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방치형RPG는 타격감과 육성이 중요하지, '슬레이어 키우기'

도트로 꾸며진 귀여운 캐릭터가 오른쪽으로 뛴다. 그리고 고블린처럼 생긴 몬스터들을 공격한다. 몬스터들은 죽어도 죽어도 계속 나오고, 주인공은 계속 때려잡고.

게임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다운로드 받게 된 '슬레이어 키우기'. 이 게임은 '방치형RPG'의 정석이라고 할만큼 기본기가 충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슬레이어 키우기
슬레이어 키우기

육성의 즐거움이 담겨있는 게임

의례 방치형 게임이 그렇듯, 이 게임도 시작과 동시에 별다른 조작없이 지켜보면 된다. 볼품없는 복장과 함께 낡은 칼을 든 주인공 캐릭터가 딱 그 수준에 맞는 잔챙이 몬스터들을 공격한다. 대미지는 3, 5 수준.

골드가 쌓이자 주인공을 강화해본다. 공격력, 체력, 치명타 확률.. 강화할 요소가 많은데, 우선 공격력을 높였더니 조금 더 몬스터들을 죽이기 수월해졌다.

3씩 대미지를 주던 것이 5씩 대미지를 준다. 오 레벨업. 살펴보니 레벨업한 후 생기는 경험치로도 공격력이나 회피력 등 다양한 것들을 강화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당장은 캐릭터가 강해지는게 중요하니 공격력에 올인한다.

슬레이어 키우기 게임화면
슬레이어 키우기 게임화면

이렇게 몇 번 높였더니 이제 적들이 너무 한심해보이기 시작했다. 위에 있는 '보스' 마크를 눌렀더니 바로 스테이지 보스와 한판 승부를 벌인다. 이겨냈더니 다음 스테이지로. 확실히 적들이 더 세지고 보상도 더 좋아졌다.

이렇게 좀 지났더니 드디어 무기를 강화할 필요가 생겼다. 상점에 가서 무기를 뽑았더니 공격력이 몇 배는 강한 검이 나왔다. 또 각종 버프를 주는 악세서리를 장착하고 전장에 섰다. 금새 100 단위 공격력으로 바뀌었다. 뿌듯하다.

이후 할 일이 있어서 껐다가 반나절 정도 뒤에 켜보니 골드가 어마어마하게 쌓여있다. 순차적으로 캐릭터를 강화하다보니 스킬이 생성되고, 별도로 모험 콘텐츠도 열렸고 동료도 생겼다. 육성의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슬레이어 키우기'. 며칠 만에 주인공 캐릭터는 공격 한 번에 억 단위의 대미지를 줄 수 있는 강 캐릭터로 변모했다. 치명타 확률을 올렸더니 화면 가득 빨갛게 타격 숫자가 나온다. 베는 맛도 나고 재화도 많이 쌓이고.. 레벨 200대에 만족도가 최고조에 이른다. '이래서 방치형 RPG를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든다.

초반부, 살짝 루즈한점만 빼면 '일사천리' 육성

이처럼 '슬레이어 키우기'는 기본적으로 타 방치형 RPG와 큰 차별점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간편한 UI와 썩 괜찮은 타격감, 그리고 잘 짜여진 구성으로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초반에 살짝 루즈해지는 구간이 있지만, 그 부분만 넘기면 이후부터는 일사천리로 캐릭터를 육성하면서 '키우는 맛'을 느낄 수 있다. 주인공의 공격력이 직관적으로 들어오도록 숫자로 표시되고, 적절한 타격음과 함께 베는 맛도 살아있다. 개인적으로는 레벨 50부터 200 구간에는 정말 재밌게 몰두하며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다이아몬드를 사용해 고급 장비를 뽑는 것은 필수
다이아몬드를 사용해 고급 장비를 뽑는 것은 필수

왜 몰두할 수 있었냐 생각해보니 자원 수급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게임 육성의 핵심은 골드와 다이아몬드 수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전투를 지속하고 다양한 퀘스트를 수행함으로써 골드와 다이아몬드를 비교적 손쉽게 얻을 수 있다. 가끔 접속만 해도 나눠준다.

골드로 캐릭터를 강화하고 이 다이아몬드를 통해 무기도 뽑고 스킬도 뽑고 유물도 뽑는다. 특히 그러한 뽑기는 직접적으로 캐릭터 육성에 사용되고, 가끔 낮은 확률로 전설급이나 신급 장비들이 뜨면서 더 높은 만족감을 준다.

모험을 통해 동료들을 확보할 수 있다
모험을 통해 동료들을 확보할 수 있다

또 하나 이 게임의 핵심 중 하나는 스킬을 활용해 자신만의 덱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피드 중시로 갈지 공격력 중시로 갈지, 다양한 스킬들을 분석해서 자신에게 맞는 스킬로 채워서 실험해볼 수 있다. 이런 저런 스킬을 얻고 실험해보는 재미가 각별했다.

광고를 보도록 적절히 잘 유도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광고 3번 보고, 저녁때쯤 또 광고 4번 정도 봐준다. 광고를 보면 무기를 추가로 뽑거나 혹은 주인공 버프를 일정시간 동안 걸어줄 수 있는데, 보상이 썩 괜찮은 편이어서 기꺼이 봐주게 됐다.

지치는 후반부, 몰입 콘텐츠를 더 설계했다면 어땠을까

다른 게임도 마찬가지지만, 후반부로 가면 이 게임을 계속해야하는가 갈등하는 지점에 서게 된다. 캐릭터를 강화한 후에는 늘 그 이상의 재화를 투입해야 하는 이 게임의 육성 시스템이 만드는 필연적인 현상으로, 당연하게도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캐릭터를 강화시키기 어려워진다.

새로운 콘텐츠가 없이 이제부터는 무한 노가다만 남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계속 이 게임을 해나갈 것인가 고민이 생긴다. 지금까지 재밌게 즐겼다는 예우로 과금 아이템도 결제해보지만 그것도 잠시. 금방 다 소진되고 이후에도 기다리는 것은 무한 노가다냐 또 다시 결제할 것이냐의 선택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회심의 일격' 게이지를 쌓으면서 극심한 피로감을 느꼈는데, 그와 더불어 '이제부터는 모든 것이 돈과 직결됩니다 후후' 라는 느낌이 받으면서 게임을 접게 됐다.

역시 무제한으로 써는 맛은 일품이다
역시 무제한으로 써는 맛은 일품이다

아마도 후반부 게이머들은 3가지 부류로 나뉘어질 듯하다. 무과금으로 노가다를 하겠다는 사람과 과금을 많이 쓰겠다는 사람과 이 게임을 버리는 사람.

초반부 꽤나 몰두하게 했던 만큼, 이같은 후반부의 콘텐츠 부족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후반부에 대한 설계를 조금만 더 신경썼다면 이 게임에 머무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았을까. 광고도 보고 이 게임에 더 오래 머물면서 결제도 하게 되지 않았을까. 당장 결제하는 사람이 많고 매출 순위도 올라서 좋겠지만 개발사에서 좀 더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웠으면 어땠을까.

그래서 일단은 이정도로 게임을 접고, 한 번씩 카페에서 새로운 콘텐츠가 업데이트됐다는 소식이 들리면 다시 접속해볼 예정이다. 다른 게임 하면서 이따금 자원을 확보해주는 식으로 말이다.

그만하기로 했지만, 잠시 보고 있으니 이야~ 역시 베는 맛은 좋다. 지치지 않고 써는 그맛 '슬레이어 키우기', 그래서 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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