 글로벌서버에서 우승한 국가까지 (미국이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귀띔을 받았습니다) 4개 국가가 겨루는 대회라고 하더군요. 각 국가를 대표해서 출전하는 선수들이 하는 경기인 만큼 상당히 흥미진진할 것 같습니다. 네이비필드 팬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경기겠죠. 저도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 인텔 e-스타디움에 배치되어 있는 PC는 삼보에서 제공한 최신 사양의 PC로 인텔 코어 2 쿼드 2.40GHz, 2GB RAM, 지포스 7600GT, 22인치 와이드 LCD 모니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