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위기보고서] 코너에 몰린 게임산업, 부정적인 인식 개선 '시급'

[지난해에 본지에서는 50부에 이르는 장기 기획 대한민국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그래도 희망은 있다'를 통해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다뤄왔다. 이후에도 본지에서는 한국 게임사들의 위기를 타파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게임산업 위기보고서'를 비정기 연재하기로 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많은 범죄나 사건들의 책임이 게임에 전가되고 있으며, 게임과 관련이 없는 사실마저 게임 때문인 것으로 왜곡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무슨 사건만 벌어졌다 싶으면 게임 쪽으로 몰아붙이는 사회, 지금의 현주소다.

실례로 지난 2012년 어린 딸이 성폭행 당한 나주 성폭행 사건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어머니가 아이들의 초등학교 숙제를 위해 PC방을 찾은 것이 알려지지 않고, 그저 PC방을 찾았다는 이유로 '게임중독 엄마'라는 오명을 쓴 채 억울함을 호소해야 했다.

또한 두 살 아들을 살해해 쓰레기 봉투에 담아 유기한 아버지의 경우 경찰이 "젊은 나이에 직업이 없고 아내와 별거하는 등 생활고를 겪으면서 게임에 빠지는 등 복합적 문제로 인해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표 했음에도 언론에서는 오직 게임에만 주목하고 문제를 삼아 게임 중독에 빠져 아이들 살해한 매정한 아버지로 앞 다퉈 보도했다.

심지어는 초•중•고등학교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빵셔틀이 '스타크래프트'에서 나오는 셔틀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보도된 사례도 있었고, 한 언론매체에서는 PC방의 전원을 내린 후 흥분하는 사람들을 취재하며 '게임의 위험성'을 지적했다가 징계를 당하기도 했다.

이렇게 원론적인 접근 이나 체계적인 접근에 앞서 게임에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은 그칠 줄 모른 채 계속 되고 있다. 최근에는 IS 가담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군의 실종 사건도 원인을 게임으로 지목하는 종편 방송사까지 등장했다. 이 방송사는 김군의 실종 원인으로 "게임에 빠져 현실 세계와 혼동하기 때문?"이라는 의문을 내걸었음에도 방송을 통해 김군이 어떤 게임을 즐겼고 빠져있는지에 대한 근거도 명확한 증거도 공개하지 않았다. 그저 어떤 사건에 대해 책임으로 몰아가기 쉬운 게임을 또 한번 원인으로 주목했을 뿐이다.

언론이나 각종 매체를 통한 게임의 부정적인 여론 확산 외에도 몇몇 국회의원들의 행보와 현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게임산업에 대한 접근도 부정적인 여론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2013년 4월 30일 신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에서는 인터넷 게임을 알코올, 마약, 도박 등 사회 통념적으로 중독으로 인식되는 것들과 함께 중독의 매개물로 보고 정부차원의 관리와 예방을 주장했으며, 보건복지부는 최근 게임 중독을 도박, 마약, 알코올과 게임을 동일시하고 위험성을 알린다는 주제아래 대대적으로 홍보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보건복지부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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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광고 이미지

이 뿐만이 아니다. 정부 차원에서 명확한 검증이 없는 게임중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게임의 순기능 알리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국모바일게임산업협회 등을 포용하며 게임산업의 주축의 역할을 해야 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여성가족부 등 총 5개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사업인 '인터넷•게임 중독의 뇌과학적 원인규명 및 진단•예방 기술' 개발을 추진하며, 게임중독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그리고 해당 연구사업은 오는 2018년까지 총 227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임에도 애초부터 연구 과제가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해 연구를 진행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과 게임에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연구 단체인 카톨릭 대학교가 연구 사업자로 선정돼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미 "게임이 중독물"이라고 답을 내놓고 진행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가 '게임중독'이라는 단어를 쓴다며 "미래창조과학부 등이 범정부 차원에서 발표한 자료 등을 통해 게임의 중독성이 이미 입증됐다고 본다"라는 견해를 언론 매체에 내놓기도 했다.

정부가 게임의 순기능을 알리기는커녕 중독의 매개로 삼고 예방이나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는 모습은 다른 부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게임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실제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건전한 게임문화를 학생 스스로 만들어나가고 진로탐색과 학부모 교육 등을 진행하는 '찾아가는 게임문화교실'이 폐지 된 것.

매년 약 20만 명 정도를 대상으로 게임의 순기능을 알리고 건전한 게임문화 형성을 위해 노력해왔던 '찾아가는 게임문화교실'의 빈자리는 인터넷 중독의 위험성만을 강조하는 인터넷 중독 예방교육이 대체하게 됐다. 이는 미래창조과학부와 기획재정부가 결정한 것으로, 이들 정부의 부처들이 '게임의 순기능' 교육이나 게임의 부정적인 인식 개선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좁혀진다.

첫 번째는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나 시스템을 뜯어 고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게임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취약 계층이나 한 부모 가정의 경우 아이들이 인터넷이나 게임 과몰입 등 각종 위험에 더욱 쉽게 노출 되고 위험도가 높음은 것으로 조사됐음에도 문제 해결을 위한 복지 증대나 예산의 책정 보다 게임을 공공의적으로 만들어 문제의 원인으로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보다 쉽고 편리하다는 것. 학교 폭력의 원인을 게임으로 지목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두 번째는 실제로 게임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이 그만큼 사회공헌 활동이 저조하고 인식개선 활동을 펼쳐온 것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게임산업이 제도권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변방의 산업으로 취급 당하고 있는 이유로 지목돼 온 문제이기도 하다.

겜밍아웃 캠페인
영상
겜밍아웃 캠페인 영상

전문가들은 당장 게임이 가진 부정적인 시선이나 인식 등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게임의 인식개선에 업계 스스로가 빠르게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진행 중인 게임인재단의 '겜밍아웃' 캠패인과 같은 게임의 순기능 알리기 시도가 업계 스스로 의견과 힘을 모아 더욱 다양한 측면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게임업계의 사회공헌 활동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게임기업들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해오고 있으나, 다른 산업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며, 콘텐츠의 성격에 기인해 부정성을 없애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몇배는 더 사회공헌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다른 산업군에서는 중심을 이룬 산업 종사자들이 단합하여 적극적으로 자신의 산업군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반면, 게임산업 분야에서는 그러한 단합 활동이 거의 없으며, 정부나 관계부처에 강력히 의견을 표출하고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점점 더 산업계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게임인재단 남궁훈 이사장은 게임산업협회 기자연구모임과의 자리에서 "게임이 정말 좋은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많은 자문을 해왔고, 그 결과 정말 게임 산업은 미래의 핵심 산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임을 중독물질로 내세우는 그들의 논리에 우리 스스로가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정신을 무장해야 하고 논리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독도가 우리땅인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누구나 이유나 근거를 쉽게 댈 수 없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 때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노래를 통해 객관적인 데이터와 논리가 널리 전파됐다. 우리도 이처럼 논리와 근거를 준비해 게임이 왜 미래의 핵심 산업이고 왜 좋은 것인지 알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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