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인력 수급의 현주소 [1부], '국가적 체계 절실'
'디자인 전공 출신이 기획자를 하고, 음악 전공 출신이 (GM)게임운영을 맡는 게 현실이죠. 게임 개발을 위한 전문 교육인 과정이 절실합니다'
게임업계를 다니다 보면 인력 부족으로 몸살을 앓는 게임업체들을 만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온라인 게임이 문화 산업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안정적인 교육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아 업체들이 제대로 된 인력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
게임산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게임산업이 2002년 매출규모 5000억원에서 2006년 7조4천억원으로 매년 50% 이상씩 규모가 커지고, 게임회사 또한 2000년 952개에서 2005년 3,631개로 개발에 필요한 인력 수요가 늘어나는데 반해 '제대로 된' 공급 인력은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게임관련 학과를 가지고 있는 대학교는 총 75개(2006년 교육부 통계 기준)로, 전체 173개 대학교의 22.5%에 불과하다. 또 설립 학과의 80% 이상이 2004년 이후에 설립된 학과로 2-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비로소 게임관련 인재를 배출할 수 있게 된 상태다. 게임 전문 양성기관도 게임스쿨과 한국게임사관학교 두 개가 있지만, 한국게임사관학교는 최근에 생겨 이제야 막 졸업자가 배출되고 있으며, 게임스쿨은 14년 동안 2천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지만 대부분 하청에 불과한 하위 업무를 맡는 졸업생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게임 인력이 부족하자 각 게임업체 간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엔씨소프트 등 대형 게임사들은 '상시채용'으로 1년 내내 면접을 보고 있으며, 특별히 필요가 없더라도 우수한 사람이라는 소문이 나면 티오에 상관없이 일단 스카웃 하고 있다. 따라서 자본력이 있는 대형 개발사에는 잉여 인력이 쌓이고, 중소 개발사는 인력을 찾을 수 없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또 회사의 사활이 걸린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 개발자를 섭외하기 위해 게임사 간 스카우트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실력 있는 개발자의 경우 연이은 이직으로 몸값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효성, SK 등 대기업들이 게임업계로 새로 진출을 시도하거나 해외 업체가 국내에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 높은 몸값을 주고 개발자들을 흡수하고 있어 몸값 높이기에 한몫하고 있다.
웹젠의 송경수 인사 담당자는 "쓸만한 개발자들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프로젝트에 꼭 필요한 프로그래머의 경우 과거에 연봉 3천만 원이면 되던 것이 이제는 1억 원에 육박할 정도다. 게임 개발에 대한 비용도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높아진 연봉에 따른 게임 제작 인플레이션도 문제다. 잘나가는 영화배우들의 몸값이 3-4억까지 올라가 영화 제작비가 폭발적으로 올라갔던 것처럼 게임업계도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웹젠에서 제작중인 '썬'의 경우 총 제작비가 150여억 원이지만, 이중에서 개발자에 투입되는 돈이 70여억 원으로 전체의 46%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마케팅비가 50여억 원임을 감안할 때 게임 제작자에 할애되는 돈이 게임 제작에 70%를 차지하는 셈이다. NHN에서 개발한 '아크로드'의 경우도 전체 투입 금액 중 개발자에 투입되는 돈은 70여억 원으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게임 개발자 부족현상이 적었던 2002년에 비슷한 프로젝트의 게임에 들었던 인건비가 10여억 원임을 비교해볼 때 700% 뛴 수치다.
하지만 해외의 경우는 다르다. 국내의 경우 게임 개발자들이 앞서 말했듯 '영문과' 출신 처럼 전혀 다른 계통에서 인력이 충당되어온 반면 일본의 경우 전문 게임기관에서 배출된 인원이 게임업계를 이끌고 있다. 일본의 경우 대학교나 대학원을 제외해도 전국에 1000여개의 전문 게임 교육기관이 있으며, 이 기관을 이수한 졸업생의 경우 게임회사에서 전문대학교 보다 호봉이 높게 인정되고 있다. 또 실제 게임업계에서 사용되는 실습 장비를 도입하고 세계 양대 게임쇼 중 하나인 '동경 게임쇼'에 작품을 전시하는 등 특혜가 주어지고 있다. 특히 '코나미 스쿨'의 경우 취업률이 80%이상인 것으로 나타나 인기가 높다. 유럽의 경우 게임 제작사들이 배급사 산하에 소규모로 구성되어 있는 형태가 많은데, 각자 개발자들끼리 전문 '포럼'을 활성화시켜 개발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한 인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등 각 계열간 전문가들이 포럼을 이끌고 있어 게임 업계에 진입이 쉽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렇듯 해외는 양질의 게임 인력 수급에 초점을 맞추어 게임산업의 중장기 발전 과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국내 또한 주먹구구식 인재 양성에서 벗어나 체계적인 게임인재 양성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국의 경우 대학교 상위권 졸업자들이 대거 게임업계로 이동하는 등 양질의 인원들이 지속적으로 게임에 투입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정부 차원의 지원이 미비한 상황이어서 크게 추격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2부에서는 현재 각 대학교에서의 각종 산학협력, 그리고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서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