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 판매로는 한계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 강화 나선 콘솔 업계
최근 소니 신임 대표로 취임한 토토키 히로키 대표가 회사의 주요 비전으로 라이브 서비스 게임 역량 강화를 제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은 한번만 구입하면 끝인 패키지 게임과 달리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면서, 계속 결제를 유도하는 게임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플랫폼이 콘솔인 온라인 게임인 것이다.
원래 2026년까지 12개의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선보일 계획이었다가, 최근 6개로 개발 규모를 축소했긴 했지만,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확장하겠다는 정책은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소니의 정책 변화는 최근 큰 폭으로 상승한 개발비로 인해 패키지 게임 판매만으로는 원하는 만큼의 수익을 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포스포큰’이나 ‘반지의 제왕 골룸’처럼 완전히 망한 게임들을 논외로 한다고 하더라도, AAA급 게임 개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몇백만장 판매가 기본이 되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실제로 ‘마블 스파이더맨2’가 PS5 단일 플랫폼으로만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6개월만에 1100만장이라는 놀라운 판매고를 올리기는 했다. 하지만, 인섬니악 내부 문서 유출에 따르면 개발비로 3억 달러(한화 약 4000억) 이상이 투입됐으니, 단순 계산으로는 현재까지 투입한 돈의 두배를 벌어들이는 것에 그쳤다. 향후 PC 버전이 나온다면 더 많은 판매량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패키지 게임을 구입하는 인구수는 한계가 명확하다.
반면에,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대표하고 있는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는 출시 2년 만에 약 90억 달러(한화 약 12조)의 매출을 올렸고, 지금도 수익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번 구입하면 추가 지출을 하지 않아도 되는 패키지 게임과 달리, 반복적으로 결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뉴주에서 공개한 ‘2024년 PC/콘솔 게이밍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에 콘솔 시장은 지난해 대비 1.7% 성장한 531억 달러(한화 약 72조)를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 매출을 올린 게임들을 보면 콘솔 업계의 답답함을 확인할 수 있다.
2023년에 수천편의 게임이 출시됐지만, 전체 신작 매출의 90%를 단 43개의 게임이 올렸으며, 매출 상위권을 차지한 게임들은 신작이 아니라 6년 이상된 게임들인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GTA5’ 등이다.
플레이 타임을 보면 이를 더욱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게임들은 위에서 언급했던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GTA5’ 같은 라이브 서비스 게임들이며, 심지어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리그오브레전드’, ‘마인크래프트’, ‘GTA5’, 이렇게 5개의 게임이 PC/콘솔 전체 게임 이용 시간의 27%를 차지하는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 GOTY를 싹쓸이할 정도로 역대급 호평을 받은 ‘발더스게이트3’의 이용 시간은 전체의 0.6%에 불과하다. 누적판매량 1500만장 이상을 기록한 ‘발더스게이트3’, 2300만장을 돌파한 ‘엘든링’, 2200만장을 판매한 ‘호그와트 레거시’, 출시 5일만에 매출 6억6600만 달러(한화 약 9000억원)을 기록했다고 하는 ‘디아블로4’까지 2023년을 뜨겁게 달군 신작들을 모두 합쳐도, 전체 플레이 시간 중 8%에 불과하다. 이중 ‘디아블로4’는 시즌패스가 붙어 있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기 때문에, 온전한 패키지 게임이라고 볼 수도 없다.
‘포트나이트’를 통해 벌어들인 엄청난 플랫폼 수수료를 통해 라이브 게임 서비스의 위력을 간접 경험을 한 소니도, 최근 ‘헬다이버즈2’로 라이브 게임 서비스의 위력을 직접 느꼈다.
PC와 2년의 텀을 두고 PS5 독점 게임을 선보이는 것이 소니의 원칙이었으나, ‘헬다이버즈2’는 예상을 깨고 PC와 PS5 동시 발매됐으며, 최대 동시 접속자 75만명을 달성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소니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출시 3개월만에 12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소니의 실적을 이끌었다.
최근 PSN 연동 문제 등으로 비판을 받으면서, 인기가 많이 사그러들긴 했지만,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 제대로 운영된다면 얼마나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제대로 느낀 사건이다.
물론, ‘포트나이트’ 등 라이브 서비스 게임들이 지나친 과금 유도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에 ‘발더스게이트3’나 ‘마블 스파이더맨2’로 대표되는 작품성 있는 AAA급 패키지 게임들이 게임 이용자들에게 칭송을 받고 있기는 하나, 이런 게임들은 수천편 중에 몇 개 등장하는 것이 고작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최대한의 이득을 올려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 어느 쪽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지는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답이 나올 문제라고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