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전술의 재미 살린 웹젠 SRPG '메모리스: 포세이큰 바이 라이트'
웹젠이 글로벌 시장에 퍼블리싱하는 블랙앵커 스튜디오의 인디 SRPG 신작 '메모리스: 포세이큰 바이 라이트(이하 메모리스)'가 지난 2026년 4월 28일 스팀과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통해 정식 출시됐다.
'메모리스'는 지난 2020년 '비포 더 던'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공개된 뒤, 2023년 '르모어: 인페스티드 킹덤(이하 르모어)'이라는 타이틀로 얼리액세스에 돌입했던 작품이다. 이후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하며 개선을 거쳤고, 정식 출시 버전에서 현재의 이름과 형태를 갖추게 됐다.

'르모어' 시절의 게임은 상당히 높은 난도를 앞세운 하드코어한 전술 게임에 가까웠다. 자칫 실수라도 하면 바로 게임오버로 이어졌고, 은신처에서 휴식을 취해도 HP가 회복되지 않는 가혹한 설정까지 더해져 이용자의 한계를 시험하는 플레이가 계속됐다. 덕분에 높은 난도를 원하는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제법 괜찮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다만 플레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컸던 탓일까. 정식 출시된 '메모리스'는 과거보다 게임 플레이에 조금 더 여유가 생긴 형태로 등장했다. 그렇다고 게임이 무작정 쉬워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만만치 않은 난도를 유지하면서도, 대중성을 일부 보강하고 하드코어 SRPG 장르 특유의 전략적 재미를 살리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메모리스'는 중세 도시 르모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턴제 SRPG다. 르모어에는 인류를 치유하는 신비한 빛을 뿜는 광물 '메모리스'가 자리하고 있었으나, 인간들이 죄악을 저지를 때마다 점차 빛을 잃었고 결국 모든 빛이 사라지고 만다.
빛이 사라진 뒤 르모어에는 어두운 밤안개가 내려앉았고, 죄악에 휩싸인 사람들은 괴물로 변해버렸다. 이용자는 윌리엄을 비롯한 다양한 캐릭터를 조작해 빛을 잃은 도시 르모어에 다시 빛을 되찾기 위한 여정에 나서게 된다.

게임을 처음 만나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다크 판타지 분위기를 살린 도트 그래픽이다. 어두운 중세 도시, 폐허가 된 거리, 좁고 답답한 실내 공간 등이 인상적으로 구현됐으며, 제한된 시야 속에서 캐릭터를 움직여야 하는 구조도 게임의 콘셉트와 잘 맞물린다.
기본 진행 방식은 마우스로 캐릭터를 이동시키며 탐험을 이어가다가, 적을 발견하거나 반대로 적이 아군을 발견하면 전투에 돌입하는 형태다. 제한된 시야 덕분에 적에게 발각되지 않은 상태라면 전장을 조심스럽게 돌아다니며 탐험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메모리스'의 전투는 전술 행동력(TP)과 무기 행동력(WP)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TP는 이동, 밀치기 등 전술적인 행동에 사용되며, WP는 무기를 활용한 공격에 쓰이는 포인트다. 두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에 따라 한 턴의 성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무작정 적을 공격하는 방식으로는 전투를 유리하게 풀어가기 어렵다.
맵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다가 적을 발견하거나 적에게 발각되면, 주어진 TP를 활용해 한 칸씩 이동하며 전투를 진행하게 된다. 아군이 먼저 적을 발견하고 아직 발각되지 않은 상태라면, 조용히 적을 처리하면서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반대로 적에게 먼저 발각되면 주변의 다른 적들까지 몰려와 아군 캐릭터를 포위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르모어' 시절에 비해 대중성을 어느 정도 챙겼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실수 몇번이면 게임오버가 나올 정도로 난도는 만만치 않다. 특히 캐릭터가 보유한 포인트는 이용자 턴 안에서라면 행동 순서와 관계없이 턴을 넘기기 전까지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각 캐릭터의 역할과 위치를 고려한 운영이 중요하다.
강력한 공격을 가진 캐릭터로 먼저 피해를 누적한 뒤, 방패를 든 캐릭터를 다시 최전선으로 보내 방어선을 세우는 식의 운용도 가능하다. 뒤에서 원거리 지원을 담당하는 영웅을 활용해 추가 공격 기회를 만들거나, 적의 이동 경로를 예측해 사전에 포지션을 조정하는 등 전투를 풀어가는 방식도 다양하다. 한 수 한 수를 허투루 둘 수 없다는 점에서 전술 게임다운 긴장감이 살아 있다.
적을 밀치거나 당기는 행동, 적 앞에 장애물을 설치하는 플레이도 전투의 폭을 넓힌다. 여기에 캐릭터마다 두 종류의 무기를 장착할 수 있어, 상황에 따라 무기를 바꿔가며 적의 약점을 공략하는 재미도 마련됐다. 단순히 공격력이 높은 무기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적의 위치와 속성, 남은 행동력까지 고려해야 하는 구조다.

아이템 활용도 전투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게임 진행 중 획득하는 동전이나 횃불 같은 아이템을 사용하면 전투를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하거나 전투를 시작하기 전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적이 아직 아군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동전을 던져 시야를 돌린 뒤 기습하는 식의 플레이가 가능하다.
한 맵의 클리어 조건은 기둥을 정화해 다시 빛이 나도록 만드는 것이다. 다만 적을 충분히 처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화를 시도하면 적이 몰려드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게임에는 80개 이상의 스테이지가 준비돼 있으며, 특정 스테이지에서는 은신처로 돌아갈 수 있다. 은신처에서는 휴식을 통해 캐릭터를 회복하고, 캐릭터 육성이나 장비 강화 등을 진행할 수 있다.
'메모리스'의 성장 시스템은 독특한 편이다. 게임 플레이를 통해 획득하는 메모리스 파편을 캐릭터에 결속해 능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각 메모리스 파편에는 돌격, 보조, 수비 등에 어울리는 기술이 담겨 있어 캐릭터를 한층 전략적으로 육성할 수 있다.

게임에는 130개 이상의 메모리스 파편이 준비돼 있으며, 원정을 다니면서 맵의 빛을 밝히고 파편을 모으다 보면 캐릭터가 결속할 수 있는 수 역시 늘어난다. 어떤 캐릭터에게 어떤 파편을 연결하느냐에 따라 전투 운영 방향도 달라진다.
다만 은신처에서 휴식을 취하면 이전에 빛을 밝혔던 스테이지가 다시 어두워지고, 적이 다시 등장하는 등의 변화가 발생한다. 힘겹게 원정을 마치고 돌아왔다고 해서 다음 원정이 반드시 수월해지는 것은 아니다. 회복과 재정비가 필요하지만, 그 선택이 다시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은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게 만든다.

전체적으로 '메모리스'는 과거 '르모어' 시절보다 대중성을 가미해 난도를 조절하려는 시도를 했음에도, 여전히 만만치 않은 난도와 전술적 선택의 재미를 유지한 SRPG다. 제한된 시야, TP와 WP를 나눠 활용하는 전투 구조, 아이템과 메모리스 파편을 활용한 성장 요소가 맞물리며 장르 특유의 깊이를 만들어낸다.
물론 기존의 극단적인 하드코어 감각을 원했던 이용자라면 일부 변화가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오랜만에 한 수 한 수를 깊게 고민하며 즐길 만한 SRPG를 기다려온 이용자라면, '메모리스'는 충분히 눈여겨볼 만한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