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검은사막’ 노하우로 확장된 도파민의 홍수. ‘붉은사막’ 첫 DLC ‘미지의 여정’
전 세계 600만장 이상 판매고를 올리며 한국 콘솔 게임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붉은사막’의 첫 DLC ‘미지의 여정’이 출시됐다.
‘미지의 여정’은 모험의 무대를 파이웰 대륙에서 바다, 그리고 심해까지 확장해서, 직접 배를 이끌고 바다로 출항해, 새로운 섬들과 깊은 해저에 숨겨진 보물과 유적, 그리고 감춰진 비밀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붉은사막’은 출시 직후 빈약한 스토리 등으로 인해 평가가 좋지 못했으나, 이후 광활한 오픈월드를 가득 채운 신기한 콘텐츠들이 계속 발굴되면서 컬트적인 인기를 얻은 바 있다. ‘붉은사막’ 개발진들은 이번 DLC를 만들 때도 자신들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강화하려는 선택을 했다.
참고로 DLC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본편의 엔딩을 봐야 하며, 바다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해오름의 터’ 세력 의뢰 중 ‘모인 의지’의 ‘캠프 확장’ 완료해야 시작할 수 있다. 지난 9월 업데이트를 통해 본편 스토리 개연성이 많이 보강됐으니, 이전에 스토리를 진행하다가 중단했다면 새로운 마음으로 처음부터 다시 즐겨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될 듯 하다.


이번 DLC에서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것은 파이웰 대륙을 지켜낸 클리프, 데미안, 웅카의 새로운 이야기다. 본편이 클리프 위주로 스토리가 진행되다보니, 데미안과 웅카는 플레이어블 캐릭터이긴 하나 존재감이 별로 없었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함인지 이번에는 캐릭터별로 각기 다른 이야기가 준비됐다. 클리프는 평화가 찾아온 파이웰 대륙을 돌아다니며 이전에 다소 미흡했던 뒤처리를 하러 다니는 느낌이고, 데미안과 웅카는 새로운 성장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느낌이 강하다. 특히, 유일한 여성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별로 존재감이 없었던 데미안이 칼리번 공작 때문에 혼란에 빠진 데메니스 정치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큰 결심을 하는 내용을 담아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본편이 빈약한 스토리 때문에 상당히 공들여 만들어둔 도시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강했는데, 공들여 만든 도시들을 다시 한번 잘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담아 구상한 것 같은 스토리들이다.

아무래도 이번 DLC를 기대한 사람들은 새로운 스토리보다는 바다 콘텐츠에 더욱 큰 기대를 가졌을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개발자들이 ‘검은사막’ 노하우를 기반으로 남자의 로망을 모두 담아 구현한 도파민의 홍수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해상전을 보면 ‘어쌔신 크리드 블랙프래그’ 같고, 심해를 보면 ‘서브노티카’ 같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거북선을 만들기 위해 심해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엄청난 크기의 개복치나 장수거북, 메갈로돈 같은 해양 생물들과 같이 어울리는 것도 신기하고, 심해에 가라앉은 해저 유적들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었다. 거북선을 만든 뒤에는 해적들을 때려 잡으러 다니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임진왜란 때 왜군들이 얼마나 무서웠을지 대리체험하는 기분이었다. 거북선이 아니더라도 와이번을 타고 날아가 갑판에 착륙한 다음에 적을 쓸어버리는 것은 남자라면 누구나 도파민이 폭발하는 연출일 것 같다.


같이 추가된 성 꾸미기나 가게 경영, 인연 시스템, 보스 트라이의 재미를 담은 시련의 정원 역시 수준급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시간이 부족해서 튜토리얼로 준비된 맛보기 콘텐츠만 즐겨보고, 더 깊이 있게 즐겨보지는 못햇지만, 꾸미기나 경영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것만으로도 굉장히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콘텐츠의 깊이가 있다. 본편만으로도 몇 백 시간이 보장됐는데, 이번 DLC 역시 제대로 즐기려면 2~300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콘텐츠가 풍족하다.


9월까지 본편 개선 업데이트만으로도 엄청나게 바빴을 텐데, 그 짧은 시간에 남들이 몇 년간 만들어온 게임 여러 개를 한번에 담은 듯한 느낌의 확장팩을 준비하다니, ‘붉은사막’ 개발진들이 퇴근을 하면서 개발했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게다가 이번이 첫 DLC이니 다음 DLC가 나온다면 얼마나 놀라운 것들이 추가될지 상상도 안된다.
‘검은사막’을 오래 즐겨온 입장에서 봤을 때 ‘미지의 여정’은 ‘검은사막’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해 ‘붉은사막’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던 것을 모두 구현한 느낌이 강하다. 본편에서도 ‘검은사막’ 콘텐츠를 많이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때 아쉽게 넣지 못한 것들까지 알차게 꽉꽉 눌러 담은 느낌이다. 클리프의 사막 모험은 ‘검은사막’의 대사막 콘텐츠고, 해양 콘텐츠는 ‘검은사막’의 대양 콘텐츠의 확장이다. 오징어게임 시즌2의 명대사 ‘난 이 게임을 해 봤어요!’가 떠오른다.
‘붉은사막’ 이용자들은 펄어비스 개발진들이 다양한 오픈월드 노하우를 쌓을 수 있도록 여러 불편한 상황들을 참으면서 10년간 플레이를 해온 ‘검은사막’ 이용자들에게 감사할 필요가 있다.

‘붉은사막’의 스토리 전개 등 많은 콘텐츠들이 MMORPG식 문법으로 구현된 것들이 많아서 번거로운 반복 작업 등이 단점으로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번에 거북선도 만드는 과정이 꽤 어려운 편인데, ‘검은사막’에서 마차 하나 만들 때도 몇 달이 걸렸던 경험을 한 사람 입장에서는 이 정도는 나중에 성취감을 위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고생이라고 생각된다. 스토리 적으로나, 콘텐츠적으로나 ‘붉은사막’ 개발진들이 본편 때보다 콘솔 게임 문법에 좀 더 적응한 것 같다.

다만, 구현하는 것 만으로도 시간이 많이 부족했는지 버그가 많긴 하다. 팔씨름 도중에 상대가 일어나는 등 이벤트씬에서도 어처구니 없는 장면들이 자주 보이며, 거북선 재료를 열심히 모았는데, 정작 제작하러 갔을 때 재료가 없다고 나오는 황당한 경험도 있었다. 본편 출시 때도 각종 버그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이번 DLC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는 것이 많이 아쉽다.
본편 때 엄청난 속도로 개선 패치를 선보였으니, 이번에도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아서 빠른 속도로 개선 패치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도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안정화 패치를 기다리면 ‘붉은사막’ 본편 이상의 도파민을 충족시켜주는 최고의 확장팩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