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AI 게임 시대 맞이한 게임업계.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전 세계가 AI 시대를 맞이하면서 한국 게임업계도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핵심 성장동력으로 AI를 언급하면서 막대한 R&D 비용을 쏟아붓고 있으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대대적인 인원 감축을 진행하고 있지만, 반대로 AI 인재는 부르는 것이 값이라고 할 정도로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는 중이다. 대기업부터 소규모 스타트업까지 AI를 하지 않는 곳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현재 스팀DB에서 생성형 AI 콘텐츠 사용 태그를 달고 있는 게임을 검색해보면 24000개가 넘는 게임이 검색되고 있다. 갈수록 늘어났으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많은 게임사들이 AI를 핵심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AI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게임사들은 비용 절감 때문에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서브컬처 게임 팬 등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AI가 사용된 게임을 보이콧 하겠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펄어비스의 ‘붉은사막’도 일부 배경에 AI 이미지가 사용된 것이 들통나, 사과문을 발표하고 바로 수정했으며, 지난해 엘든링을 뛰어넘는 성적으로 최다 GOTY 수상작이 된 클레이 옵스퀴르 : 33원정대도 AI를 활용했지만 이를 밝히지 않았다가, 나중에 인디 게임 어워즈 GOTY 수상이 취소되기도 했다.
심지어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를 서비스하고 있는 사이게임즈는 AI 이미지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AI 스튜디오 설립했다는 이유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자사 게임에 AI 생성 이미지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게임사와 이용자 사이에 극명한 입장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AI를 쓴 게임들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도 분명 존재한다. AI 번역 기술의 발전으로 예전이었으면 영문으로 즐겼어야 할 게임들까지 한글화 되는 경우도 있고, AI 덕분에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게임이 탄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AI를 쓰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하더라도,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AI 관련으로 가장 부정적인 인식을 불러오는 행위는 거짓말이다. 스팀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게임이라는 것을 분명히 명시하라는 지침까지 나온 것처럼, AI를 썼으면 그것을 명확하게 안내해야 하는데, 썼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알리지 않고 이용자들을 속이는 행위에 극심한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다.

GOTY를 싹쓸이할만큼 극찬을 받았던 클레이 옵스퀴르 : 33원정대가 논란이 됐던 것도, 인디 게임 어워즈 참가 자격에 생성형 AI를 사용하지 않는 게임이라는 항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참가 신청을 하고 AI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다가, 나중에 걸리고 나서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또한, AI를 쓴 결과물들은 쉽게 만들어지는 만큼, 퀄리티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이용자들이 애정을 쏟는 캐릭터 관련으로 AI가 활용될 경우 극렬한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서브컬처 장르의 캐릭터는 이용자들이 막대한 돈과 시간을 들여 키우는 대상인데, 이것이 AI로 딸깍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최근 NDC에 참가한 블루아카이브의 아버지 김용하 넥슨게임즈 본부장은 “결국 사람들이 작품에서 느끼고 싶은 것은 창작자가 수없이 고민하고 고통받으며 쌓아 올린 흔적입니다. 그게 우리가 말하는 ‘즙’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발언했다. 림버스컴퍼니의 김지훈 대표도 “미래에는 와인이나 수제 공예품처럼 ‘100% 인간이 만든 작품’이라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가치가 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수백년 동안 지켜온 명화들과, 손쉽게 찍어낸 복제품에 대한 인식이 다른 것처럼, 고민없이 AI로 쉽게 만들어진, 게다가 다른 창작자들의 인생이 담긴 작품을 공짜로 학습해서 만들어진 결과물에 비용을 지불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당연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AI 활용을 반기는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 바로 새로운 도전이다. 기존에는 할 수 없었던 것을 AI를 활용해 극복한다면, 새로운 창작의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크래프톤 산하 AI게임 전문 개발사인 랠루게임즈는 지난해 얼리액세스를 시작한 미메시스가 글로벌 100만장을 돌파했다. 이 게임은 4인 협동 생존 장르로, 플레이어들의 행동과 음성을 학습해서 똑같이 따라하는 AI 몬스터들이 등장해 새로운 공포를 선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랠루게임즈는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이는 AI를 탑재한 추리 게임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을 선보여 호평을 받기도 했다. 매번 같은 행동만 반복하던 NPC들에게 AI를 활용해 진짜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생동감을 부여한 것이 새로운 창작의 길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크래프톤은 이 같은 기술을 계속 발전시켜 인조이에 사람과 똑같이 행동하는 CPC(Co-Playable Character)를 삽입했고, 배틀그라운드에도 CPC와 함께 게임을 즐기는 ‘앨라이 듀오’ 모드를 추가했다.

엔씨소프트 역시 퍼플에 실시간 번역 기능을 제공해 호평을 이끌어냈다. 최근 글로벌 서비스를 확대하는 게임들이 많다보니, 해외 이용자들과 같은 서버에서 게임을 즐기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실시간 번역 기능 덕분에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이용자들과도 막힘없이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게임사가 글로벌 서비스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만든 기능이지만, 이용자들이 꼭 필요로 하던 기능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이용자들이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것, 그리고 결과물이 아니라 더 나은 창작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 것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게임사들이 더 쉽게 돈을 벌기 위해 AI를 활용하는 것에는 극렬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돈을 벌기 위한 상품이자 예술 작품이기도 한 게임의 양면적인 모습이 AI 활용에 대한 찬반 논란에도 강하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