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게임축제 '블리즈컨2007'
국내 게이머 중에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를 모르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국내 PC방의 주역이라 불리며 최고의 인기를 누려왔던 '스타크래프트', 그리고 '리니지'로 일관되던 국내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 계에 새 바람을 불러온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그런 두 게임의 후속편이 지난 8월3일(미국 현지시간)과 4일 양일간 블리자드에서 개최하는 '블리즈컨2007' 행사에서 공개됐다.
블리즈컨2007이 열리는 곳은 미국 에너하임에 있는 컨벤션 센터, 컨벤션 센터는 흡사 국내 삼성역에 있는 코엑스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가로로 길게 펼쳐져 있고 가운데에는 크게 블리즈컨이라고 써있는 모습이 현재 블리자드의 건재함을 잘 나타내고 있는 듯 했다.

행사는 10시부터 시작인데도 8시부터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제한적으로 내부에 들어가볼 수도 있었지만 개막 전에는 특별한 공개가 진행되진 않았다. 놀라웠던 점은 이런 블리즈컨 행사의 참가비가 무려 한국돈으로 10만원이 넘는다는 점이었다. 대부분 공짜로 진행되는 국내 게임행사에 비교해볼때 블리즈컨은 정말로 블리자드 게임에 애정이 없다면 넘볼 수 없는 행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블리자드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입장권은 양일 모두 해서 8천장을 판매했다고 하며, 업계 관계자나 이벤트 당첨자 등 1천명을 더해 총 9천명이 행사장에 입장을 한다고 한다. 8천장의 티켓이 높은 입장료임에도 불구하고 단 3시간 만에 매진되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가 있겠다,
어느덧 개막식이 시작되자 행사장에 모여든 관람객들은 수근 거리기 시작했다. 무대 중앙에 크게 만들어둔 무대에 사람들이 앉기 시작했고, 장내가 정리가 될 무렵 블리자드의 수장인 마이크 모어하임 씨가 등장했다. 흡사 이웃집 아저씨 같은 그 모습, 마이크 모어하임은 먼저 행사에 찾아온 이들에게 정중히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하나씩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처음 그가 발표한 것은 '스타크래프트2'였다. '스타크래프트2' 동영상이 나오고 화려한 테란의 유닛과 저그 등이 나오자 행사장은 뜨거운 흥분속에 빠져들었다. 이후에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확장팩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장내는 한 번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렇게 마이크 모어하임의 발표가 끝난 뒤에는 무대 왼편에 있는 '스타크래프트2'를 직접 해볼 수가 있었다. 이번 행사에 초청받아온 박정석, 마재윤, 홍진호 등 유명 프로게이머들과 김태형, 엄재경 씨 등의 유명 해설가가 직접 플레이를 해보고 소감을 말해주었다. 소위 전문가인 그들이 말하는 '스타2'는 '스타' 오리지널과 무척 흡사했다. '1편을 그대로 플레이 하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는 엄재경 씨의 얘기에 '어느정도 한국 시장에서 먹히긴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반면에 '획기적인 요소가 없어 완전 대박은 어려울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감도 들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게임이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들어 블리자드 측에서 '배틀넷 유료화' 등 너무 과한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충분히 e스포츠로의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스타2'의 시연에 비해 'WOW' 확장팩의 경우는 간단한 동영상 한 편이 발표의 전부였다. 새로운 직업인 데스 나이트가 공개되었고, 공성무기나 레벨 80 상향 등 기존의 게이머들을 자극하는 얘기들도 많이 나왔다. 블리자드 측에서 1년에 확장팩을 한 편 씩 만들어 발표한다고 한 바 있어 내년 초에쯤 접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봤다.
예상과는 달리 '디아블로3'에 대한 얘기는 없었는데, 몇몇 기자들은 '그것 마저 발표되면 내년 블리즈컨에는 뭘 발표하겠느냐'며 우스개 소리를 했다. 여하튼 두 가지의 큰 발표로 행사장이 크게 들썩였지만 다소 아쉽다는 느낌도 들었다.

위에 언급한 두 가지 요소 외에도 블리즈컨에는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인기를 얻은 부스는 행사장 양 옆을 크게 차지하고 있는 '블리자드 캐릭터 스토어' 였다. 블리자드 티셔츠, 모자, 액세서리 등 다양한 블리자드 캐릭터상품들은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단순히 줄을 서는 것만으로는 물건을 구입하게 하지 못했으며, 몇 가지 블리자드 측에서 제시하는 퀘스트를 수행한 후에 3시간 넘게 기다려야만 물품을 구매하는 것이 가능했다. 다시 한 번 블리자드 게임 팬들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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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특이했던 점은 행사장 내에 흑인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온라인 게임을 주로 즐기는 층이 백인층인지, 혹은 10만원 넘게 내고 들어오는 경제력을 가진 층이 백인 층인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블리즈컨이라는 행사가 백인들의 잔치라는 것이었다.
이외에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점은 게이머들 스스로가 행사를 즐길 줄 안다는 점이었다. 국내의 게이머들은 지스타 등 대형 게임쇼가 있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즐기고 금방 싫증을 느끼는 반면 블리즈컨에 온 게이머들은 행사 하나하나를 느끼고 전혀 불만없이 이틀 양일을 행복하게 보내고 갔다. 더불어,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양일간 행사를 즐기기 위해 근처 호텔에서 묵었다. 호텔비가 약 30만원, 비행기를 타고 온 이들도 상당수. 한 마디로 블리즈컨은 그들도 1년에 한 번 손꼽아 기다리는 값비싼 문화행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몇몇 특징들을 살펴본 뒤에는 개발자들이 등장해 게이머들과 사인회, 대화 등을 나누었다. 각 분야의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업데이트 내용을 묻는 등 다채로운 만남이 이어졌고, 이어 첫날 오후 늦게는 블리자드 게임 코스플레이어들 백명이 나와 패션쇼 형식으로 무대를 꾸몄다. 국내의 코스프레이어들의 경우 단순히 옷만 입는 것이 아니라 각종 포즈와 각본을 짜서 행사를 하는 반 면 미국의 경우 옷만 입고 간단히 걷는 식이 전부였다. 국내 코스프레 행사에 비해 다소 적극성이 부족하단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행사는 여전히 대성황을 이루었다. 특별히 발표된 것은 없었지만, 스토어는 여전히 붐볐으며 관람객들은 '스타2' 체험, 'WOW UCC' 관람, 배틀 아레나 참관 등 계속적으로 행사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다소 식상할 수 있는 이틀째 날을 달구었던 것은 국내 프로게이머들의 무대였다. 강민, 홍진호, 마재윤 등 국내 최정상의 '스타크' 프로게이머들이 총 출동해서 무대를 빛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플레이에 많은 관람객들이 박수를 보냈다. '워3'의 경우도 국내 김성식 선수가 아깝게 패배하고 말았지만 수준높은 플레이로 한국의 위상을 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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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거의 다 지나고 4일 저녁이 다되어가는 무렵, 행사장은 한 번 더 환호성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블리자드의 사장인 마이크 모어하임이 직접 밴드를 이끌고 무대에 나온 것. 몇몇 관람객들은 신기하다고 했고, 몇몇 관람객들은 부러워하면서 모어하임의 연주를 들었다.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취미를 즐기고 또 그것을 자신있게 대중에 공개하는 것을 보고 필자도 왠지 모를 부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양일 간의 행사를 마치고 블리즈컨2007은 마무리가 됐다. 행사에 참관했던 많은 이들은 이틀간의 게임축제를 마치고 입맛을 다시며 자신의 일상 생활로 돌아갔다. 거대하고 아름다운 게임축제는 내년을 기약하며 막을 내렸고, 전세계의 기자들도 바쁜 타이핑을 멈추며 한숨을 돌렸다.
돌아오는 길에 한 기자가 '반가웠고, 웅장한 축제였다'며 눈을 반짝거리는 것을 보았다. 물론 국내에도 라그 축제, 지스타 등 대형 게임 축제가 있고, 블리즈컨 못지 않은 규모와 관객 수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바라본 블리즈컨은 개발사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 속에 게이머들이 마음 놓고 놀다가는 행사처럼 보였고, 그러한 점은 국내 개발사들이 좀 더 벤치마킹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 다시 개최될 블리즈컨2008에는 어떤 즐거움과 이슈가 있을까, 두근 두근 기대해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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