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아이템과 계정도 상속할 수 있다? 중국 판결 잇따라
중국에서 사망한 이용자의 게임 계정과 게임 아이템을 유족이 상속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 게임 계정은 이용자에게 빌려준 서비스에 불과하다는 플랫폼의 주장과 달리, 이용자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쌓은 계정과 아이템에는 재산적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사례는 중국의 가상재산 상속 판결을 소개한 한 레딧 게시물을 통해 해외에 알려졌다. 게시물을 작성한 이용자 Slawrfp는 중국 법원이 수년에 걸친 여러 사건에서 게임 계정과 게임 속 아이템, 소액 결제로 구매한 상품 등을 금전적 가치가 있는 가상재산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언급된 사건은 이른바 ‘용살금검 사건’이다. 사건은 중국 온라인게임 ‘정투’를 즐기던 루 씨가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루 씨의 현실 배우자인 리 씨는 남편이 게임에서 획득한 고가의 무기를 상속받아 처분하려 했지만, 게임 속에서 루 씨와 부부 관계를 맺고 함께 활동했던 양 씨가 자신에게도 해당 아이템의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해당 아이템이 단순한 게임 데이터에 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루 씨가 게임 이용료와 인터넷 접속 비용을 부담하고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였고, 실제로 해당 아이템을 5만 위안(약 1,100만 원)에 구매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거래 가능성과 경제적 가치가 확인된 만큼 재산의 성격을 가진다고 본 것이다.
다만 법원은 아이템 전체를 루 씨의 단독 재산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양 씨 역시 아이템을 획득하는 과정에 비슷한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공동 재산으로 판단했다. 게임 속 결혼 관계에는 현실의 혼인과 같은 법적 효력이 없지만, 아이템 획득에 기여한 부분은 별도의 재산권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양 씨가 아이템 가치의 50%를 보유하고, 사망한 루 씨의 몫인 나머지 50%는 현실 배우자인 리 씨가 상속하도록 했다. 게임 속 관계가 상속권으로 인정된 것은 아니지만, 게임 아이템 자체의 경제적 가치와 공동 획득 과정은 법적으로 보호한 셈이다.
이외에도 약 20만 위안 상당의 게임 계정과 비트코인, 소셜미디어 계정 등을 남긴 이용자의 유산을 둘러싼 사건에서 법원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게임 장비와 계정 운영권, 가상화폐 등을 상속 가능한 재산으로 판단했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게임사를 상대로 계정 이전을 요구한 사건에서도 법원은 게임 계정과 캐릭터 데이터, 가상 아이템을 가상재산으로 인정하고, 게임사가 상속 절차와 계정 명의 변경에 협조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러한 판단의 배경에는 중국 민법이 있다. 중국 민법 제127조는 법률에 데이터와 온라인 가상재산 보호에 관한 규정이 있다면 이를 따르도록 명시하고 있다. 민법 제1122조는 상속재산을 자연인이 사망 당시 남긴 합법적인 개인 재산으로 폭넓게 규정한다.
과거 중국 상속법이 주택과 저축, 생활용품, 저작권 등 상속 가능한 재산을 항목별로 나열했던 것과 달리, 현행 민법은 법률이나 재산의 성격상 상속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한 합법적인 개인 재산을 상속 대상으로 본다. 이에 게임 계정이나 아이템도 경제적 가치와 처분 가능성이 확인된다면 상속재산에 포함될 여지가 생겼다.
다만 이번 사례들이 중국 내 모든 게임 계정과 디지털 게임 라이브러리의 상속을 자동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계정에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 플랫폼 약관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개인정보와 재산적 권리를 구분할 수 있는지 등을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
그럼에도 게임 계정과 아이템을 단순한 서비스 이용 기록이 아니라 이용자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 형성한 재산으로 인정하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중국의 한 법률사무소 역시 “게임 장비나 온라인 상점 계정처럼 금전적 가치가 있는 가상자산은 일정한 조건을 충족할 경우 개인 재산으로 인정돼 법정 상속인에게 상속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