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낮이 다르다. 두 얼굴의 매력이 게임업계 새로운 트렌드가 되다

게임에서 좀 더 현실적인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시간 변화를 도입하는 게임들이 늘어나면서, 밤과 낮의 차이를 통한 새로운 게임 플레이를 제공하는 것이 게임업계에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에는 밤이 되면 어두워져서 시야가 제한되는 것이나, NPC들이 원래 있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등 게임 플레이에 약간의 변수를 더하는 정도였지만, 요즘에는 아예 장르가 바꿀 정도로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게임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 블러드 오브 던워커
더 블러드 오브 던워커

위쳐3 개발진이 독립해서 설립한 리벨 울브스의 신작으로 주목받고 있는 ‘더 블러드 오브 던워커’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게임은 중세 오픈월드 세계를 무대로 뱀파이어에게 지배당한 마을에서 가족의 구출을 위해 싸우는 게임으로, 낮에는 스토리와 퀘스트를 즐기는 RPG 스타일이지만, 밤이 되면 뱀파이어로 변신해 적의 피로 체력을 채우고, 날카로운 손톱으로 적을 찢어버리는 화끈한 액션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뱀파이어가 되면 연기로 변신하거나 벽 타기 등 초자연적인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돼 인간일 때는 갈 수 없었던 곳도 갈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사건이라도 인간일 때와 뱀파이어일 때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인상적인 부분이다.

다소 답답한 초반부와 조작감, 그리고 버그 등으로 인해 호불호가 심하게 갈린다는 평도 있긴 하지만, 세계관이 주는 매력 때문에 출시하자마자 100만장을 돌파하고, 스팀에서 매우 긍정적 평가를 유지하고 있으며, 벌써 2편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고요한 시골 정원 이야기
고요한 시골 정원 이야기

니혼이치 소프트웨어에서 출시한 고요한 시골 정원 이야기도 흥미롭다. 산골에서 길을 잃은 주인공이 향수 넘치는 카가츠 마을에 정착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설정의 전원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인데, 밤이면 갑작스럽게 공포 게임으로 변신한다.

낮에는 목장이야기나 스타듀밸리처럼 각종 농사를 짓고, 동물을 키우고, 주민들과 교류하는 평온한 삶을 즐기게 되지만, 밤이 되면 유명 공포 게임인 ‘요와마리 떠도는 밤’을 연상케 하는 귀신들로 가득찬 마을이 되는 것이다.

‘요와마리 떠도는 밤’을 개발했던 개발진이 따뜻한 전원 생활 게임을 만들었다는 소식에 의아해 하는 팬들이 많았는데, 의외의 반전을 통해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킨 것이다.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공포 요소가 존재하는 ‘고요한 모드’를 선택해야 하지만, 공포 모드를 원치 않는다면 비활성화되어 있는 ‘안심 생활 모드’를 선택해 계속 평온한 전원 생활을 즐길 수도 있다.

생활 시뮬레이션 장르에 성공작이 많기 때문에 신규 IP가 주목받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이런 반전 매력 덕분인지 일본 내수 판매량 20만장을 돌파했으며, 스팀에서도 매우 긍정적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100만장은 기본인 시대이다보니 20만장이라는 수치가 높게 느껴지지 않겠지만, 전작 요와마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이며, 초반에 물량을 너무 적게 찍어서 패키지 품절 현상으로 판매량이 빠르게 늘지 못한 것도 있다.

신규 IP가 부족한 니혼이치 입장에서는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는 것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실제로 이 게임 출시 이후 니혼이치가 실적 전망을 대폭 상향하면서, 한때 상한가까지 오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밤과 낮의 차이를 강조하는 게임들이 늘어나는 것은 각기 다른 개성을 조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게임과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여러 장르의 강점을 섞으려는 시도는 예전부터 꾸준히 있어왔지만, 너무 상이한 장르를 섞을 경우 각자의 강점을 헤치는 경우가 생기기 쉽다.

낮과 밤에 다른 플레이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페르소나 시리즈
낮과 밤에 다른 플레이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페르소나 시리즈

하지만, 같은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밤과 낮이라는 완벽히 분리된 조건을 적용하면, 완전히 달라진 플레이를 즐기는 것에 대한 개연성이 확보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여신전생 페르소나 시리즈다. 이 게임은 낮에는 학교에서 학생들과 교류하는 연애시뮬레이션 같은 커뮤니티 활동을 즐기고, 밤이 되면 던전에서 요괴들을 사냥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여신전생 시리즈는 멸망한 세계를 배경으로 악마들과 싸우는 암울한 스토리로 마니아들만 즐기는 게임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여신전생 페르소나 시리즈부터 발랄한 학원물 분위기가 가미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해, 이제는 본가를 제치고 여신전생 시리즈 IP를 대표하는 게임이 됐다.

이 외에도 밤이 되면 좀비들이 더 흉폭해지는 다잉 라이트나 낮, 저녁, 밤으로 세분화된 시간대에 따라 생존을 위한 행동이 달라지는 ‘돈 스타브’도 시간 변화를 잘 활용한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간대에 따라 생존을 위한 플레이가 달라지는 돈스타브
시간대에 따라 생존을 위한 플레이가 달라지는 돈스타브

이처럼 밤과 낮 차이를 차별점을 내세워 성공한 사례들이 늘어나면서 이 방식을 선택한 인디 게임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초 스페인 인디 스튜디오인 인버지 스튜디오에서 낮에는 탐험과 물자 확보를 하고, 밤에는 생존 플레이를 즐기는 페레그리노라는 게임을 선보였고, 한국 인디 게임사인 페포스톤즈에서도 낮에는 카페 경영을 하고, 밤에는 로그라이크 액션을 즐기는 ‘힙스 앤 노지스’라는 게임을 개발 중이다. 밤과 낮이라는 시간 변화를 통해 어떤 새로운 시도가 나올 수 있을지 개발자들의 상상력이 기대된다.

낮에는 카페를 경영하고 밤에는 로그라이크 액션을 즐기는 힙스 앤 노지스
낮에는 카페를 경영하고 밤에는 로그라이크 액션을 즐기는 힙스 앤 노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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