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같네, 갑자기 이름 바뀐 트위터 조롱하는 게임사들

신승원 sw@gamedonga.co.kr

최근 트위터가 갑자기 ‘X’로 바뀌었다. 이달 24일, 트위터는 검은색 바탕에 흰색으로 표시된 알파벳 ‘X’를 새로운 로고이자 브랜드명으로 변경했다. 일론 머스크는 메시징, 상품 결제, 원격 차량 호출 등 광범위한 기능을 제공하는 ‘슈퍼 앱’으로 나아가기 위한 행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그간의 트위터가 쌓아온 막대한 브랜드 가치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와 관련 기간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X’는 로고와 브랜드 명 교체로 약 4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약 5조 1150억 원에서 25조 5740억 원) 가량의 브랜드 가치를 잃었다고 밝혔다.

이를 조롱하듯 게임사들은 ‘X(트위터)’를 풍자하는 글과 사진을 올리며 눈길을 끌었다.

퀀틱 드림
퀀틱 드림

먼저, 퀀틱 드림이 트위터 로고 교체 소식이 들러온 지 하루 만에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으로 패러디 밈(meme)을 만들었다. 게임 내 한 장면의 선택지를 센스 있게 바꾼 밈으로, 선택지는 각각 ‘트위터 로고를 바꾼다 – X’와 ‘새를 떠난다(트위터를 그만둔다) – X’로 구성되어 있다.

‘트위터 로고를 바꾼다’의 선택지를 누르는 버튼 ‘X’는 이번에 바뀌게 되는 트위터의 로고를 그대로 박았고, ‘새를 떠난다’의 버튼 ‘X’는 기존 트위터의 상징색인 파랑색이다. 바뀐 로고가 트위터를 그만 둘 만큼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이건 어려운 결정이다.”라는 퀀틱 드림의 말에 이용자들도 “다른 건 몰라도 ‘로고를 바꾼다’는 누르기 싫은데”, “진짜 ‘X’로 변한다면 새(트위터)를 떠날 거다”라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월드 오브 탱크
월드 오브 탱크

다음으로, 워게이밍넷도 24일 월드 오브 탱크 공식 계정을 통해 ‘X’를 저격했다. 회사는 “트위터가 마침내 X티어에 도달했다.”라며 한 사진을 올렸다. 사진은 X자로 정렬된 탱크 부대를,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탱크가 총구를 겨누며 저격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비교적 직접적인 조롱에 이용자들은 “X티어는 어디지? 지하의 지하?”, “트위터를 그대로 저격하고 있네”라는 반응을 보였다.

유비소프트
유비소프트

아예 비슷한 로고를 만들어버린 경우도 있다. 유비소프트는 이달 25일 ‘새로운 로고ㅋㅋ(New Logo lol)’라며 농담 삼아 새 로고 사진을 공개했다. 해당 로고는 회사명(Ubisoft)의 앞 글자를 딴 알파벳 ‘U’를 변경된 트위터 로고 ‘X’와 아주 유사하다. 특유의 글씨체는 물론이고, 검은색 배경에 흰 로고를 넣은 방식도 똑같다.

이용자들은 “와 ‘X’보다 디자인이 나은 것 같다”, “유비소프트는 이제 ‘U’가 되는 건가?”라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트위터 조롱 행렬에 MS(마이크로소프트)와 블리자드도 동참했다. 이달 25일, MS는 Xbox 공식 계정을 통해 의미심장한 사진 하나를 올렸다.

Xbox
Xbox

사진은 알파벳 ‘X’ 형태 조각 가운데에 반짝이는 구 안에 담긴 Xbox 로고를 박아 넣은 형태다. 조각은 Xbox가 원래 사용하던 로고의 폰트지만, 최근 ‘X’로 변한 트위터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용자들은 먼저 Xbox 브랜드를 통해 알파벳 ‘X’의 디자인을 사용해 온 Xbox가 ‘X(트위터)’에게 선전포고를 날린 것이며, 결국 가운데에서 반짝이는 것은 Xbox라는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블리자드는 Xbox가 사진을 올린 게시물에 “Twitter X/S”라고 댓글을 달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트위터가 ‘X’로 이름을 바꿨으니, ‘Xbox Series X/S’ 대신 ‘Twitter X/S’를 사용해버리는 것이 어떻냐는 풍자의 의미다.

블리자드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대표인 마이크 이바라가 직접 개인 트위터를 통해 불만을 표현했다. 대표는 “이제 트위터는 ‘X’로 변했다. 하지만 ‘X’의 로고는 디자인 작업이 더 필요하다. 지금의 로고는 윈도우 X와 동일한 디자인에 불과하고, 최소한 그와 엇비슷한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포켓몬
포켓몬

이외에도 포켓몬 영국 공식 트위터는 ‘포켓몬스터 X/Y’ 중 X의 로고를 올리며 “이렇게 하는 거 맞아?”라고 조롱했고, ID@Xbox는 ‘이름 없는 거위 게임’을 패러디하며 트위터 로고였던 파랑새를 물고 달아나는 거위와, 당황한 마을 주민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한편, 이런 게임사들의 행보가 트위터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트위터 API 유료화 정책과 서비스의 불안정성으로 빚어진 마찰이 튀어나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구 트위터 이미지
구 트위터 이미지

트위터 API는 다른 앱이나 웹 서비스를 트위터 계정과 연동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로, 기존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지만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이후 API 유료화 정책이 시행되었다.

게임사들은 ‘X(트위터)’ API를 이용하기 위해선 월 4만 2,000달러(약 5,500만 원)에서 월 21만 달러(약 2억 7,400만 원)의 유료 API 패키지를 구매해야 했고, 해당 서비스를 구매하더라도 트위터 계정은 게임 접속 중간에 튕기는 경우가 발생하는 등 불안정성이 심했다.

‘X(트위터)’ API 말고도 일일 게시물 확인 가능 횟수 제한 건도 도마에 올랐다. 이달 1일에는 일론 머스크가 하루에 트위터 게시물을 읽을 수 있는 횟수를 제한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일일 게시물 확인 가능 횟수를 유료 인증(블루) 계정 8000개, 무료 계정 800개, 신입 무료 계정 400개로 제한했다.

거센 비난 이후 유료 계정은 하루 10,000개, 무료 계정은 1000개, 신규 무료 계정은 500개로 완화됐지만, 일일 게시물 확인 가능 횟수 제한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X(트위터)’를 마케팅 SNS로 이용하던 게임사들 입장에서는 홍보글의 노출수가 줄어드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런 일이 지속적으로 반복되자, 게임사들 입장에선 ‘X(트위터)’의 긍정적인 면모보단 부정적인 면모가 더 눈에 띌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용하던 SNS의 브랜드명과 로고가 변한 상태에서 느낀 당혹감을 풍자와 밈(meme)의 형태로 웃어 넘기려는 의도가 주였겠지만, 기존에 게임사들과 ‘X(트위터)’의 마찰이 일부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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