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한국e스포츠협회, 이대로 좋은가?

< <"e스포츠협회요? 거기는 그냥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선수만 관리하는 단체 아닌가요?"

얼마 전 한 외국 게임 개발사 사장과 함께 e스포츠협회에 대해 얘기하다가 해당 사장이 무심코 내뱉었던 말이다. '스타크래프트'에 별반 관심이 없어 보이던 이 사장은 자사의 게임이 e스포츠화 되는데 e스포츠협회는 '걸림돌'이라는 투로 얘기를 마무리 했다 >>

'스타크래프트'의 지적 재산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 블리자드社가 '조만간 자사의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e스포츠가 점점 글로벌 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지면서 한국e스포츠협회의 입지가 좁아질 전망이다. 현재 '스타크래프트'에 올인하고 있는 한국e스포츠협회가 해외 게임사들은 물론 국내 게임사들에게도 '필요한 단체'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게임 개발사들의 지적재산권 문제

'위닝 일레븐'은 과거부터 콘솔게임 분야에서는 가장 잘나가고 있는 게임 중 하나다. 하지만 이 게임은 국내에서 '스타크래프트'만큼 잘 알려지고 보편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원활히 게임 대회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유는 제작사인 코나미에서 자사의 컨트롤을 받지 않는 대회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나미의 한 관계자는 "대회 로고, 대회 장소, 하다못해 팜플렛 하나까지 회사의 통제를 받아야 하며, 완전히 허락 받는데 보통 두 달의 시간이 걸린다"고 토로했다.

이렇게 명백히 지적재산권을 통제하는 해외 개발사와는 달리 한국은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묵인해줌으로써 1년에 몇 백 개씩 각종 대회가 난무하고 이것이 e스포츠가 탄생하는 원동력이 됐다. '블리자드가 e스포츠 발전에 한 게 뭐 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블리자드가 '자사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도용하는 것을 묵인'해주지 않았다면 e스포츠는 애초에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묵인하던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2'가 발매되기 전에 자사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한다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e스포츠협회는 난감한 위치에 놓여지게 됐다.


국내의 e스포츠는 명백하게 블리자드의 손아귀에 있다. 블리자드가 '하지마' 한 마디만 한다면 국내의 어느 기관이나 단체도 '스타크래프트'로 대회를 열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 하지만 e스포츠협회는 자신들이 '스타크래프트'의 모든 권리를 가진 것처럼 중계권을 외부에 판매하면서도 원 지적재산권 보유자인 블리자드를 의도적으로 배제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블리자드에서 이 문제를 가지고 내부적으로 심층 토론을 하고 있음은 안 봐도 뻔한 일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초에 e스포츠협회에서 중계권 등의 얘기를 할 때 블리자드와 충분히 협의하고 사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고 진단하며 "향후 블리자드에서 어떤 식으로 나올지 몰라도 지금처럼 협회가 마음 내키는 대로 진행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협회의 '스타크래프트' 사랑, e스포츠 글로벌 행보에 방해

문제는 또 있다. 협회가 유독 '스타크래프트'만 챙기고 '워크래프트3'나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 세계적으로 가장 대중화된 e스포츠 종목들을 등한시 하다 보니 e스포츠의 세계적 흐름에 협회가 배제되고 있다.

실제로 '스타크래프트'를 제외하고 '워크래프트3'나 '카운터스트라이크'의 경우 한국e스포츠협회를 의식하는 곳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중국과 유럽은 '워크래프트3' 프로팀도 생기고 큰 리그가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은 협회가 아닌 방송사가 블리자드와 직접 컨택해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e스포츠협회가 세계 e스포츠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할 수 있다. 차라리 유럽이나 중국에서 '워크래프트3'와 '카운터 스트라이크'에 전문화되고 세계적으로 선수를 관리하는 단체가 생기게 된다면 그 단체가 세계적으로 e스포츠를 주도하는 단체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또, 전 세계에 게임을 출시하는 개발사 입장에서 자사의 게임으로 세계적인 대회를 진행하고자 할 때 현재의 한국e스포츠협회는 걸림돌이나 다름 없다. '스타크래프트'만 챙기는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얻어낼 것은 하나도 없는 반면 '권리'는 대부분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e스포츠협회가 타 종목에 대해 사실상 '하는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없는 것에 기인한다.

세계적인 대회를 자체적으로 하고 한국 분야만 한국 e스포츠협회에 맡기면 되지 않느냐고 묻더라도 개발사 입장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자신들이 세계적으로 대회를 여는 주체가 되면 되고, 각 나라의 방송사들을 컨택해서 대회를 진행하면 된다. 유독 한국만 협회에 맡겨서 번거로울 필요가 없다. 실제로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3' 세계대회를 각 방송사와 연계해서 하고 있고,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대회도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해외 업체 뿐만 아니다. 한국의 게임 개발사들도 자사의 게임들을 e스포츠화하는데 있어 e스포츠협회의 행보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방송시간, 경기장 대여 등 모든 초점이 '스타크래프트'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e스포츠협회의 모습에 향후 협회가 각 게임사들에게 보이콧 당하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넥슨의 한 관계자는 "e스포츠협회요? '스타크래프트'만 하지, 다른 종목에는 전혀 관심이 없죠"라며 " '스타크래프트'가 아닌 게임의 e스포츠화는 협회가 아니라 전적으로 개발사 몫"이라고 말했다.

* e스포츠협회의 자리찾기

현재의 e스포츠협회가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하려면 먼저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3'의 지적재산권 소유자인 블리자드와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진행해야 한다. 중계권에 대해서도 블리자드의 권리를 명백하게 부여해주고, 합리적으로 일을 진행해나가야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끌 수 있다.

또한 협회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역량을 크게 강화시켜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현재의 e스포츠 협회는 세계의 개발사들이 볼 때 e스포츠의 주체가 아니라 '선수 관리 집단'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보는 게 맞다. '아무 역할도 없이 권리만 찾는 단체'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공식 종목 선정을 심사숙고해서 하고, '스타크래프트'의 절반 수준이라도 체계적으로 지원해나가야 한다.


협회가 글로벌적으로 거듭나려면 국내의 선수 뿐만 아니라 해외의 유력 '카운터 스트라이크' 선수들과 '워크래프트3' 선수들을 국내의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수준을 관리해야 한다. 또한 WCG, ESWC 등의 대회 뿐만 아니라 중국과 유럽의 각종 대회의 주체들과 협의해 국내의 프로게이머 시스템을 빨리 도입시키고 적용시켜야 한다. 또한 해외 개발사들이 현재 니즈를 느끼는 곳이 협회가 아니라 각국의 방송사들인 만큼 해외의 주력 e스포츠 방송사들과 더욱 긴밀하게 협조해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게 되어야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다. 정말 갈 길이 먼 셈이다.

천만다행으로 e스포츠협회는 최근 제2회 국제e스포츠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국제e스포츠협의체'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세계 14개국이 e스포츠 관련 정부, 협단체, 미디어들이 참여해 국제적인 e스포츠 기구를 만들 준비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아직까지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협회, 이 협회가 글로벌적인 마인드로 거듭나 세계 중심의 기구가 되길 희망한다. 한국의 e스포츠 시스템이 세계를 주도하는 때가 오길 빌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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