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게임백과사전] 어버이날에 보는 ‘반면교사’, 게임 속 패륜아들

신승원 sw@gamedonga.co.kr

5월 8일은 어버이날입니다. 경로효친(敬老孝親, 어른을 공경하고 부모에게 효를 다한다는 뜻)의 미덕을 기리는 법정기념일인데요. 낳고 길러 주신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을 기념하기 위한 날인 만큼 외식을 나가거나, 주말을 앞두고 여행 계획을 세우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효자가 되지는 못하는데요. 심지어 게임 속에는 현실이었다면 뉴스 사회면을 장식하고도 남았을 정도의 패륜아들이 있죠.

대표적인 게 철권 시리즈의 미시마 카즈야입니다. 철권 시리즈는 사실상 미시마 가문의 막장 드라마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데요.

모든 비극의 시작은 아버지 미시마 헤이하치였습니다. 그는 아들 카즈야가 강하게 자라야 한다는 명목하에 어린 아들을 깊은 절벽 아래로 던져버리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살아남으면 강한 것이고 죽으면 약한 것이라는 극단적인 논리였죠.

후에 다른 사정은 있었다는 게 밝혀졌지만... 절벽으로 던졌다
후에 다른 사정은 있었다는 게 밝혀졌지만... 절벽으로 던졌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카즈야에게 이 사건은 평생 씻을 수 없는 증오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복수심에 불타던 그는 '데빌 인자(Devil Gene)'를 각성하게 되고, 이후 오로지 아버지를 파멸시키기 위해 삶을 바칩니다. 문제는 그가 단순히 피해자로만 남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아들은 결국 아버지를 죽이기 위해 살아가는 괴물이 됐고, 자신이 증오하던 헤이하치와 닮은 방식으로 냉혹한 권력자가 되어갑니다.

용암으로 슛 / 철권 공식 유튜브
용암으로 슛 / 철권 공식 유튜브

이후 철권 시리즈 내내 미시마 가문은 정상적인 가족 서사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죽이려 하고, 아들은 아버지를 죽이려 하며, 손자인 카자마 진까지 데빌 유전자와 가문의 업보에 휘말리죠. 특히 철권 7에서는 카즈야와 헤이하치의 갈등이 절정에 달합니다. 두 사람은 화산 위에서 마지막 결전을 벌이고, 끝내 카즈야는 헤이하치를 쓰러뜨린 뒤 화산 아래로 떨어뜨립니다.

물론 용암 사우나 하고 돌아왔지만... 이후의 이야기
물론 용암 사우나 하고 돌아왔지만... 이후의 이야기

게이머가 아니어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왕위를 계승하는 중입니다, 아버지!”의 주인공, 워크래프트 III의 아서스 메네실도 빠질 수 없습니다. 아서스는 처음부터 악인이었던 인물은 아닌데요. 그는 로데론 왕국의 왕자이자 성기사였고, 백성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 싸우던 인물이었습니다.

아서스
아서스

하지만 언데드 재앙이 로데론을 덮치면서 아서스는 점점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백성을 구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어느 순간 집착으로 변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판단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전환점이 바로 스트라솔름 학살입니다. 시민들이 저주받은 곡물을 먹고 곧 언데드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아서스는, 도시 전체를 정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스승 우서와 연인 제이나가 이를 만류했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시민들을 직접 학살하는 선택을 강행합니다.

그 전설의 “왕위를 계승하는 중입니다, 아버지.”
그 전설의 “왕위를 계승하는 중입니다, 아버지.”

이후 아서스는 재앙의 배후인 말가니스를 추격하기 위해 노스렌드로 향하고, 그 과정에서 저주받은 검 서리한을 손에 넣습니다. 강한 힘을 얻으면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다고 믿었지만, 서리한은 그의 영혼을 앗아갔고, 아서스는 리치 왕의 하수인으로 완전히 타락하게 됩니다. 왕궁으로 귀환한 아서스는 그 유명한 “왕위를 계승하는 중입니다, 아버지.”라는 대사와 함께 왕이었던 테레나스 메네실 2세를 살해하죠.

이후 아서스는 자신이 지키려 했던 왕국을 언데드의 땅으로 바꾸고, 백성들까지 죽음의 군대로 만들어버리는데요. 정의로웠던 왕자의 몰락이 안타깝네요.

크레토스
크레토스

갓 오브 워 III에서 올림포스 전체를 박살 낸 크레토스의 복수극도 빠지면 섭섭한데요. 원래 그는 스파르타의 전사였고, 전장에서 패배 직전까지 몰리자 전쟁의 신 아레스에게 영혼을 바치는 계약을 맺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는 너무 컸습니다. 크레토스는 아레스의 계략으로 자신의 가족을 직접 죽이게 되고, 이후 평생 지울 수 없는 죄책감과 분노를 안게 됩니다.

처음 그의 복수 대상은 아레스였습니다. 하지만 신들의 이용과 배신이 반복되면서 분노는 점점 올림포스 전체로 향합니다. 특히 핵심은 제우스와의 관계입니다. 나중에 밝혀지는 사실이지만 제우스는 크레토스의 친아버지였습니다. 그러나 제우스는 아들이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예언을 두려워했고, 결국 크레토스를 먼저 제거하려 합니다. 이에 크레토스는 자신을 조종하고 배신한 아버지를 향한 분노를 끝까지 밀어붙이고, 결국 제우스를 처참하게 살해합니다.

사실 제우스도 '판도라의 상자' 여파 등의 사정(?)이 있었지만
사실 제우스도 '판도라의 상자' 여파 등의 사정(?)이 있었지만
끔찍한 최후를 맞이한다
끔찍한 최후를 맞이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올림포스의 신들을 하나씩 쓰러뜨리고, 그때마다 세계는 함께 무너집니다. 포세이돈이 죽자 바다가 폭주하고, 헬리오스가 죽자 세상은 어둠에 잠기며, 헤르메스가 죽자 역병이 퍼집니다. 신 하나를 죽일 때마다 그 신이 관장하던 질서가 붕괴하고, 인간 세계는 재난에 빠지게 되었죠. 말 그대로 신화급 스케일의 부자 전쟁이네요.

이외에도 하데스에서는 저승의 왕 하데스의 아들 자그레우스가 어머니인 페르세포네를 만나기 위해 아버지를 쓰러뜨리고 지상으로 올라가는 등 ‘지옥판 금쪽이’ 같은 면모를 보여주곤 하는데요. 물론 하데스는 쓰러져도 다시 살아서 지옥을 다스리게 되지만, 매번 아버지를 때려눕히며 탈출을 시도한다는 건 변하지 않죠.

당연한 말이지만 이 패륜 캐릭터들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오늘만큼은 부모님에게 사랑을 담아 감사 인사를 전해드리거나, 오랫동안 연락을 못 했다면 안부 전화 한 통 드려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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