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게임의 벽을 허무는 극사실주의 게임들
초기의 게임들과 현재의 게임들을 비교하면 게임의 발전상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단순히 점과 선으로 표현되는 그래픽과 단순한 사운드, 평면적인 움직임을 보이던 과거의 게임들은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더욱 현실을 닮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실제와 같은 그래픽과 사운드를 통해 영화를 보는 것 같은 현장감을 지닌 게임들이더라도 게임 속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그들이 보이는 행동은 실제와는 거리가 있다. 게임은 재미를 추구하는 문화 콘텐츠이기 때문에 아무리 현실성을 갖춘 게임이라 하더라도 대부분은 결국 그럴싸한 현장감을 제공하는 허구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들이 갈수록 재미를 위한 현실성을 가지려는 성향을 강하게 보이는 최근의 판도와는 달리, 허구를 배제하고 현실에 더욱 접근하는 방법으로 재미를 찾으려 노력하는 게임도 있다. 이른바 '극사실주의 게임'이라 불리는 게임들이 그 주인공이다.
그럴싸한 허구 정도의 수준을 뛰어넘어 게임 속에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려는 극사실주의 게임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게이머들에게 화재가 되어 왔으며, 이들 극사실주의 게임들을 즐기는 골수 마니아들까지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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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주의 성향이 가장 장르, 바로 시뮬레이션
이런 극사실주의 경향이 가장 먼저 도입된 장르는 바로 비행 시뮬레이션 장르다. 애초에 비행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 자체가 항공기 등의 비행 장비를 조종하는 훈련을 목적으로 가상으로 비행을 미리 체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연구, 실습 목적에서 파생된 게임 장르이기 때문에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들은 태생적으로 극사실주의 성향을 띄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게임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1982년 첫 시리즈가 등장한 이후로 2006년 발매된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X'까지 이 게임은 당대에 실존하는 대부분의 비행기와 전 세계의 모든 공항 정보를 수록하고 있으며, 각각의 비행기마다의 특성을 전부 구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각 비행기의 데이터 뿐만 아니라 세계 각 지역의 실제 지형을 구현하고 있는 것은 물론, 날씨와 같이 운항에 변수를 주는 요소까지 구현되어 있다. 이런 요소를 갖추고 있는 덕분에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는 미국의 연방 항공국의 정식 비행 훈련 프로그램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이쯤 되면 게임이라고 하기엔 작품에 대한 실례가 되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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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비행기가 아닌 자동차를 운전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이른바 '드라이빙 시뮬레이션 게임'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포르자 모터 스포츠 시리즈와 폴리포니의 그란투리스모 시리즈를 들 수 있다.
기존의 레이싱 게임들이 경쟁을 통해 상대를 추월하고 가장 먼저 결승점을 통과하는 것에 목표를 뒀다면, 이들 드라이빙 시뮬레이션 게임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명차를 몰고 도로를 달리는 느낌 그 자체에 중점을 두고 있는 작품들이다.
일반인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가격의 명차들이 지닌 각양각색의 성능을 거의 완벽하게 게임으로 재현하고 있어, 이들 게임을 통해 직접 명차를 몰아볼 수 있는 대리만족을 전해주는 것이 이들 게임들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전쟁, 하지만 굳이 체험해 보고 싶다면?
FPS 게임에서도 이런 극사실주의 성향을 띄고 있는 게임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오퍼레이션 플래쉬 포인트'가 그 주인공. '오퍼레이션 플래쉬 포인트'는 박진감과 화끈함으로 무장한 액션, 영화 같은 연출이 대세를 보이는 최근의 FPS 게임들과는 달리 긴장감, 초조함, 각종 병기의 위력을 가장 충실하게 보여주는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마우스로 겨냥만 잘 하면 마우스 버튼을 클릭하는대로 총알이 원하는 자리에 꽂히는 일반적인 FPS를 즐기던 게이머가 이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되면 그 난이도에 혀를 내두르는 경우가 많다. 워낙에 철저한 고증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보니 동작 하나를 수행하는 데도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포병으로 포격을 하더라도 포를 한 번 쏘는데 필요한 과정인 방열에서 착탄, 발사, 장소 이탈까지 모든 과정을 수행하면 5분 정도는 가볍게 소요되며, 적을 공격하기 위해 공격할 장소를 잡고 위장을 펼치고 서너 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 것은 이 게임에서 비일비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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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게임의 백미는 저격. 목표물까지의 거리에 따라 탄도학과 탄속, 풍속, 습도, 호흡의 떨림 등의 요소를 모두 감안해야 한다. 실제 물리학 이론이 게임에 적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각 무기의 사거리, 자세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총기의 반동, 각 부위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대미지 시스템 등 다양한 제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캐주얼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에게는 지나치게 높은 현실의 벽 상당히 높은 사양의 PC가 필요하다는 점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밀리터리 마니아나 사실적인 게임에 흥미가 있는 게이머라면 한 번 정도는 즐겨 봐도 좋을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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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은 배제하고 철저하게 데이터로 승부하는 극사실주의 게임들
스포츠를 보다 보면 '이런 상황에선 이렇게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또는 '내가 감독이었다면 이런 선수 구성으로 팀을 꾸려나가겠다' 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금 언급하려는 스포츠 게임들은 바로 이러한 이들을 위한 게임이다. 화려한 그래픽도 실제 구장에 있는 것 같은 뛰어난 사운드도 갖추고 있지 않지만 오로지 통계와 데이터를 통해 재미를 주는 스포츠 게임, 바로 베이스볼 모굴 시리즈와 풋볼 매니저 시리즈다.
스포츠 모굴의 베이스볼 모굴과 스포츠 인터렉티브의 풋볼 매니저는 종목만 야구와 축구로 다를 뿐, 한 구단을 운영한다는 측면에서는 그 궤를 같이 하는 게임이다. 선수를 선발하고, 경기의 전술을 짜고, 적절한 용병술로 경기마다 승부를 펼치는 것은 물론, 알려지지 않은 유망주를 찾고 이들과 계약을 맺는 구단 운영의 재미까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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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작품의 강점이라면 놀라울 만큼 폭 넓은 데이터의 분량과 철저하게 준비되어 있는 통계다. 실제로 존재하는 구단을 게이머의 입맛대로 꾸려나갈 수 있다는 즐거움이 특징인 작품들로, 특히 풋볼 매니저의 경우, 이 게임에 빠져 가정 생활에 소홀히 한 유럽의 게이머가 이혼을 당하게 만든 웃지 못 할 전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비록 경기 그 자체를 즐기지는 못하지만 팀을 운영하고 자신의 전술에 따라 팀을 운영할 수 있다는 폭 넓은 자유도가 이들 게임의 매력이다.
* 단순히 즐기는 게임에서 가상 현실의 역할을 하는 게임
게임은 단순히 재미를 찾는 수준을 넘어 실제 생활을 가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물론 현실의 스트레스와 골칫거리를 잊기 위해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은 이런 극사실주의 게임들을 보고 '왜 게임에서까지 골머리를 썩어야 하는가?'라는 반문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에선 체험할 수 없는 일들을 간접적으로나마 겪어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들 극사실주의 게임들은 상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단순한 게임에 질렸다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싶지만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선뜻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런 극사실주의 게임을 즐겨보자. 분명 현실적이고도 간단한 대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