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여기가 섬인지 애정촌인지, ‘금사빠’ 미(mii)들과 함께하는 친구모아 아일랜드
친구모아 시리즈에서 기대하는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아침 드라마 같은 ‘막장’의 재미를 꼽는다. 뜬금없는 만남, 예상 못한 갈등 요소, 금단의 사랑과 어쩔 수 없는 이별 등 예측 불가한 전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신작 ‘친구모아 아일랜드 두근두근 라이프’는 조금 실망스러운 구석이 있는 게임이었다.

이번에 발매된 친구모아 아일랜드 두근두근 라이프(이하 친모아)는 전작으로부터 13년이라는 오랜 공백 이후 등장한 친구모아 시리즈의 신작으로, 기존의 인간관계 중심 시뮬레이션 구조에 섬 꾸미기와 커스터마이징 요소를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게임은 섬의 관리자가 되어 생성한 미(Mii, 캐릭터)들을 지켜보며 생활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이용자는 미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섬의 레벨을 올려주는 ‘기분 구슬’과 재화를 얻는다. 또한 미와 미를 만나게 하면서 관계를 발전시키는 구조도 그대로 유지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이번 친모아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인간관계의 시작 단계다. 전작에서는 ‘친구’에서 출발했다면 이번 작품은 ‘면식 있음’이나 ‘조금 아는 사이’ 같은 더 낮은 단계에서 시작한다. 여기에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인 ‘짝사랑’ 단계가 추가되면서 관계의 세분화가 이뤄졌다.


문제는 관계의 속도다. 미들이 지나치게 쉽게 사랑에 빠진다. 위험 상황에서 도움을 받거나, 대화를 몇 번 나누는 것만으로도 곧바로 ‘반함(짝사랑)’ 상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관계 이벤트의 상당수가 로맨스로 귀결되다 보니 “또 사랑이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반복되는 패턴에 지루함이 쌓인다.
사랑에 빠지는 빈도는 높은데, 갈등이나 이별 같은 이벤트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실제로 약 30시간 플레이 동안 싸우거나 헤어지는 커플을 거의 보지 못했다. 인원 16명 기준으로 커플이 4쌍 형성되고, 나머지 캐릭터들도 대부분 짝사랑 상태에 들어가면서 섬 전체가 ‘연인’이라는 관계 하나로만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연애 관련 콘텐츠가 다양한 것도 아니다. 커플 수가 많아질수록 동일한 이벤트가 반복되며 신선함이 빠르게 떨어진다. 특히 연인 미들은 관계가 깊어지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기도 하는데, 전작에 있었던 ‘육아’ 요소가 단순 컷씬 나열로 변하면서 연애와 결혼 이후 이어지던 재미도 크게 줄어들었다.
전작에 있었던 여러 건물이 사라진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원하는 대로 가사를 붙여 미들이 노래를 부르게 할 수 있었던 ‘음악당’, 미 사이의 궁합을 확인할 수 있었던 ‘상성 테스터’, 각종 랭킹을 확인할 수 있었던 ‘랭킹 게시판’ 등 소소하지만 확실한 재미를 주던 콘텐츠들이 빠지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던 여러 방식이 축소되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이 압도적으로 자유로워진 커스터마이징 기능이다. 얼굴 파츠의 다양성이 크게 늘었고,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해 원하는 이미지를 세밀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페이스 페인팅’ 기능은 사실상 간단한 그래픽 툴 수준으로, 흉터나 주근깨는 물론 헤어스타일까지 직접 그려낼 수 있을 정도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아이돌, 애니메이션 캐릭터, 게임 캐릭터 등을 거의 그대로 구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커스터마이징의 자유도는 캐릭터에만 그치지 않는다. 각종 건물의 외관, 벽지, 가구 배치, 바닥 타일 등은 물론이고 조형물까지 활용해 섬 전체를 원하는 형태로 꾸밀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부분은 건물 외관을 맨홀 뚜껑으로 만들어서 지하에 사람이 사는 것처럼 꾸미거나, 블록 스타일의 텍스처를 그린 뒤에 마인크래프트 ‘동굴’ 속에서 미가 사는 것처럼 꾸미는 식의 활용이었다. QR 등으로 만든 작업물을 쉽게 공유하기 어려운 것이 유일한 단점으로 느껴질 정도다.


또한 미들 간 관계의 변수와 사건성은 줄어든 느낌이지만, 대신 각종 건물과 구조물과의 상호작용 요소는 크게 늘어났다. 이번 작품에서는 미를 직접 집어 이동시키거나 특정 구조물과 상호작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고, 각 시설마다 고유한 반응과 랜덤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다. 섬 레벨을 올리고 새로운 구조물을 해금해 하나씩 배치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외에도 미들에게 옷을 입히거나, 음식을 먹이고, 아이템을 선물하며 반응을 확인하거나 가벼운 미니게임을 즐기는 등 기본적으로 기대하는 미와 관리자와의 상호작용 요소는 충실하게 구현되어 있었다.

종합하면 이번 작품은 인간관계 시뮬레이션으로서의 깊이는 아쉽게 느껴지는 구석이 있었지만, 커스터마이징과 공간 연출에서 강점을 보이는 작품이다.
미들의 예상 못한 상호작용이나 ‘음악당’, ‘상성 테스터’ 등 과거 부가 시설 콘텐츠를 기대한 입장에서는 실망할 수 있지만,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캐릭터를 만들고 섬을 꾸미는 데서 재미를 찾는 이용자라면 충분히 킬링타임용으로 만족스러운 게임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