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일뽕 맞은 양키가 만든 어쌔신크리드 '고스트 오브 쓰시마'

‘고스트 오브 쓰시마’라는 게임에 대해 한 줄로 요약하면 일뽕 맞은 양키가 만든 어쌔신크리드다. ‘어쌔신크리드 와패니즈’가 나오면 딱 이렇게 나올 것 같다. 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해도 될 정도라 본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
고스트 오브 쓰시마

'고스트 오브 쓰시마’를 개발한 써커펀치는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다. 워싱턴에 자리한 회사로 ‘슬라이쿠퍼’ 등이 대표작이다. 2013년 11월 플레이스테이션4의 론칭 이후 빠르게 2014년 3월 ‘인퍼머스 세컨드 선’을 출시해 플레이스테이션4 초반 게이머들이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몽고군의 어마어마한 위세
몽고군의 어마어마한 위세

써커펀치는 이후 2017년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제작 소식을 알렸다. 이 게임은 1274년 여몽연합군(고려와 원)의 일본 침공 과정 중 대마도의 코모다하마 해변에서 일어난 전투에서 영감을 받았다. 해당 전투에서는 80여명의 사무라이가 목숨을 잃었다. 실제 역사에서는 땅을 파고 숨어 있던 사람들이나 살아남았을 정도로 대마도는 하루 만에 점령 당했다. 게임은 역사와는 달리 고려군은 등장하지 않는다. 조상님을 베고 다녀도 되지 않아 어찌보면 다행이다.

몽고군 수장
몽고군 수장

이러한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은 실제 써커펀치는 원나라의 압도적인 무력 앞에 맞서는 사무라이 ‘사카이 진’이라는 인물을 게임에 그려냈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제작팀은 대다수가 고전 사무라이 영화를 보고, 사무라이 만화를 읽으며 자라왔다고 자랑할 정도다. 그들은 봉건시대 일본의 모습을 게임에 상당히 잘 녹여 냈다.

주인공의 동료 유나, 스타워즈에서 본거 같다.
주인공의 동료 유나, 스타워즈에서 본거 같다.

게임은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 대마도 배경의 ‘어쌔신크리드’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섬의 남부지방에서 시작해 북부로 나아가는 과정을 스토리에 담아냈다. 게임 초반 진행되는 첫 전투에서 몽고군에 참패를 당한 일본 무사는 거의 다 목숨을 잃었다. 전투에서 살아남은 주인공이 ‘사카이 진’이 숙부를 구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다. 몽고군의 적장이 사무라이 대장 회유를 통한 본토 점령 계획 등 당시 있을 법했던 이야기도 담아냈다.

숙부는 내가 팬다
숙부는 내가 팬다

게임 초반에는 주인공이 가진 무사도 정신이 엿보인다. 적진에 진입하기에 앞서 먼저 한판 붙자고 외칠 정도다. 물론 게임을 진행하면서 뒤에서 적을 암살 하는 등 사무라이가 해선 안 될 일도 하고야 만다. 무사도와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서 주인공이 고민에 빠지는 이야기도 담겼다. 사무라이로서의 주인공과 망령이 되어가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스토리 전반에 걸쳐 있다. 그래서 제목이 ‘고스트 오브 쓰시마’인가 보다.

사무라이 정신
사무라이 정신

내가 바로 비겁자
내가 바로 비겁자

게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전투다. 배트만 아캄나이트나 어쌔신크리드 시리즈 등을 통해 익숙한 프리플로우 전투를 사무라이에 잘 어울리게 준비했다. 충격을 줘서 자세를 무너뜨리고 이어지는 공격이 중요하다.

물흐르듯 이어지는 전투
물흐르듯 이어지는 전투

특히, 보스전을 제외하면 대부분 일대 다수의 전투라 펼쳐지기 때문에 긴장을 전투가 끝날 때까지 놓을 수 없다. 검사, 방패병, 거한, 창병 등과의 대결에 적합한 자세를 실시간으로 바꿔가며 전투를 진행해야 하기에 패드를 쥐고 있는 손도 쉴 틈이 없는 것은 덤이다.

재미있는 점은 다수와 전투를 진행할 때도 시점을 고정하는 기능이 별로도 존재하지 않는 점이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해 보면 일부러 해당 기능을 넣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플레이 시에 게이머의 시점 조절 능력과 공격 대상 판단이 굉장히 중요하다.

지휘관 치르는 첫 보스전
지휘관 치르는 첫 보스전

아울러 게임 내에서는 튕겨낼 수 있는 공격과 회피해야 하는 공격이 있는데 튕겨내기 이후 이어지는 공격 동작이 주는 손맛이 뛰어나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내내 똑같은 적과 전투를 치르는데도 크게 지겹지 않고 재미를 주는 부분이 튕겨 내기와 회피에서 온다고 본다.

또한, 적진을 정면에서 들어가면 ‘맞대결’ 시스템을 통해 사무라이 영화화 같은 1:1 대결을 펼친다. 맞대결 시에는 적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관찰해 대응해야 한다. 적이 페이크도 건다. 맞대결에서 승리하면 단 한 번 칼을 휘둘러 적을 제거할 수 있지만, 실패 시에는 상당한 페널티가 있다. 다만, 실시간으로 화면이 그대로 렌더링 되기 때문에 시야가 불편한 곳에서 맞대결이 펼쳐지면 참 난감하다.

지휘관 물리쳐 자세를 해금할 수 있다.
지휘관 물리쳐 자세를 해금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면에서 적을 상대하지 않고 암살 위주의 플레이도 가능하고, 화살 같은 원기리 무기와 쿠나이, 연막탄과 같은 다양한 던지기 무기도 활용할 수 있다. 매번 전투를 다르게 풀어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오픈월드로 제작된 만큼 맵 곳곳에는 전투는 기본이고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마련됐다. 일본어 밖에 할 줄 몰라서 한국인 손님은 받지 않는 가게가 즐비한 지금의 대마도 보다 더 즐길 거리가 많을 거라고 본다. 비록 대부분 비슷하고 별 의미 없는 치장 아이템을 찾는 것이 거의 절반에 달하지만 말이다.

검술 훈련을 통해 의지를 올릴 수 있다
검술 훈련을 통해 의지를 올릴 수 있다

온천을 찾아 휴식하면 최대 체력이 증가하고, 대나무 검술 도장에서는 단련을 통해 의지를 올릴 수도 있다. 의지는 다양한 스킬 활용과 체력 회복 등에 사용하는 중요한 능력치다. 또 여우굴에서 여우를 찾아 신사에 기도를 올리면 능력치를 주는 호부를 장착할 수 있는 슬롯이 추가된다.

새로운 온천을 발견하면 최대 체력이 증가한다.
새로운 온천을 발견하면 최대 체력이 증가한다.

여기에 ‘하이쿠(5·7·5의 17음형식으로 이루어진 일본 고유의 시)’와 같은 시를 짓기를 통해 머리띠를 얻을 수도 있다. 문과 무에 신경 썼던 당시 사무라이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즐길 거리도 마련된 셈이다. 도대체 왜 넣었는지 모르겠지만, 귀뚜라미를 모으면 귀뚜라미의 연주에서 영감을 얻고 피리를 불어 날씨를 바꿀 수도 있다.

다양한 퀘스트도 마련됐다.
다양한 퀘스트도 마련됐다.

게임에는 메인 스토리 외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퀘스트를 설화라고 하는데 메인 스토리인 진의 설화, 섬 곳곳에서 즐길 수 있는 쓰시마 설화, 별 쓸모는 없지만, 전설적인 아이템과 스킬을 배울 수 있는 신화 등 크게 3가지로 나뉜 퀘스트가 준비됐다.

섬 전역에 다양한 즐길거리가 마련됐다.
섬 전역에 다양한 즐길거리가 마련됐다.

메인 스토리만 계속해서 달리면 생각보다 게임의 분량이 부족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다양하게 마련된 즐길 거리를 모두 즐기다 보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게이머는 많지 않을 듯하다. 그리고 설화를 즐기면 즐길수록 일종의 레벨도 상승해 다양한 능력도 오픈되고, 다양하게 마련된 능력에 투자해 전투 스타일도 바꿀 수 있다. 물론 퀘스트도 탐험 부분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비슷하게 구성된 경우가 많아 아쉬움이 남는다. 여담이지만 스토리 대화는 스킵이 불가능하다.

그래픽 수준도 상당하다.
그래픽 수준도 상당하다.

아울러 게임의 그래픽 수준도 칭찬할만하다. 오픈월드 게임인 것을 고려하면 플레이스테이션4 기준 상위권이다. 시간도 날씨도 실시간으로 변화해 보는 맛이 있다. 여기에 쿠로사와 모드를 탑재해 ‘7인의 사무라이’로 유명한 故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처럼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그냥 게임의 화면을 흑백으로 보여주는 정도인데 이름을 좀 더 멋있게 지어냈다.

 쿠로사와 모드
쿠로사와 모드

포토 모드도 준비돼 있다.
포토 모드도 준비돼 있다.

여기에 플레이스테이션4 프로 기준으로 해상도와 더 높은 초당 프레임 중 게이머가 선택해 즐길 수 있다. 리뷰 버전 기준으로는 그래픽이 낮아지는 것은 체감이 되나 프레임 향상은 거의 체감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향상된 해상도가 더 나은 플레이에 좋을 듯하다.

아울러 게임의 UI를 상당히 절제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동량이 상당한 오픈월드 게임이지만, 게임 플레이 화면에 미니맵도 없다. 맵 상의 목표는 목표를 향해 부는 바람을 따라 이동하면 된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직관적이긴 하다. 게다가 게임 숙련자들을 위한 모드를 준비해 UI가 거의 없는 수준의 게임도 즐길 수 있다. UI를 최대한 줄여 게임 플레이 내내 영화를 즐기는 듯한 기분을 선사하고자 한듯하다.

게임에 UI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에 UI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전체적인 완성도도 수준급이며, 당시 일본을 게임에 담아내려 큰 노력을 기울인 모습이 엿보인다. 다만, 현지화 과정에서 번역이 일부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다. 게다가 사람들이 떠드는 주변 소리는 UI를 최소화한 게임답게 화면에 번역해 보여주지도 않는다. 큰 문제는 아니지만, 불편한 게이머들이 있을 법하다. 조심스럽지만 게임의 시대 배경을 보면 게임 내 캐릭터 비중 등에서 PC관련 논란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라 본다.

화면 연출이 사무라이 영화를 보는 듯 하다.
화면 연출이 사무라이 영화를 보는 듯 하다.

여담으로 ‘고스트 오브 쓰시마’와 같은 게임의 등장이 한국인 게이머로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일본은 자신들의 문화를 상당히 잘 포장해 서양으로 수출했다. 특히 게임 시장에서는 1980년대 일본에서 개발해 수출된 다양한 비디오 게임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본다. 지금 서양 게이머나 개발자 중 사무라이나 닌자를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주인공의 이야기 퍼지면서 더 다양한 능력을 얻을 수 있다.
주인공의 이야기 퍼지면서 더 다양한 능력을 얻을 수 있다.

지금이라도 우리도 다양한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게임이 개발됐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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