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위기보고서] 국산게임이라고? 실상은 해외 게임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2부 : 안방 내준 게임 한류]
5화. 국산게임이라고? 실상은 해외 게임

[본지에서는, 대형 기획 '대한민국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 그래도 희망은 있다'를 통해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다룰 계획이다. 이번 기획이 한국 게임산업의 총체적 위기를 진단하고, 한국 게임사들에게 진정한 위기를 타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2014년 현재 국내 게임시장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게임을 꼽자면 라이엇게임즈에서 개발한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를 빼놓을 수 없다. LOL은 PC방 점유율 1위를 무려 111주 연속으로 기록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스타크래프트 이후 한동안 침체기를 맞았던 e스포츠 시장에도 다시 활기를 불어넣으며 전세계 게이머들에게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중이다.

텐센트 라이엇
텐센트 라이엇

이렇듯 전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날로 그 인기를 더해가고 있는 LOL. 이 같은 LOL의 성장에 함박웃음을 짓는 회사가 있다. 바로 중국의 거대 IT 기업으로 손꼽히는 텐센트다. 지난 2008년 라이엇게임즈에게 800만 달러(약 90억 원)을 투자한 바 있는 텐센트는 2011년 라이엇게임즈의 독립적인 운영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지분 90%를 인수해 최대 주주의 자리에 올랐다.

최대 주주가 미치는 영향은 막강하다. 인사이동과 구조 변경 등 회사의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독립적인 운영을 보장한다는 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라이엇게임즈의 실소유자는 사실상 텐센트인 셈이다.

이는 외국의 사례만은 아니다. 국내 게임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거둠에 따라 거대 자본력과 영향력을 앞세운 해외 기업들이 지분 인수 방식으로 게임사들에게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게임시장이 성장을 이루던 초창기 게임사의 주된 투자 방식은 프로젝트파이낸싱(이하 ‘PF’)이었다. 회사가 아닌 개발 중인 게임에 직접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다. MVP창투가 투자한 넥슨의 스페셜포스와 서든어택, 엔트리브소프트의 팡야, 스틱인베스트먼트& NHN 프리미어파트너스가 투자한 아키에이지 등이 이 같은 방식으로 개발된 게임이기도 하다.

‘PF’는 하나의 온라인게임이 일정 매출을 달성할 경우 이익의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매출의 30%를 투자가에게 배분하는 것은 물론, 투자금의 300%를 넘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00년대 초반 상대적으로 고위험군으로 구분된 게임산업에서 PF는 안정적으로 투자금액을 회수할 수 있는 투자방식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그러던 2012년. 한류 관련 업체가 기록한 지적재산권 수입 중 80%에 달하는 6억 8,000만 달러를 게임 분야에서 기록될 만큼 게임사들이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자 투자자들의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리니지, 아이온,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 다수의 게임들이 오랜 시간 지속적인 수익을 거두며 안정성이 검증된 상황. ‘게임산업은 실적 변동이 크다’던 우려가 점차 불식되며, 게임업계는 높은 투자가치를 지닌 시장으로 성장해 나갔다

하지만 이 같은 투자 분위기는 급속도로 얼어붙기 시작한다. 바로, 게임에 대한 정부의 '무차별' 규제가 시작되며, 게임산업 자체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이다. 이렇듯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투자 기피로 인해 개발사들이 자금난에 허덕이자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해외 거대 기업들이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더욱이 국내 게임시장이 점차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 중심으로 개편되며,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게임사 및 퍼블리셔를 타겟으로 적극적인 지분인수를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티게임즈 로고
파티게임즈 로고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텐센트다. 텐센트는 지난 9월 1일 ‘아이러브커피’, ‘아이러브파스타’ 등으로 유명한 모바일게임사 파티게임즈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2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20%를 확보하여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파티게임즈는 지난해 매출 270억 원을 기록할 만큼 국내 모바일게임사 중에서도 손꼽히는 회사로 지난해 7월 코스닥 예비상장을 통과하며 이미 그 가치를 입증받은 바 있다.

또한, 지난 2012년 카카오에 720억 원을 투자해 오는 10월 1일 출범 예정인 다음&카카오에 1대 주주인 김범수 의장에 이어 2대 주주의 자리를 확보한 상태며, CJ E&M의 자회사인 CJ게임즈에 5,3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28%를 확보한 상태다. 국내의 내로라 하는 게임사 중 상당수가 텐센트의 입김을 받고 있는 것이다.

텐센트의 행보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스타트업 게임사 NSE 엔터테인먼트와 화이트아웃에 각각 4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 것을 비롯해 ‘아바’를 개발한 ‘레드덕’에 15억 원을, ‘나나이모’를 개발한 탑픽에 20억 원을, 리로디드스튜디오에 54억 원을 투입하는 등 국내 게임사들에게 투자한 금액은 무려 7,000억 대에 육박하고 있을 정도로 게임업계의 ‘큰손’으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액토즈
액토즈

중국의 샨다게임즈도 이와 비슷한 모습이다. 지난 2004년 액토즈소프트를 1,000억 원에 인수한 샨다게임즈는 2010년 아이덴티티게임즈를 1,100억 원 규모에 인수하는 등 액토즈소프트를 사실상의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모바일게임 시장에 TCG 열풍을 일으킨 '밀리언아서', 뛰어난 액션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드래곤네스트'와 '뉴 던전스트라이커' 등 액토즈소프트를 통해 등장해 높은 인기를 얻은 게임들의 실제 소유주는 사실상 샨다게임즈 인 셈이다.

‘피파온라인3’, ‘프로야구 2K 14’를 개발한 ‘스피어헤드’는 조금 특이한 경우다. ‘스피어헤드’의 전신은 ‘레이시티’ 등을 개발한 바 있는 ‘제이투엠소프트’로, 지난 2008년 EA가 직접 인수를 진행한 뒤 사명을 ‘스피어헤드’로 변경한 이후 이전보다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잔뼈가 굵은 개발자들로 이루어 졌음에도 EA의 해외 스튜디오로 편입되어 있다는 점 또한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다.

텐센트 바이두 알리바바 로고
텐센트 바이두 알리바바 로고

해외 거대 투자사들의 적극적인 투자 러시가 이어지면서 이제 ‘순수 국산게임’이라는 타이틀은 점차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사실 해외 업체들의 투자는 정부의 끊임없는 규제 때문에 투자 분위기가 급속히 위축되며, 자금난에 허덕이는 개발사들의 숨통을 터줄 뿐만 아니라 개발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최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같은 중국 게임사들의 영향력 아래 있으면 엄청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 게임시장에 게임을 선보일 수 있어,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해외 게임사들의 자본잠식이 우려되는 이유는 향후 한국 게임의 경쟁력이 극히 떨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중국을 비롯한 해외 기업이 국내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이어가는 것 중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원천기술의 확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업계의 기술과 인력이 손쉽게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게임사들에 대한 투자 러시가 이어지고 있는 2014년. 과연 끊임없는 성장으로 전세계 게임산업에 그 이름을 알린 ‘국산 게임’들이 얼마나 더 등장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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