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재윤의 지휘봉은 다시 춤추는가

지난 12일 2007 신한은행 후기리그 준플레이오프 경기의 주인공은 마재윤이었다. 5경기에서 이승훈에게 패한 뒤 팀의 운명을 결정하는 에이스 결정전에 재출전, 박명수를 완벽하게 제압하면서 팀에게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그리고 경기 후 마재윤은 살짝 눈물을 보였다. '마본좌'로 칭송 받던 마재윤은 왜 눈물을 흘렸을까.


2006년의 마재윤은 그야말로 '본좌' 그 자체였다. 70% 이상의 승률과 함께 양대 리그 제패, 저그에게 불리한 맵을 극복해내는 신들린 플레이, 다른 최상위권 선수들에게도 압도적인 상대 전적 차이를 유지하며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3.3' 혁명과 함께 2007년은 마재윤에게 잔인한 한 해였다. '혁명가' 김택용에게 발목을 잡히면서 MSL 제패에 실패했고 이벤트 경기라고는 하지만 해외 무대에서도 김택용 등에게 번번히 무너졌다. 최근 2007 에버 스타리그에서도 김택용의 벽을 넘지 못하고 8강에서 탈락했다. 프로리그 후기리그에서는 개인전과 팀플레이를 번갈아가면서 출전했지만 3승8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둬야 했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곰티비 MSL 시즌 4 32강에서 민찬기, 김구현에게 2연패를 당하면서 탈락이라는 쓰디 쓴 잔을 마셔야 했다. 각 조지명식에서는 "마재윤을 선택한 이유는 실리를 위해"라는 도발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2007년 마재윤의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너무 많이 노출 됐다는 것이다. 마재윤은 기본적으로 3 해처리 체제를 바탕으로 하면서 꼼꼼한 상대 정찰을 통해서 유연한 맞춤 플레이로 상대를 제압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상대에게 전략이 노출 됐다면 초반에 저글링으로 몰아치는 극단적인 플레이나 노 스포닝풀 3 해처리라는 배짱 플레이를 선보이면서 전략적인 면도 선보였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쉽지 않았다. 본좌에 오른 마에스트로를 끌어내리기 위해 수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다른 프로게이머들은 마재윤의 VOD를 모두 챙겨보면서 꼼꼼하게 빌드, 버릇, 병력 배치, 컨트롤, 위기 대처까지 연구했고 조금씩 조금씩 마에스트로의 지휘봉을 흔들어 놓았다. 그리고 거기에 결정타를 날린 것이 '혁명가' 김택용이었으며 그로 인해 '마에스트로' 마재윤은 어느새 초라한 연주자로 변해 있었다. 경기에서는 연패가 이어졌고 각 종 커뮤니티에는 비난의 글이 쏟아졌다.

그동안 마재윤의 마음 고생은 그 누구보다도 심했을 것이고 특히나 방송 무대에서는 감정 표현을 잘 들어내지 않는 그가 힘겨운 승리 끝에 눈물을 보인 것은 의미가 크다. 그 누구보다도 스스로가 답답했겠지만 에이스 결정전의 승리를 통한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그리고 팀원들과 코칭 스태프 모두가 자신을 믿어주었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2008년이 되어서도 당장 마재윤의 '포스'가 예전처럼 돌아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이 알려졌고 아직도 '마에스트로'의 자리를 노리는 경쟁자들은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재윤은 준플레이오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번 승리를 통해 나 자신은 물론 CJ팀도 한 단계 더 성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1승을 책임 져주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팀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에이스로서 성장했다는 느낌이다.

수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최고의 자리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으며,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고 해도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어떤 에이스 플레이어라고 해도 팀을 패배에서 구해내지 못할 수도 있으며 어이 없는 경기력으로 팬들의 비난을 받을 때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겪는 좌절 속에서 얼마나 빨리 일어나느냐가 그 프로게이머의 성공을 결정한다. 미국 텍사스 대학의 미식축구 감독 대럴 로얄은 다음과 같은 명문을 남겼다.

"굴욕을 맛본 적이 없는 선수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일류 선수는 수 많은 노력을 해서 그것을 빨리 극복한다. 평범한 선수는 극복하는 게 좀 늦다. 그리고 패자는 언제까지나 그라운드에 누워서 일어설 줄을 모른다"

'마에스트로' 마재윤은 잠시 좌절 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가 흘린 눈물을 바탕으로 더욱 더 강력해진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왜냐면 그는 저그의 지휘자, 마재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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