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해외 게임 시장, 한국 온라인 게임 ‘달라져라’
"최근 2-3년간 국내 게임 시장에서 성공한 게임은 적고.. 해외 진출도 점점 어려워지고요"
최근 인터뷰를 진행했던 한 게임 전문가의 말이다. 한국게임문화진흥원에서 내놓은 2007년 게임백서에 따르면 금년도 게임업계 총 규모는 7조4천억 원까지 확장되고 있고, 매년 50% 가까이 급박하게 성장일로를 걷고 있는데도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은 왠지 위태로운 것 같은 분위기다.
또 지난 11월 초 국내 최대 게임쇼인 지스타2007에서 역대 최고인 3억3천만 달러의 수출 상담 실적을 달성하는 등 여전히 게임 수출은 실적이 높지만 정작 국내 온라인 게임사들은 '예전만 같지 않다'며 고개를 흔드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렇게 한국 게임시장이 급격히 확장되고, 수출 실적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게임업계에서는 심각한 고민에 휩싸여 있는 듯한 모습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고 있는 것일까.
* 날로 어려워지는 게임 수출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과거에는 '한국 온라인 게임'이라고 하면 해외 게임사들이 앞다투어 가져가려 했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갔다"고 말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온라인 게임의 주 수출 무대였던 중국과 동아시아가 자국 게임 양성을 위해 '쿼터제' 등을 시행하거나 검토 단계에 두어 한국 게임을 견제하려 하고 있으며, 또 최근에는 이들 나라 게임들이 한국 게임과 견줄 정도로 퀄리티가 높아져 굳이 한국 게임을 들여올 이유가 없어지고 있다고 이들은 토로한다.
실제로 과거 중국에서 인기 상위 10위 안에 한국 온라인 게임이 7개를 차지했다고 한다면, 최근 들어서는 10위 안에 2-3개 있기가 힘든 상태다. '완미세계'처럼 '국내에서도 통할만큼' 뛰어난 중국산 게임들이 계속 중국 내에 출시되는 데다 중국 정부의 한국게임 수입제한 정책에 대한 적극적 검토가 만들어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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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몇몇 한국 게임을 들였다가 큰 피해를 본 해외 게임사들의 경우 또다시 한국 게임사들의 게임을 수입하는데 있어 몇 가지 조건을 걸기도 한다. 이들 개발사가 요구하는 가장 중요 조건은 한국 시장에서의 안정된 '공개 시범 서비스' 결과. 과거에는 게임 자체만 보고 계약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많은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에서의 안정된 서비스를 조건을 걸고 있다.
이러한 해외 바이어들의 요구는 근 2-3년 간 국내에서 공개 시범 서비스를 한 후 성공을 거둔 게임이 없는 상태에서 더욱 수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태국에 있는 아시아 소프트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검증된' 게임만을 계약 대상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형 게임들은 똑같다. 색다른 장르 필요
지난 11월9일부터 4일간 진행된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2007에서 한국을 찾은 해외 게임 바이어들의 성향은 지난 해와 크게 달랐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이어들이 엔씨소프트나 넥슨 등의 유명 개발사의 게임이 아닌 이상에는 철저히 해외 취향의 게임들을 찾아 나섰다는 점이다. 많은 해외 바이어들은 지난해와 달리 '눈이 크고, 이쁘고 귀엽기만 한' 전형적인 한국 캐릭터 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철저히 자국 중심으로 먹힐만한 장르의 게임들을 찾는 양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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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레이서'를 개발한 위너원의 한 관계자는 "해외 바이어들이 국내에서 먹힐 것 같은 작품들은 하나도 거들떠 보지 않았고, 오히려 전혀 국내에서 큰 메리트가 없는 게임들만 골라서 계약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와 완전히 시선이 다른 바이어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전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해외 바이어들이 중점적으로 찾는 게임은 현 온라인 게임의 대세가 되는 MMORPG나 FPS 게임 등이 아니었다. 해외 바이어들은 상당수 한국에서 먹히지 않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을 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어 해외 바이어들은 FPS 게임이나 일반 액션 게임보다 '오디션' 처럼 자국 내에 해당 장르의 게임이 없어 '장르 선점'이 가능한 게임을 주로 찾았으며, 국내에서 잘 찾아볼 수 없는 '섹시 코드'와 '성인 코드', 그리고 미니 게임 등의 요소가 있는 게임들을 주로 찾았다. 북미나 유럽의 경우 그래픽도 귀여움 보다는 실사 취향의 게임을 선호했다.
미국 최대 퍼블리셔 중 하나인 K2 네트워크 사의 한 관계자는 "미니게임 등 여러 가지 게임이 함께 들어있어 많은 게이머들을 붙잡아두는 게임이 필요한데, 한국 게임들은 전부 단일 구성이다"라고 말하면서 "특히 한국에는 해외에서 먹힐만한 20대 후반 타겟의 게임이 전무하다"고 털어놨다.
* 장르 다변화 등 극도의 경쟁에 대비해야
이렇게 해외 업체들이 한국 온라인 게임의 다변화를 요구하는 상황과 국내 시장의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내 업체들의 행보는 더욱 바빠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꾸준히 온라인 게임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FPS나 MMORPG 등의 주류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국내처럼 10대 위주로 구성된 게임들이 아니라 20대 후반, 혹은 장년 층을 노리는 등 확실한 타겟층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장르로 승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금 국내 온라인 게임업계처럼 '돈 되더라' 하면 우르르 쏟아내는 게임 중 하나로는 해외에서도 성공이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해외 온라인 게임 시장의 비중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각 나라의 현지화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CCR의 윤용화 팀장은 "한국 게임사들이 서서히 동아시아와 중국에서 점점 수출이 어려워지자 동유럽, 남미, 인도 등에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라며 "한국 게임사들이 확실한 지역 다변화 정책을 펴서 현지화에 중점을 두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팀장은 또 "해외 수출을 하더라도 장르 선점이 가능한 경우가 아닌 상태에서는 무언가 '특별한 경쟁력'이 없다면 계약금만 받고 로열티를 포기하는 식의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며 수출하는 나라에 대한 장르의 특성화와 선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