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기다림 속에 갇힌 당신의 영웅들, '점프 포스'

[IT동아 김영우 기자] 각기 다른 작품의 캐릭터들이 한데 뭉쳐 이야기를 펼치는 크로스오버 콘텐츠가 그야말로 대세다. 슈퍼맨, 배트맨으로 대표되는 DC코믹스의 캐릭터들이 모여 거대한 음모에 맞서는 '저스티스 리그',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등의 마블코믹스 캐릭터들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 힘을 합치는 '어벤저스' 등이 대표적이다. DC코믹스나 마블코믹스 캐릭터들은 이미 수십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경우가 많아 인지도가 대단히 높고 팬층이 두텁다. 이런 캐릭터들이 한 작품이 총 출동한다면 그 작품이 재미가 있건 없건, 엄청난 관심을 끄는 것이 당연하다.

점프포스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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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 포스의 리더격 캐릭터인 손오공과 루피, 나루토>

그렇다면 혹시 DC나 마블코믹스 못지 않은 영향력을 가진 캐릭터 플랫폼이 또 있을까? 당연히 없지 않다. 바로 일본의 '소년 점프'다. 5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이 주간 만화잡지를 통해 '드래곤볼', '북두의 권', '시티헌터'등의 전설적인 작품이 다수 탄생했으며, 현대에 들어와서도 '원피스', '나루토', '헌터x헌터' 등의 인기작을 다수 배출했다. 만화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 잡지에 연재되던 작품의 이름 몇 개 정도는 들어 봤을 것이다.

지난 2월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가 플레이스테이션4, 엑스박스원, 그리고 PC(스팀)으로 출시한 액션게임 '점프 포스(JUMP FORCE)'는 이런 소년 점프 출신의 인기 캐릭터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크로스오버 작품으로, 굳이 비유하자면 일본의 저스티스 리그 내지는 어벤저스 같은 작품이다. 이런 인기 작품의 인기 캐릭터가 잔뜩 모여 전투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니, 이건 '당연히 재미있어야 할' 작품이 아닐까?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 작품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 더할 나위 없는 캐릭터성, 목록만 봐도 '압도적'

우선 이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목록을 살펴보자. 손오공(드래곤볼), 몽키 D. 루피(원피스), 우즈마키 나루토(나루토), 곤 프릭스(헌터x헌터), 쿠로사키 이치고(블리치), 사에바 료(시티헌터), 켄시로(북두의 권), 히무라 켄신(바람의 검심), 어둠의 유우기(유희왕), 우라메시 유스케(유유백서), 페가수스 세이야(세인트 세이야), 아스타(블랙 클로버), 쿠죠 죠타로(죠죠의 기묘한 모험), 타이(타이의 대모험), 미도리야 이즈쿠(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야가미 라이토(데스노트) 등, 각 인기만화의 주인공들이 대거 출연하며, 이외의 조연들도 적지 않게 등장한다.

점프포스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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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 점프를 대표하는 인기 캐릭터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밖에도 DLC를 통해 상당수의 추가 캐릭터들이 투입되는 중이라, 적어도 '캐릭터성' 면에서 점프 포스를 능가하는 작품은 흔치 않다. 어떤 콘텐츠이건, 캐릭터가 매력적이라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 없다. 이 작품은 시작부터 매우 복 받은 조건에서 출발한 셈이다.

- 뛰어난 그래픽과 액션성, 원작 초월 수준의 연출력

그렇다면 그래픽 품질은 어떨까? 이 역시 나쁘지 않다. 점프 포스는 수많은 유명 게임에 적용되어 그 효과를 인정받은 '언리얼 엔진4'를 기반으로 개발되었다. 각 캐릭터들의 묘사가 대단히 정교하며, 배경 역시 실사에 가까울 정도로 현실적이다. 무엇보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원작들의 그림체가 상당히 개성적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3D 그래픽으로 위화감 없이 재현한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캐릭터들의 표정이 다양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 역시 원작 캐릭터들의 이미지를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 선택한 방법일 수도 있다.

점프포스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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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의 품질은 뛰어나며, 원작의 분위기도 잘 재현했다>

장르가 장르인 만큼 액션성도 중요하다. 이 게임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3 대 3 팀 배틀로 이루어지며, 3인칭 시점의 3D 공간을 누비며 격투를 벌이게 된다. 간단한 조작으로 화려한 전투장면을 연출할 수 있으며, 원작에서 등장한 다양한 필살기 역시 충실하게 준비되어 있다. 특히 필살기를 사용할 때의 연출은 그야말로 원작 이상의 박력을 자랑하며, 워낙 볼 만 하기 때문에 혹시나 플레이어가 적에게 필살기를 맞고 패배하더라도 화면에선 눈을 떼기 힘들다. 전반적인 타격감과 속도감 역시 훌륭해서 말 그대로 '찰진 손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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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살기를 사용할 때 원작 초월 수준의 뛰어난 연출을 감상할 수 있다>

- 흥미롭지 못한 스토리, 따분한 구성

이 정도의 장점을 가지고 있으면 너무나 당연하게도 게임의 재미 역시 훌륭해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 플레이를 하다보면 가끔씩 고개가 갸우뚱거려지거나 하품이 나오는 것이 문제다. 우선 게임의 스토리 및 전반적인 구성이 그리 흥미롭지 않다.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집단인 '베놈즈'가 등장하자 소년점프 각 작품의 주인공들이 뭉친 'J 포스'가 결성되어 베놈즈에 대항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스토리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초능력을 얻게 된 플레이어의 아바타(이름이나 성별, 외형은 직접 설정) 역시 J 포스에 참가, 각 작품의 캐릭터들과 힘을 합쳐 베놈즈에 대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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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트레이닝과 미션을 거치며 주인공의 아바타도 점점 강해진다>

게임의 기본적인 흐름은 로비를 통해 각종 미션을 받아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상당수의 미션 내용은 베놈즈에게 세뇌당한 각 원작의 캐릭터들과 전투를 벌이는 것이다. 이 전투에 승리하여 미션을 완수하면 해당 캐릭터들의 세뇌가 풀리고, 그들 역시 대부분 J 포스에 가입하게 되어 주인공들과 함께 베놈즈에 대항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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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놈즈에 세뇌된 원작의 캐릭터들과 싸워 승리하면 그들도 대부분 동료가 된다>

기본적인 스토리가 아주 뻔한데다 각 미션의 내용 역시 단조로운 것이 많다. 물론 각기 다른 세계관의 캐릭터들이 서로 전투를 벌인다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지만, 장시간 게임을 붙잡게 하기 위한 반전이나 변화가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깝다. 물론 이런 와중에 포인트를 모아 플레이어 아바타의 외모나 복장을 바꿀 수 있게 하는 아이템을 구매한다거나, 각종 전투 기술을 얻어 플레이어의 아바타를 강화하는 등의 요소가 있긴 하지만, 어차피 이 게임은 플레이어 아바타 보다는 각 원작 캐릭터들에게 훨씬 눈이 가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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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아바타의 외형을 꾸미거나 전투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매력적이고 개성적인 캐릭터가 넘쳐나긴 하지만, 그 개성과 매력을 충분히 느낄 만한 스토리와 구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인데, 사실 이건 이런 크로스오버 작품들이 자주 지적받는 문제점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작품이라면 주인공의 행보에만 집중해 밀도 있는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겠지만, 이런 작품의 경우는 완전히 다른 배경의 쟁쟁한 주인공급 캐릭터들이 여럿 등장하다 보니 이야기가 산으로 가거나 구성이 산만해지기 마련이다. 이를 잘 극복한 사례라면 마블코믹스의 어벤저스 영화 시리즈가 대표적인데, 점프 포스의 구성은 어벤저스는 커녕, 많은 영화팬들에게 비판을 받은 저스티스 리그와 비교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밋밋하다.

- 시종일관 플레이어를 압박하는 길고 잦은 로딩

그리고 이 게임 최대의 단점이자, 위에서 소개한 몇몇 장점을 완전히 무색하게 할 정도로 큰 문제점이 바로 로딩 시간이다. 게임을 시작하거나 중간 데모 컷신이 나오기 전에, 혹은 캐릭터를 고르거나 전투를 시작하거나 할 때 PS4 버전 기준 최소 20~30초, 길면 1분 가까운 로딩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로딩 속도 자체가 느릴 뿐 만 아니라 로딩 횟수도 너무 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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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딩 중 각종 게임 관련 팁을 알려주긴 한다>

특히 데모 컷신을 진행 하다가 단순히 카메라 구도만 바뀌었을 뿐인데도 다시 로딩을 하고, 불과 4~5초 분량의 짧은 대화씬을 보여주기 위해 20~30초씩 또 로딩을 하며, 전투를 하다가 패배하여 같은 장소, 같은 캐릭터로 바로 재시작을 할 때도 또 다시 처음부터 로딩을 하는 등, 다소 납득하기 힘든 로딩 패턴을 자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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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투 패배 후 재시작을 할 때도 처음부터 다시 로딩을 한다>

불과 몇 십 초 분량의 전투를 하기 위해 그 이상의 시간동안 로딩 화면을 멍하니 바라봐야 하는 플레이어의 심정을 개발자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듯 하다. 이건 게임 개발자의 역량뿐 아니라 서비스 정신의 부재까지 의심해 봐야 할 정도다. 제작사에서도 이 게임의 로딩 시간이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지난 3월 20일에 로딩 시간을 일부 단축했다는 1.06 패치를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패치를 하더라도 일부 상황에서 몇 초 정도 로딩이 빨라졌을 뿐이라 플레이어가 전반적으로 체감하는 불편의 정도는 크게 다르지 않다.

- 캐릭터에 대한 애정만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점프 포스는 인기작이 될 만한 요소를 다수 갖추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매력적인 인기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고, 그래픽이 훌륭하며, 화면 연출 및 액션성도 뛰어나다. 하지만 스토리 및 구성이 전혀 흥미롭지 않아 캐릭터들의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으며, 각종 로딩이 납득하지 못할 정도로 길고 또 잦아서 게임의 재미를 온전하게 느끼기가 힘들다.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만으로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은 아니겠지만, 그 외의 일반 게이머라면 구매 전에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p@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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