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급 게임, 과연 성공 코드인가?

최근 심형래 감독의 '디워'(D-WAR)에 대한 이야기가 인터넷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약 300억이라는 엄청난 제작비와 6년간의 제작기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맞먹는 최첨단 CG 기술력, 하지만 그것에 비해 부족한 스토리 등, 게시판은 '디워'에 대한 찬반 논쟁으로 뜨겁다. 특히 모 시사 프로그램에서 비평가 진중권씨가 '디워'에 대한 쏟아낸 악평에 대해서는 유명 포털의 인기검색어에 하루 종일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네티즌의 반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최근 부쩍 오른 개발비와 개발기간으로 찬반논쟁을 겪고 있는 건 게임 쪽도 마찬가지다. 이미 2006년 등장했던 대작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 빅3로 불린 '그라나도 에스파다' 'SUN' '제라'가 이미 오랜 개발 기간과 엄청난 개발비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에서 참담한 결과를 받았으며, 70억이라는 개발비를 사용한 '요구르팅'은 안팎으로 진통을 겪다가 결국 서비스를 종료하는 등 대작들의 우여곡절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그라비티의 기대작 '라그나로크 온라인2'와 '레퀴엠' 등이 오픈 베타 서비스 이후 게이머들의 외면을 받고 있으며, 엔씨소프트의 '아이온'과 한빛소프트의 '헬게이트 : 런던'이 완성도 문제를 들며 잇따라 첫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 게임성에 대한 의구심 논쟁을 일으키기고 했다.
이렇게 최근에 등장하는 게임들은 적게는 몇 십억, 많게는 100억이 넘는 개발비와 3년 이상의 개발 기간을 거치고 있는 게임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게이머들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 게임성 갈피 못 잡는 대작 게임
블록버스터급 대작 게임들이 보여주는 고질적인 문제는 최근 오픈 베타 테스트에 돌입한 '레퀴엠'에서 잘 느낄 수 있다. 2003년 처음 개발이 발표된 이후 약 5년 만에 오픈 베타 테스트에 들어간 그라비티의 성인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 '레퀴엠'은 개발 당시 성인과 하드코어라는 두 가지로 코드를 선보이며, 색다른 시도로 게이머들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5년의 시간이 지나서 나온 '레퀴엠'은 뛰어난 타격감과 오싹함이 잘 느껴지는 분위기 외에는 속빈 강정처럼 떨어지는 게임성을 보여주며, 게이머들의 악평을 받아야만 했다. 게임 시작 시 볼 수 있는 오프닝에 나오는 프롤로그처럼 철학이나 깊이 있는 스토리 라인은 전혀 엿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게임 내 시스템, 퀘스트, 고레벨 콘텐츠 등 어느 하나 만족스러운 것이 없다. 특히 전혀 진행되지 않은 스토리 전개는 게이머들의 무의미한 학살만 줄 뿐 전혀 목적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대작에 대한 실망감을 여실히 보여줬다.
* 레벨 성장치만 작성하는 게 기획자가 할일?
결국 이런 대작들이 보여주는 문제의 시발점은 언제나 기획이다. 이 문제는 재작년 빅3이 공개된 이후 한동안 네티즌의 찬반논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단순히 큰 목적 없이 성장을 하고 파티를 맺고, 더욱 강해져 게이머들끼리 대립하는 상황이 온라인 게임의 재미라는 네티즌과 퀘스트와 스토리를 통해 목적을 제시하고 그에 맞춰 끊임없이 즐길 꺼리를 주는 것이 온라인 게임의 재미라는 네티즌들의 대립 사이에는 이를 쥐고 펼 수 있는 기획자가 문제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이런 걸 따지기 전에 집고 넘어가야할 문제는 국내에 제대로 된 기획자가 없는 것이다.

국내에서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업체에는 기획자가 없는 곳들도 다수 존재할 뿐만 아니라 설령 있다고 해도 레벨 업 수치 조종이나 몬스터 능력치 작성 등의 밸런스 제작 업무 정도만 하고 있는 경우가 전부다. 정작 게이머들에게 목적을 제공해야하는 기획자들의 주 업무인 스토리라인 작성이나 퀘스트 제작 등에 대한 권한은 거의 없고 프로그래머나 상사가 시킨 일만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문적인 기획자 양성 시스템이 없다는 점과 프로그래머 중심으로 돌아가는 개발 형태, 코드나 그래픽을 모를 것이라는 기획자에 대한 근본적인 무시가 이 같은 현상을 반복시키고 있다.
이로 생기는 문제는 국내에서 개발된 온라인 게임 '4스토리'에서도 잘 나타난다. 블리자드의 MMORPG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종족 대립이라는 콘텐츠로 게이머들에게 인기몰이를 하자 '4스토리' 역시 종족 대립을 모티브로 내세우며, 게이머들의 관심을 이끌어냈지만 꼼꼼한 스토리라인과 퀘스트를 통해 대립의 이유를 명확히 알고 즐기게 되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다르게 '4스토리'는 대립의 이유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퀘스트 내용도 부실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단순히 시놉시스가 괜찮고, 홈페이지에 스토리 관련 소설을 올린다고 해서 게임 속 스토리가 탄탄해지는 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 힘든 건 알지만 생각부터 바꾼 게임이 나와야..
물론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일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토록 오랜 개발 기간과 높은 개발 비용을 쓰고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걸 비평가나 기자, 게이머들의 탓으로 돌리는 건 옳지 않다.
많은 게이머들은 자신들이 개발자가 만든 또 하나의 세계에서 살아갈 목적을 원하고 있고, 이를 통해 자신을 게임 속 인물로 만들길 바라고 있다. 자신들이 사용한 수년간의 시간과 수십억의 돈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것보다는 좀 더 다듬고 좀 더 고민해서 게이머들이 즐길 수밖에 없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