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위기보고서] 한국게임산업 위기에는 게이머도 한 몫, 여전한 불법복제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1부 : 점점 어려워지는 한국 게임 시장]
7화. 한국게임산업 위기에는 게이머도 한 몫, 여전한 불법복제

[본지에서는, 대형 기획 '대한민국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 그래도 희망은 있다'를 통해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다룰 계획이다. 이번 기획이 한국 게임산업의 총체적 위기를 진단하고, 한국 게임사들에게 진정한 위기를 타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지난 7월 30일.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이 흥미로운 보도를 했다. 일본 정부와 대형 출판사 30여 개사가 함께 한국, 중국, 스페인 등의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들에게 이메일로 통보를 했다는 것이다. 내용은 간단명료하다. ‘저작권 허락 없이 무료로 배포한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삭제할 것’이 골자였다.

일본 정부와 출판사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각 나라에서 불법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해적판’ 때문에 자국의 문화 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통보에 응하지 않을 시에는 각 국가의 현지 법원에 소송까지 걸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저작권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소식에 국내 게임업계는 다소 부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만화와 게임으로 시장이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둘 다 같은 콘텐츠 산업군으로 분류되는 데다가, 국내 게임업계는 일본의 만화시장 이상으로 불법복제로 인한 심각한 타격을 입어왔기 때문이다.

국내의 모든 콘텐츠 산업이 그러하듯이 국내 게임산업도 오랜 기간에 걸쳐 불법복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국내의 PC 패키지 시장과 비디오게임 시장이 무분별한 불법복제로 타격을 입었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게임시장이 PC 온라인게임 위주로 성장하게 됐다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국내에도 PC 패키지게임 시장과 비디오게임 시장이 한창 성장하고 다양한 업체들이 사업에 뛰어들던 시기가 있었지만 무분별한 불법복제로 인한 판매량 감소와 시장 축소로 인해 모두 시장에서 이탈하고, 지금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 됐으며, 그 자리는 급격하게 성장한 온라인게임이 차지하게 됐다. 이러한 이유로 비디오게임, PC 패키지게임이 게임 시장 내에서 7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북미, 유럽, 일본 시장과 달리 한국의 게임시장은 지금과 같이 상당히 독특한 형태를 띄게 됐다.

위기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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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이러한 불법복제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 데이터를 저장할 매체를 들고 다니지 않고 온라인으로 주고 받을 수 있기에 더욱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불법복제 문제는 국내 게임산업에서 상당히 오래된 문제이지만 의외로 한동안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국내 게임산업군이 PC 온라인게임 시장 위주로 성장했고, PC 온라인게임 시장이 불법복제 이슈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는 탓이었다. 비디오게임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는 불법복제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됐지만, 시장의 크기가 작다 보니 불법복제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를 못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하고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다시 한 번 불법복제로 인한 국내 게임산업의 피해가 대두되고 있다. 모바일게임 신작이 출시가 되면 그와 동시에 해당 게임의 APK 파일이 시장에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매출에 타격을 입은 개발사의 이야기는 게임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실제로 어떤 개발자는 “판매 횟수보다 다운로드 횟수가 두 배 이상 많기도 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많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게임은 공짜로 즐기는 것’ 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것은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물론 게이머들 스스로도 인정하는 현실이다. 문제는 상황이 이러함에도 이를 타파할 제도적인 장치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저작권이 엄연히 침해 받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에 가까우며, 이러한 것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 혹은 대중의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캠페인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 게임 시장에서는 일부 게이머들 스스로의 자정노력 외에는 찾아볼 수 없으며 시야를 게임 시장뿐만 아니라 콘텐츠 산업군 전체로 넓혀도 문화부 산하의 영화진흥위원회가 주도하는 ‘굿 다운로더 캠페인’ 이외에는 찾아볼 수 없는 형국이다.

불법복제 문제는 비단 한국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그 역사도 굉장히 뿌리 깊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응책은 전무한 실정이라는 것이 큰 문제다. 이러한 문제를 타파하기 위한 지속적인 논의도 찾아볼 수 없다. 한때 불법복제 포상금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부 게이머들 사이에서 부각되기도 했지만 결국 공론화 되지 못 했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올바른 생태계를 정부에서 만들 생각이 없다라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위기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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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시장에서 불법복제 피해를 크게 받은 대표적인 게임으로 꼽히는 손노리의 화이트데이>

그렇다고 해서 ‘불법복제 천국’이 된 현재의 게임시장이 온전히 정부의 탓만은 아니다.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게임은 무료로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매김 한 상황이다. 과거 디스크를 통한 무단복제와에서 와레즈를 통한 특정 장소에서의 불법공유를 넘어 이제는 P2P를 통해 게이머들 스스로가 거대한 ‘불법복제 네트워크’를 만들어 놓고 이를 활용하고 있다.

현재 국내 게임시장에는 불법복제에 대한 제동장치가 없다. 게이머들 스스로의 도의적인 측면에 기대는 제동장치도 없고, 이러한 도의적인 측면에서의 헛점을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인 제동장치도 없는 상황이다. 게이머들의 인식 전환이 일어나야 하며, 이러한 인식 전환을 불러올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가 게임산업을 죽이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불법복제로 게임시장을 고사시키고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위선적인 행동이다. 게임 시장을 진정 걱정한다면 스스로의 행동부터 돌이켜 볼 때가 됐다. PC 패키지게임 시장과 비디오게임 시장이 쓰러졌던 것처럼 모바일게임 시장도 같은 길을 걷기 이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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